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우리는 흔히 ‘암’이라고 하면 폐나 위, 간 등 주로 우리 몸속의 장기에 생기는 암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바깥에서 보이는 부분, 그중에서 바로 눈에도 암이 생길 수 있다. 옛말에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은 인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눈에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대해 이성철 신촌세브란스병원 안이비인후과 교수는 “안암은 일반적인 모든 암에서 전이돼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눈에서 먼저 생기는 암도 있는데, 성인에게 생기는 안암으로는 ‘맥락막흑색종’이 있다”고 설명했다.
맥락막흑색종은 다른 말로 악성흑색세포종이라고 부른다. 이 질환은 눈에 흑색세포(멜라노사이트)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정확한 발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맥락막흑색종은 서양인(백색인종)에서는 많이 발생되지만 동양인(유색인종)에서는 발생빈도가 매우 낮아 희귀병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성철 교수는 “동양인의 맥락막흑색종 발병률은 서양인의 20분의 1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매우 빈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정확한 요인은 알 수 없지만 인종간의 유전적인 차이와 관련된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맥락막흑색종의 증상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다르다. 이 교수는 “종양이 생길 때 모두 같은 위치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개는 주로 맥락막 뒤쪽인 포도막 후부에 종양이 생기는데, 그중에서도 시력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 생기면 시야에 지장을 주게 된다. 하지만 만약 시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분에 생긴다면 별다른 증상을 못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성철 교수는 “내부에 물이 차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엔 눈앞에 마치 물주머니가 있는 것처럼 시야에 지장을 준다”며 “이렇듯 증상이 저마다 다르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엔 안암이 생긴 줄 모르고 있다가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안암인 맥락막흑색종 치료는 항암 화학요법 등 약물적 치료는 하지 않고 방사선으로 종양을 쬐는 근접방사선치료가 사용된다. 이 교수는 “위치나 크기에 따라 수술적 치료도 하는데 이는 보통 종양이 모양체 앞쪽에 위치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종양이 앞쪽에 생기는 경우는 거의 드물기 때문에 주로 근접방사선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점점 줄이는 식으로 치료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치료된 맥락막흑색종은 재발 확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 치료율은 90%가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이율은 높은 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성철 교수는 “맥락막흑색종이 주로 전이되는 부분은 간이다. 종양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보통 5년 안에 간으로 전이될 확률은 25% 정도다”고 말했다.
치료율은 높은데 전이는 잘 되는 이유에 대해 이 교수는 “눈에 종양이 발견됐을 때, 지금의 진단방법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암세포가 이미 생겨서 그것이 점차 퍼진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yes22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