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20년이 감명을 주었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 별세

갇힌 20년이 감명을 주었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교수 별세

기사승인 2016-01-17 00:10:01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감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가진 소회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5세.

성공회대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신 교수는 이날 오후 9시30분쯤 자택에서 호흡이 멈추고서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져 11시47분 최종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경제학자로 육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20년 20일을 복역하다가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 사회과학입문, 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그는 1998년에야 사면복권됐다. 사면복권된 날 나온 책이 바로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된 뒤 특별석방되기까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 ‘더불어 숲 1·2’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 ‘처음처럼’ ‘변방을 찾아서’ 등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영복체’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유명했다.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다.

신 교수는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아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 출간됐고, 5년동안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16일 오후 2시 이 학교 성당에 차려져 매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다음은 신 교수의 주요 연보.

▲1941년 8월 23일 경남 의령군 출생 ▲1945년 부산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 진학 ▲1963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숙명여대에서 강의 ▲1966년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 ‘청맥’지 집필진인 새문화연구회 참여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 ▲1970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판결 선고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20년 20일만에 출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출간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 시작 ▲1993년 옥중 서간을 영인한 ‘엽서’(너른마당) 출간 ▲1995년 서예 작품집 ‘손잡고 더불어’(학고재) 출간 ▲1996년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출간 ▲1998년 3·13 사면 복권 후 성공회대 교수로 정식 임명. ‘더불어 숲’(중앙M&B) 출간 ▲2004년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출간 ▲2006년 성공회대 정년 퇴임 ▲2007년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중앙M&B) 출간 ▲2008년 제3회 임창순 학술상 수상 ▲2012년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출간 ▲2015년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출간. 제19회 만해문예대상 수상 ▲2016년 1월 15일 별세.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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