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두고 학계에서 찬반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29일 오전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미디어경영학회 주최 ‘방송통신산업 현안과 해결방향 모색’ 심포지엄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에 대한 학계의 긍정적인 평가가 발제된 가운데 최진봉 성공회대 신방과 교수와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반대 의견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용규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의 케이블 TV는 규모의 경제 실현에 어려움이 있고, 이동통신을 보유하지 못한데 따른 결합상품의 부재 등 산업적인 관점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케이블 산업의 위기”라고 운을 뗐다.
김용규 교수는 “인수기업이 투자를 하면 케이블TV 망이 기가급 망으로 업그레이드 돼 인터넷 품질향상 혜택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 인수·합병으로 수평결합 측면에서 기존 CJ헬로비전가 우세한 20여개 방송 권역의 시장집중도를 증가시켜 경쟁제한성이 발생할 수 있고, 경쟁적 소기업의 수가 줄어들고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올라가면 소비자 가격인하 압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표자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상태로 가면 도산 위기에 빠진다“면서 ”앞으로 유료방송시장을 2강 또는 3강(KT군·SK텔레콤군·나머지 사업자군)으로 만들어 경쟁을 통한 소비자후생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기의 케이블 TV를 구하기 위해선 자본력이 있는 통신사의 투자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성철 교수는 “국내 케이블 산업에 해외 약탈 자본이 들어와선 안 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SK텔레콤의 투자는 ‘건강한 투자’”라고도 언급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통신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인수합병은 대부분 별다른 규제 이슈 없이 승인되고 있다”면서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통신사업자는 혁신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철 교수는 또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은 저가구조 속 출혈 경쟁, 낮은 디지털 전환율, 넷플릭스 국내 진출로 인한 코드 커팅 문제 등 위기를 겪고 있으면서도 자체적인 투자노력이 부족한 케이블TV 산업에 건강한 자본이 투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최진봉 교수와 조성동 연구위원이 반박 의견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격렬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특히 최진봉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은 일사천리로 빨리 해야할 사안이 아니다”면서 “SK텔레콤이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이 될 지 의문이다. IPTV를 가진 기업이 케이블TV 인수해서 엄청난 투자를 할 것 같은가. 전 아니라고 본다. 단순히 경영적 측면으로 보게 되면 소비자 이익이 무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최진봉 교수는 이어 “SK텔레콤 입장에선 사업을 확장해 경제적 이득을 확대하려 할 것인데 결합상품으로 묶이는 3~4개의 서비스 중 방송이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겠느냐”면서 “이동통신이 주요 매출 수단인 만큼 방송 가격은 떨어질 수 있는데 방송 시장에 선순환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줄어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계약 경쟁력이 떨어질 PP 사업자들”이라며 “만약 SK텔레콤이 ‘갑질’을 한다고 했을 때 PP들이 견뎌낼 수 있겠느냐. 또 케이블 산업은 대부분 하청 시스템으로 사람들의 근무조건이 열악한데 SK텔레콤이 인수·합병하면 고용 문제를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쏟아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SK텔레콤이 장밋빛 전망이나 청사진을 제시하는 건 좋으나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동 연구위원도 “SK텔레콤이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라고 선언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인수합병을 허용하기 전에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 PP 재송신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체적인 흐름이 무선통신 중심의 결합판매로 돌아가면서 엄밀히 말해 방송은 ‘끼워팔기’ 형태가 되고 있지 않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규태 호남대 문화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인수합병 건은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각 사업자끼리 서로의 유불리만 따지는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큰 그림의 패러다임 전환 문제로 넘어가야 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이렇게 한쪽 사업자만 외롭게 나온 건 처음”이라며 “서로 헐뜯기 보다는 각자 잘되는 방향을 모색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선통신 지배력 전이 논란과 관련해선 “그동안 SK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과 매출 점유율은 모두 하락한 반면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가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는 비약적 성장을 이뤘다”며 “경쟁사들이 실체적인 증거 없이 가정만 주장하고 있는데 지배력이 행사됐으면 이러한 현상은 발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는 KT와 LG유플러스에도 패널토론 참석을 요청했지만, 이날 양사는 “발제문의 심각한 편향성으로 불참을 결정했다”고 입장자료를 내고 토론회에 불참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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