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보통 기득권을 내려놓으면 찬사를 받습니다. 공직자면 더욱 그렇죠. 국회의원이 별다른 논란이 없는데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 호평을 받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표정이 복잡합니다. 분명 기득권을 내려놨는데도 칭찬 보다는 비아냥이 많습니다.
문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직업정치인도 정치꾼도 아닌 체육인”이라며 “체육인으로서 지키고 싶은 삶의 원칙과 가치가 있기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열정만으로 부딪히기에는 정치의 현실이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며 “4년간의 정치 행보 중 저의 시행착오와 부덕의 소치로 인해 실망감을 안겨드린 점은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4년 동안 직접 목도한 현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 개인의 영달만이 난무하는 곳이었다”며 “저 또한 변화시키지 못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여론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때문입니다. 과연 현실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죠.
시간을 3년 전으로 되돌려 보겠습니다. 문 의원은 2012년 4월 박사논문 표절이 불거지자 당선 9일 만에 새누리당을 탈당합니다. 문제의 논문이 워낙 다른 논문과 흡사해 ‘문도리코’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공천 과정에서 당이 철저히 검증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까지 했습니다. 국민대학교는 문 의원의 박사논문 조사 결과 표절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고, 문 의원은 1년 10개월동안 무소속 신분으로 지내다 지난해 2월 복당했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아무리 실망스러운 국회의원이 많지만 누가 누구를 비판하나’ ‘문도리코에게 비판받은 정치권은 자존심도 없나’ ‘비판할 자격이 있나’ ‘총선 불출마가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했어야 한다’ 등 격앙된 반응이 나왔습니다.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을 공개 지지 선언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랜 시간 깊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저보다 부산을 잘 알고, 지역발전에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정치적으로 신망이 있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이 사하갑에 출마한다면 당과 사하구가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견 직후 취재진과 만나 “허 전 시장과 사전 교감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특정 정치인 지지 언급에 총선 불출마 의미는 크게 퇴색됐습니다.
문 의원은 정치권에 발을 담그기 전까지 국민적인 스포츠 스타였습니다.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2008년 아시아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출됐습니다. 19대 국회의원이 된 이후에도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조정위원회 위원,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장 등 주로 체육계 관련 의정 활동을 해왔습니다.
‘돌려차기’ 문대성의 초선 국회의원 4년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총선 불출마에도 조롱이 가득한 온라인을 보면 참 씁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