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민석 기자]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제작진이 준비한 ‘청천백일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사상검증’을 당해야 했습니다. 대만에서 태어나 지난해 한국 연예계에 데뷔한 앞날 창창한 16세 소녀일 뿐인데 말이죠. 쯔위는 각종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스마트폰 ‘Y6’ 모델로 활동하는 등 인기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만독립지지자’라는 난데없는 정치색이 씌워지면서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쯔위가 지난해 11월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생중계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면서 빌미를 제공합니다. 이를 대만의 매체들이 캡처해 ‘쯔위는 애국자’라는 내용의 보도를 냈고 이후 대만에서 쯔위는 ‘애국 소녀’가 됐습니다. 여기엔 중국으로부터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정치 세력의 의도가 녹아있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이때 문제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대만 출신 친중파 뮤지션 황안은 자신의 웨이보에 “대만인 쯔위가 있는 그룹 트와이스가 중국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을 반대 한다”는 글을 시작으로 쯔위가 청천백일기를 흔든 행동을 계속 문제삼았습니다. 그는 “쯔위가 대만 독립 세력을 부추긴다”라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거나 “쯔위는 대만 독립 분자”라고 언급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중국의 국책에 따라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중국 네티즌들은 쯔위를 ‘마녀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커진 사태는 국내에도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내 부정적 여론을 우려한 국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와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쯔위가 모델로 활동 중인 광고를 모두 중단한 겁니다. LG유플러스 고위 관계자는 “쯔위가 한 방송에 출연해 한 행동 때문에 중국 내 네티즌들이 엄청난 비난을 퍼붓고 있다”며 “쯔위를 모델로 쓰고 있는 LG유플러스를 비난하더니 급기야 LG전자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져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쯔위와 같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중국 활동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트와이스는 물론 닉쿤, 2PM까지 중국에서의 스케줄이 취소되자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JYP 측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박진영 대표가 직접 나서 사과했습니다. JYP 측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이해 및 존중하고, 회사 내부에 양국 간의 우호 관계를 해롭게 하는 상황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중국 여론을 달래려 했습니다.
쯔위도 사과 영상을 띄웠습니다. 쯔위는 상기된 얼굴로 “죄송하다. 진작에 직접 사과드렸어야 했는데 어떻게 지금의 상황을 직면해야 할지 몰라서 뒤늦게 사과하게 됐다”고 말문을 연 후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해협양안이 하나며, 전 제가 중국인임을 언제나 자랑스럽고 여긴다. 중국인으로 해외 활동하면서 발언과 행동의 실수로 인해 회사, 양안 네티즌에 대해 상처를 드릴 수 있는 점에 매우 죄송스럽다. 제 잘못을 돌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태어난 국가를 알리기 위해 국기를 들었을 뿐인 쯔위는 왜 죄인처럼 사과해야 했을까요. 어떻게 보면 쯔위에게 대만 독립지지자라는 굴레를 씌운 황안이 이번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 의도와 관계 없이 제멋대로 정치적 프레임을 씌운 것이기 때문입니다. 황안의 ‘웨이보질’이 발단이 돼 국가간 네티즌 설전으로 번졌고, 중국에선 JYP 보이콧을 넘어 반한류 조짐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대만에서 16일 치러진 총통과 입법위원(국회의원) 동시 선거에 활용되면서 더욱 커졌습니다. 대만 내에서도 중국과 ‘양안통일’을 주장하는 세력(국민당)과 중국과 관계없는 독립된 국가로서의 ‘대만의 독립’을 주장하는 세력(민주진보당)이 갈려 있는데 민진당 측이 표를 결집하기 위해 쯔위를 지지하고 나선 겁니다.
대만에서 여성 최초 총통이 된 차이잉원 당선인은 쯔위 관련 질문에 중화민국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국가와의 일체감을 표시하는 행위로 이를 억누르려 해서는 안 된다”며 “쯔위는 강압적으로 마음과 다른 사과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이잉원은 전날에도 유세 도중 “자국 국기를 내보인 쯔위의 행동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대만 국민도 쯔위를 지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지어 친중정책을 펼치고 있는 국민당도 쯔위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쯔위 사과 영상을 본 대만 국민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주리룬 국민당 후보는 쯔위 사태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다”며 사과 영상을 찍게 한 JYP와 황안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정작 황안은 쯔위가 사과 영상에 대해 “이 날을 기다려왔다”면서 웨이보질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황안은 “쯔위가 자신의 입으로 중국은 하나이며 양안은 하나라고 말했다”면서 “우리는 조국을 인정한 좋은 아이를 쟁취했다. 조국 인민이 대만 독립 반대의 길에 거대한 성취를 이뤘다. 중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고 적었습니다.
황안은 황안도 TV 방송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든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홍콩의 한 매체는 “정작 황안은 자신이 대만 국기를 든 사진이 논란이 일자 ‘당시 대만 프로그램 출연시 한가지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려고 국기를 잡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면서 “대만 네티즌들이 황안의 ‘이중잣대’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무래도 대만의 총통 선거와 황안의 웨이보질이 맞물리면서 쯔위가 희생양이 돼버린 듯 합니다. 쯔위와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은 자신이 태어난 곳의 국기를 한 번 흔든 일이 사상검증으로 비화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아무리 상대가 미성년자여도 정치 세력을 모으는데 도움이 된다 싶으면 이용하고 보는 어른들의 세계. 여기에 마녀사냥할 대상이 생기면 험한 말을 쏟아내야 직성이 풀리는 네티즌들. 국내 네티즌들도 이것을 알기 때문에 쯔위를 위로하고 나서는 것이겠지요.
한 가지 제안을 해봅니다. 이번 일을 쯔위 사태라고 부르지 말고 황안 사태라고 부르는 건 어떨까요. 사태라는 단어엔 부정적 어감이 강한데 쯔위는 이번 논란의 가장 큰 피해자나 다름 없으니까요. 또 한가지 JYP 측의 사과 내용을 보면 쯔위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 뒤로 숨지 말았으면 합니다. 쯔위가 ‘아이돌 상품’이 아닌 상처받기 쉬운 한 인간으로서 보호받길 바랍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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