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보통 연예기획사가 보도자료를 많이 낸다면 자랑할 일이 많을 때입니다. 하지만 공식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가능한 적은 횟수로 매조지하는 것이 최상입니다. 공식입장을 많이 낸다는 것은 뭔가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17) 사태에서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위기관리 능력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쯔위는 대만기를 한 번 흔들었을 뿐인데 JYP는 SNS에 사과를 적고 또 적고, 공식입장을 내고 또 내고, 그것도 모자라 쯔위 본인이 사과하는 동영상까지 동원해야만 했습니다. 분명 일부 세력의 악의적인 도발이었지만 사건의 원인과 해명은 고사하고 중국이라는 무궁무진한 한류 시장 앞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우리 외교부가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속절없이 무너져 JYP 홍보 기능이 마비됐다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쯔위 사태가 중화권 최대 이슈로 떠오를 정도로 커진 것은 책임 소재를 밟아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쯔위 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있습니다. 대만 출신에게 대만기를 쥐어준 것이 무슨 그리 큰 잘못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중국과 대만의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제작진은 사전에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JYP는 지상파 방송사에 따지지 않았습니다.
자사 소속 연예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사전에 제작진과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 JYP는 불길이 커지자 공식입장을 소화기처럼 썼지만 기름을 부은 꼴이 됐습니다. 결국 쯔위는 수척한 모습으로 중국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직접 사과 동영상을 찍어야만 했습니다. “해협양안(중국과 대만)이 하나”라는 구호까지 넣었습니다. 자세한 경위도 모른 채 비판을 일삼던 중국 네티즌들이나 총통 선거에 활용한 대만 정치권 못지않게 잔혹한 지시라는 십자포화가 쏟아졌습니다.
쯔위 뒤로 JYP가 숨었다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가 들끓자 JYP는 “한 개인의 신념은 회사가 강요할 수도, 해서도 안 되는 일이며 이와 같은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라면서 “쯔위의 부모님이 한국에 들어오셔서 쯔위와 함께 상의하신 후 최종 결정을 내리셨고 입장 발표를 진행했습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쯔위의 사과 동영상이 올라오기 전에 이를 왜 알리지 않았는지 의혹만 증폭됐습니다.
쯔위 사태가 어떤 국면으로 마무리 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진정세라는 평도 있고, 주홍글씨가 제대로 새겨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일부 매체에선 이번 사태만 진정되면 타의에 의해 올라간 인지도로 인해 향후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놨습니다. 쯔위를 걱정하는 시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JYP는 과거 비와 그룹 원더걸스를 세계적인 팝 스타로 만들겠다며 미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했습니다. 가수 발굴과 조련, 데뷔와 활동, 비전에 이르기까지 박진영 없이는 쉽지 않다는 특유의 자랑도 대중에게 가감없이 전달됐습니다. 호재가 아니라 악재일 때도 모든 것이 내 탓이라는 배려가 아쉽습니다. 정말 부모라면 자식이 잘 됐을 때는 자식 공으로, 자식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부모 탓을 자처하기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