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15년 스포츠계에 드리운 그림자를 반추하다… 사건사고 7선

[기획] 2015년 스포츠계에 드리운 그림자를 반추하다… 사건사고 7선

기사승인 2015-12-21 10:05:5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2015년을 어느덧 10여일 남겨두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올 한해, 스포츠계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번 기획에서는 올 한해 국내외 스포츠계에 있었던 사건사고를 일곱 가지로 정리해봤다.

1. 비리로 얼룩진 FIFA, ‘부패 스캔들의 몸통’ 블라터와 ‘차기 대권주자’ 플라티니의 ‘짜고 치는 고스톱’ 언제까지?

뇌물공여, 주요 인사들의 부정부패, 개최지선정 비리, 대가성 금품수수 등의 추문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자신만만’, ‘당당한’ 행보에 축구계가 신음하고 있다.

현재 확인된 블라터의 혐의는 2011년 2월, 20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24억 원)을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게 건넨 사실이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90일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플라티니는 이 처분에 걸려 차기 FIFA 회장선거 출마를 선언하고도 후보 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FIFA 항소위, 스포츠중재재판소 등에 항소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블라터는 “중세 마녀사냥을 보는 듯하다”, “플라티니가 나가면 당선되는 상황에서 반대파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 등의 발언으로 플라티니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FIFA 윤리위원회는 두 사람에 대해 축구계에서 영구 제명하는 ‘종신 자격정지’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 결과는 이번 달(12월)에 나온다.

더구나 FIFA 주요 인사들이 비리로 줄줄이 구속되고, 2018년, 2022년 월드컵 개최지가 투표 전에 이미 결정됐다는 ‘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에 당시 개최지 경쟁에 참여했던 네덜란드·벨기에 축구협회가 대대적인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블라터·플라티니의 앞길은 그야말로 막막하다.


2. ‘모르고 하거나’, ‘알고도 묵인한’ 스포츠 약물 파동



올 한해 세계 스포츠는 ‘약물 스캔들’로 몸살을 앓았다. 격투기 영웅 크로캅이 다친 어깨를 치료하려고 금지 약물인 성장 호르몬을 사용하다 적발됐고,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 프레드는 혈압 하강제 복용 사실이 드러나 내년 6월까지 대표팀 자격을 상실했다.

국내에서도 금지약물 파문이 일었다. 한국 수영선수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400m) 금메달을 획득한 박태환이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돼 선수자격을 장기간 상실하는 아픔을 겪었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최진행은 도핑테스트 결과 스타노조롤이 검출됐고,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이었던 곽유화는 다이어트 약을 먹는 바람에 펜디메트라진과 펜메트라진이 검출됐다.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 소속의 공격수 강수일은 수염을 기르려 발모제를 발랐다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들 모두 일정기간 경기출장 금지 처분을 받았다.

국가 단위의 약물 스캔들도 있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지난달 9일, 반도핑 조사 관련 보고서에서 러시아 육상선수들이 조직적으로 도핑을 해 왔고, 도핑 검사기관인 모스크바 실험실의 의사와 직원 등이 이를 묵인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국제육상연맹은 지난 달 27일 모나코에서 열린 이사회에서 러시아육상경기연맹의 자격을 정지하고 러시아 육상 대표팀의 국제대회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러시아 소속 모든 육상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는 물론이고, 2016년 예정돼있던 체보크사리 세계경보선수권과 카잔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개최권도 박탈됐다.


3. 불법 원정 도박에 국내 ‘스타급 선수’ 대거 적발… 조직폭력배와의 연루설까지



올해 말 한국 야구계는 명암이 뚜렷했다. ‘프리미어21 우승’이 명(明)이라면 ‘불법 도박’은 암(暗)이다.

경찰은 해외원정도박 기업인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원정도박자 명단을 확보했고, 여기엔 상당히 익숙한 이름들이 포함돼 있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간판스타 임창용(39), 윤성환(24), 안지만(32), 그리고 작년 삼성에서 일본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돌부처’ 오승환(33)이다.

이번 원정도박에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정황까지 포착되며 국내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임창용은 실제 도박 횟수와 액수는 많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불구속 기소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신은 “오승환이 입건되면 계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던 오승환은 자칫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임창용은 이미 삼성에서 방출됐다.


4. 승부조작과 도박 가담… ‘스포츠맨십’은 어디로?



‘불법 원정도박’이 단순히 도박을 한 것이라면, ‘스포츠 승부조작 가담’은 도박과 함께 프로선수로서의 양심까지 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나쁘다.

유럽 축구는 올해에도 몇몇 팀들의 승부조작 의혹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 발상지는 2006년 ‘칼초폴리’ 축구 스캔들에 시달렸던 이탈리아 축구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2부 리그 격인 세리에B에서 3부 리그 강등의 위기를 맞은 팀이 ‘돈으로’ 추락을 막았다. 카타니아가 그 주인공이다. 상당수 증거가 확보된 경찰은 안토니노 풀비렌티 회장을 비롯해 7명의 관계자를 체포했다. 그렇잖아도 유럽축구계에서 한없이 추락하던 이탈리아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를 하나 더 붙이게 됐다.

