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상’ 받고도 웃지 못한 이휘재

[어떻게 생각하세요] ‘대상’ 받고도 웃지 못한 이휘재

기사승인 2015-12-28 11:34:55
이휘재

[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대상을 받고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한 이가 있습니다. 웃음은커녕 죄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죠. 데뷔 23년 만에 ‘2015 KBS 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개그맨 이휘재입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미소조차 짓지 못했던 걸까요.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는 ‘2015 KBS 연예대상’이 열렸습니다. KBS 개그맨들을 비롯해 방송인, 가수, 배우 등이 총 출동해 자리를 빛냈죠.

이날 대상 후보에는 이경규, 유재석, 이휘재, 강호동, 신동엽, 차태현 등이 올랐습니다.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 없는 쟁쟁한 후보 가운데 대상에 이휘재의 이름이 호명됐습니다.

이휘재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자신이 받는 것을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이었죠. 그는 “이 상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대표해서 받는 상이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며칠간 댓글을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운을 뗐습니다. 자신의 수상이 논란이 될 것이란 걸 미리 예상한 것이죠.

이어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이렇게 길게 할지 몰랐다. 2년 전부터 몰랐던 여러 부분을 알게 되면서 새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모든 영광을 준 서언이, 서준이, 문정원 씨께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이휘재는 또 “7년 전부터 내 깜냥으로 대상을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어 수상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늘 받은 대상은 아이들 덕분이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고 잘 키우고,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혀 뭉클함을 더했죠.

수상 직후 인터넷에는 이휘재의 대상 수상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의외였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는데요. 매년 연예대상 대상을 휩쓸었던 유재석이거나, ‘1박2일’의 차태현, ‘슈퍼맨이 돌아왔다’ 팀 전체가 대상 유력 후보였기 때문입니다.

올해 KBS 예능은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만 흥행가도를 달렸을 뿐, 다른 프로그램은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이휘재는 그런 KBS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원년 멤버로 다른 가족들이 하차할 때에도 꿋꿋이 자리를 지킨 사람입니다. 생후 4개월인 서언·서준과 함께 출연하며 초보 아빠에서 진짜 ‘슈퍼맨’이 되기까지, 쌍둥이 아빠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진정성을 인정받은 것이죠.

그러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이휘재 가족은 송일국과 삼둥이, 추성훈·추사랑 부녀보다 화제성이 크지 않았습니다. 또 이전보다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죠. 이에 시청자들은 이휘재의 대상 수상에 고개를 갸웃거렸고, ‘자격 논란’이 불거진 것입니다.

누구나 꿈꾸는 대상이지만 미소 한번 짓지 못하고 가장 먼저 ‘댓글’을 걱정한 이휘재입니다. 충분히 기뻐하고 즐겼어도 됐을 텐데 말이죠. 23년 간 희극인의 본분을 잊지 않으며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려했던 그의 노력은 ‘대상’을 수상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hye@kmib.co.kr
이혜리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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