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키워드로 보는 2015년의 암(暗)… ‘액땜’하고 새해 맞이합시다!

[친절한 쿡기자] 키워드로 보는 2015년의 암(暗)… ‘액땜’하고 새해 맞이합시다!

기사승인 2016-01-01 06:00:55

"올 한해를 뒤덮은 ‘부정의 그림자’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사람은 으레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먼저 떠올린다곤 합니다만, 지난 1년은 유별날 정도로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헬조선, 갑질, 메르스, 청년실업, 민중총궐기, 위안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갖은 일들로 우리 사회는 몸서리쳐야 했죠. 그야말로 한 해를 뒤덮는 그림자로 해가 잘 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쿡기자에서는 2015년을 슬프게 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반추해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굳이 부정적인 이야깃거리를 또 꺼내서 좋을 거 있느냐는 시선도 있겠습니다만, 새로운 한 해가 오기 전에 액땜 한다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이대로 접어버리자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1. ‘헬조선’, 이 땅에서 사는 것을 ‘지옥’에 빗댄 절망의 소리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유행어 1위는 단연 ‘헬조선’일 겁니다. 청년층의 좌절감을 고스란히 담은 이 표현은 ‘헬(Hell)+조선(朝鮮)’의 합성으로, 대한민국의 암울한 현실을 지옥에 빗댄 신조어입니다.

헬조선은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높은 실업율과 비정규직 양산, 결혼·출산·보육의 높은 벽, 사회 구성원들의 낮은 시민의식에 따른 부조리 등을 포괄합니다.

“헬조선에서의 답은 탈조선 뿐” “헬조선이란 표현도 쓰지 마라. 지옥에 대한 모욕이다” 등 이 땅에 대한 절망스런 시선은 이 단어 하나로 다양하게 표현됩니다. 유사어로는 ‘지옥불반도’, ‘망한민국’ 등이 있죠.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에 희망이 없는 청년들의 애환이 담겨 있습니다.

2. ‘갑질’, 자신의 결함을 애써 메워보려는 몸부림, 남는 건 정신승리 뿐…



어떤 관계든 100% 동등할 순 없습니다. 나이나 사회적 지휘, 규정에 의해 상하관계가 있거나 우위와 열세가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그것이 한 사람의 가치를 규정짓진 못합니다. 때문에 관계의 기본은 배려와 존중입니다.

그런데 현대시대에 아직도 사대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갑질’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갑질은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윤리적, 도덕적 소양이 부족해 나오는 엉뚱한 우월의식입니다.

갑질이란 표현은 지난해 12월 초 땅콩회항에서 처음 물망 위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달 27일엔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모녀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죠.

올해 7월에 불거진 ‘인분교수’ 사건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떤 상하관계에서든 ‘갑질’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죠.

이 외에도 8월과 11월, 12월에 서울 청담동, 부산, 창원, 광주 등에서 입주민들이 나이가 지긋하신 경비원을 상대로 한 ‘90도 인사’ 종용 논란이 있었고, 10월엔 스와로브스키 고객 갑질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참다못한 ‘을의 반격’도 이어졌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하자 택배회사 측은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다”며 해당 아파트의 모든 택배물을 반송 처리했죠.

한 도시락 전문점에선 갑질 고객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다”

‘을’을 대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tvN에서 방영한 ‘미생’과 ‘막돼먹은 영애씨’, JTBC의 ‘송곳’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입주민 갑질에 같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학생은 “본인의 부모님께서 이런 일을 겪으면 기분이 어떨지,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문구를 엘리베이터 벽에 붙여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3. ‘흙수저’‘청년실업’, 취업하기가 낙타 바늘귀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현실



‘흙수저’로 태어난 20~30대 청년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결 같이 암울하다고 느낍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진 것 없이 산다는 건 상당히 고됩니다.

‘과거’ 흙수저로 태어난 이들은 마치 혈연적 죄라도 지은 양 슬픈 미래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문득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가 떠오릅니다.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란 저주에 휩싸여 애써 저항하다가 결국 두 눈마저 잃는 기구한 인생을 살게 되죠. 흙수저의 삶도 그런 운명의 몸부림은 아닌가 하는 생각 마저 듭니다.

‘현재’의 청년은 빚과 실업에 시달립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어렵사리 대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의 벽은 높고 두텁습니다. 설령 취업이 돼도 결혼, 출산, 대출, 사오정(45세 정년) 등의 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래’ 또한 그리 밝진 못합니다.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빈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신인류의 과학이 평균 수명을 늘렸다는 소식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초 청년 실업률은 11.1%로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더구나 국내 대졸 청년 4명 중 1명(24.4%) 가량이 취업을 포기한 니트족(NEET)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E)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당분간 ‘흙수저’의 애환을 담은 풍자는 계속될 듯 보입니다.

4. ‘위안부’, 꺼져가는 피해자들의 불꽃, 잊혀져가는 아픔



지난 30일 정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부근에선 제1211차 정기 수요집회가 열렸습니다. 이 집회는 1992년 1월에 시작돼 매주 세계 최장 기간 집회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꺼져가는 할머니들의 손짓’이 있습니다.

얼마 전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 관련 합의를 도출했지만, 정작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할머니들은 정부가 자신들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며 합의안에 거부감을 표현했습니다. 외교부는 “연휴 기간에 협상이 급진전된 부분이 있어 미처 공지하지 못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했습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소녀상 이전이 선행돼야 지원금 명목의 돈을 출연할 거라는 보도가 일본 언론을 통해 연이어 나오자 할머니들은 “여기에서 어떻게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느냐”며 분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부인한 상태입니다)

2015년 마지막 수요집회에서는 올해 세상을 떠난 9명의 할머니에 대한 추모제로 시작했습니다. 고(故) 이효순 할머니의 아들은 추모시에서 “어머니, 고통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라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단순 피해자와 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닌, ‘반인륜적인 악행’을 대하는 현 인류 모두의 당면과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피해자들조차 제대로 납득할 수 없는 합의가 나왔다면, 설령 다자간의 합의가 있을지라도 그 상처는 한반도 땅 위에 깊게 패어 있을 겁니다.

5. ‘노동법 개정’, 합법적으로 ‘노예 양산’하는 시대 오나



올해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비정규직 근로자 비중은 22.4%로, 회원국 평균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국내 비정규직 중 근무한 지 3년이 지나고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2.4%에 그쳐, 회원국 평균인 53.8%보다 훨씬 못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때문에 한국은 ‘비정규직의 메카’, ‘하루살이 근로자들의 터전’ 등의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노동개혁 5대 법안’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발의한 이 법안에서 특별히 논란이 된 건 ‘기간제근로자법 개정’입니다. 이에 따르면 기간제근로자(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을 기존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수 있게 됩니다.

2년 근무 후 정규직 채용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창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 개정안은 ‘노예 양산을 합리화하는 개악’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5대 법안에는 ‘임금피크제’로 불리는 장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 저성과자 명목의 노동자 해고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마련한 재원을 청년고용에 투자한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 또한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어, 청년 취업률 증가의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해석이 만연합니다. 재계약을 빙자한 해고 위협이 지속되면서, 역으로 취업률이 떨어질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부자의, 부자를 위한, 부자에 의한’ 세상이라지만 적어도 노동법만큼은 노동자를 위해 그 방향타를 잡아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daniel@kukimedia.co.kr

※모든 사진은 특정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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