올해 초엔 ‘별들의 전쟁’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 승부조작 의혹도 있었다. 영국 BBC스포츠는 지난 2월 17일 “루마니아 검찰이 2007년에 열린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의 승부조작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경기는 디나모 부쿠레슈티(루마니아)와 라치오(이탈리아)의 조별 3차 예선이다. 원정 1차전에서 라치오와 1대1로 비긴 디나모는 안방에서 열린 2차전에서 의문의 1대3 역전패를 당했다. 선제골을 넣고도 내리 세 골을 허용하며 디나모는 예선 탈락을, 라치오는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국내에서도 승부조작이 터졌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경남FC 전 사장 등이 구단의 돈을 횡령하고 그 중 일부를 K리그 전·현직 심판 등에게 경기 조작 매수 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구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 10월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국가대표 출신 농구 선수 김선형(서울 SK), 오세근(안양 KGC) 등 8명이 적발됐다. 한국프로농구연맹은 검찰 조사 결과 발표에 포함된 12명의 선수에 대해 제명 등 중징계를 내리고, 전창진 전 감독은 프로농구계에서 영구 퇴출시켰다.

9월에는 유도선수, 레슬링 선수 등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조사받았고, 12월엔 경마 기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5. IS의 테러에도 “축구는 계속 된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lamic State·IS)’가 무자비한 테러를 감행하며 유럽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자연히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스포츠 경기장도 초긴장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3일 터진 IS의 테러에는 축구장도 포함돼있었다. 다행히 경기장 출입을 통제하던 경찰관에 의해 테러범은 경기장 내부로 진입할 수 없었다. 경찰의 투철한 직업정신이 대량학살을 간신히 막았다.

그러나 이번 테러로 프랑스 대표팀의 라사나 디아라가 사촌을 잃었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마틴 켈리는 당시 파리 한복판에 있었고, 앙투안 그리즈만의 누이는 최대 사상자가 나온 바티클랑 극장에 있었다. 스포츠계도 테러와 무관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다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축구경기장은 언제든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때문에 내년 프랑스에서 예정된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잠정 보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지난 1월 잡지사 ‘샤를리 엡도’가 테러에 노출될 당시 프랑스는 “테러에 굴복치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는 전통이자 자부심인 축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프랑스축구협회는 “대회 보류는 테러에 굴복하는 행동”이라며, 대회속행을 선언했다. 단, 안전 조치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축구장이 형태를 갖추고 있는 한 그들의 축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 외국인 선수들에게 매겨진 높은 세금… 수백억 원대의 탈세로



EPL, SPL과 같은 유럽축구 최상위 리그에서 뛰는 스타플레이어들은 매년 몇 백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데, 소득분위에 따라 매겨지는 세금이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외국인 용병들의 경우, 더 높은 비율의 세금을 리그가 속해있는 국가에 반드시 납부해야 한다.

때문에 비교적 스타플레이어를 자주 배출한 브라질, 아르헨티나 출신 선수들의 탈세 의혹이 매년 도마 위에 올랐는데, 올해에도 어김없이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네이마르 다 실바는 소득신고 미이행 및 이적료 축소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브라질 재무부는 2011∼2013년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네이마르와 가족, 에이전트 등의 자산 1억 8880만 헤알(약 573억 원)을 동결했다.

이적료 축소 의혹도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FC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이적료를 5700만 유로(약 667억5000만 원)라고 밝혔는데, 스페인 검찰은 실제 이적료가 최소 8337만 1000유로(약 991억 원)이며, FC바르셀로나가 이적료를 축소 발표해 2220만 유로(약 263억9000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외에도 바르셀로나의 간판스타 리오넬 메시는 탈세 혐의로 장기간 조사받은 결과 그의 부친과 에이전트의 유죄가 확정됐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도 2011년과 2012년에 해외 법인 설립으로 초상권 소득에 대한 세금을 줄여 150만유로(한화 약 19억원)를 탈세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7. 스포츠 안전장치 미흡으로 발생한 사고… 목숨과 저울질 된 안전불감증



프로세계는 그야말로 기량을 최정상급으로 끌어올린 이들이 모여 경쟁하는 곳이다. 능력을 극대화하다 보면 격렬하고, 과격하고, 때론 위험천만한 장면들이 연출되곤 한다. 때문에 이를 제대로 완충해줄 안전장치는 필수적이다.

올 3월, 쿠키뉴스는 쇼트트랙 선수 A씨(26·남)가 훈련 도중 하반신이 마비된 사고소식을 단독 보도한 적이 있다. 앞에서 주행하던 선수의 한쪽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박혀 넘어지면서 A씨에게 위협적인 상황이 연출됐고, 이를 피해 안전 펜스에 충돌하는 과정에서 하반신 마비의 불상사가 발생했다.

문제는 당시 부딪힌 펜스의 두께가 20cm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국내 빙상경기장은 국제빙상연맹(ISU)의 규정을 준용하고 있는데, ISU는 펜스의 두께를 40~60cm로 규제하고 있다. 결국 광운대가 권고기준에 미달하는 펜스를 사용함으로 인해 한 선수의 인생이 무참히 어긋나버린 셈이다.

매년 경남 통영에서 개최되는 국제요트대회에서는 2년 연속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작년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미흡한 사고방지 후속조치와 허술한 관리실태가 그대로 드러나 ‘목숨과 저울질 된’ 관리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 짜릿함을 이유로 인간 새총, 번지점프, 패러글라이딩 등의 익스트림 레저 스포츠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한 사람 중 25%가 안전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에서 보듯, 안전장치가 미흡한 상태다. 스릴에 가려진 ‘안전불감증’에 대해 관계 당국의 관리감독이 시급하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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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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