[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정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패러디, 풍자입니다. 이슈가 될 만한 정치 이야깃거리에는 늘 창의적인 유머가 곁들여지기 마련이죠.
요즈음 정치계는 차기 총선 공천권으로 참 떠들썩한데요, 특별히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권 다툼을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의 가락에 맞춰 패러디한 ‘정치인생’이 등장하며 큰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정치인생’에선 과거 친박이었다가 이제는 찬밥신세가 된 현역 TK(대구경북)·강남 의원들의 한과 원통함을 처량한 어조로 담고 있습니다. 친박이란 명칭이 이제는 어색해진 ‘한때 친박’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노랫가락의 주인공쯤 됩니다. 유 의원은 지난 7월 ‘국회법 거부’와 함께 매섭게 파고든 공세에 결국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바 있죠.
이 패러디송은 첫 여덟 마디부터 큰 웃음을 줍니다. 백세인생은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로 시작하죠. 이를 빗댄 ‘정치인생’에선 “내년 2월 공심위에서 날 낙천하러 오거든 아직은 초선이라 못간다고 전해라”로 탈바꿈(?)되어 있습니다.
이는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대구 동갑, 대구 서구, 대구 달성, 대구 달서병, 대구 북갑, 대구 동을 등의 현직 의원들이 차기 총선 공천권에서 이미 멀어졌다는 루머를 빗댄 풍자입니다. 초선의원인 이들이 다음 총선에서 모두 낙천하게 된 안타까운 상황을 묘사한 셈이죠. 다음의 “친유승민이라 친박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배신했다고 청와대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올해 백봉신사상 받았다고 전해라”란 가사는 꽤 묘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압박을 ‘백봉신사상’으로 맞받아치고 있죠.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을, ‘백봉신사상’은 유 의원이 지난 8일 국회 출입기자들로부터 받은 상을 말합니다. 즉 박 대통령의 공격이 있지만 여론은 아직 유 의원의 편에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대구 초선 여론몰이로 날 데리러 오거든 말하는 니놈이 물갈이 대상이라 전해라”는 김무성 대표가 과거 “물갈이 말하는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며 던진 농담을 빗댄 것으로 해석됩니다.
“내 지역구 사람 보내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출마한다고 전해라”란 대목은 최근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하며 공천권에 도전하는 이들에 대한 기존 현역 의원들의 반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입니다.
“선친 상가 문상 않고 날 또 데리러 오거든 화는 나지만 참고 있다고 전해라”는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급 인사들이 전원 불참한 것을 풍자한 것입니다.
“이재만 이어서 정종섭이 또 데리러 오거든 4선 당선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는 3선의 유 의원(대구 동을)에 대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각각 대구 동을과 대구 동갑에 출마 예정인 상황에서, 그들의 압박에도 유 의원이 너끈히 4선에 성공할 거라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TK를 홍어로 보고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과반수 얻고 있다고 전해라”는 최근 여당 공천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에 빗대, 투표에서 ‘비박’이 과반을 넘길 것이니 넘보지 말라는 조롱처럼 들립니다.
‘피바람’을 예고하고 있는 여권의 총선 공천권 갈등,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daniel@kukimedia.co.kr
‘정치인생’ 전문
내년 2월 공심위에서 날 낙천하러 오거든
아직은 초선이라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공심위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지역구 현안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친유승민이라 친박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
배신했다고 청와대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올해 백봉신사상 받았다고 전해라
대구 초선 여론몰이로 날 데리러 오거든
말하는 니놈이 물갈이 대상이라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공천이요
추풍령 고개 넘어 총선간다
내 지역구 사람 보내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출마한다고 전해라
선친 상가 문상 않고 날 또 데리러 오거든
화는 나지만 참고 있다고 전해라
이재만 이어서 정종섭이 또 데리러 오거든
4선 당선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TK를 홍어로 보고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과반수 얻고 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고모령아
우리 모두 공천 받아 고향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