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더불어민주당(더민주) 윤리심판원이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인 노영민·신기남 의원에게 각각 6개월·3개월의 당원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은 총선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당 내외적으로 체면을 구기게 됐습니다.
노 의원은 의원실에서 카드단말기를 이용해 자신의 시집을 강매했다는 ‘혐의’(?)를, 신 의원은 아들이 로스쿨 졸업시험에서 불합격하자 학교에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윤리심판원에 회부됐습니다.
이처럼 ‘갑질’ 논란으로 국회의원이 징계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은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근래 온·오프라인 상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갑질’이란 신조어는 이전부터 있었던 개념이 재구성됐을 뿐입니다. 상하관계 내지는 특정 인물에게 주어진 권력에 따라 완장질, 노예질, 억압은 늘 있어왔습니다. 이런 부조리들은 암암리에 이뤄졌기에 쉽게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습니다만, 근래 미디어 활성화로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치부가 됐습니다. 을(乙)에 의해 속속들이 들어난 폭로들로 ‘OO계의 갑(甲)’ 등 제목에서 유행처럼 쓰이던 ‘갑’에 갖은 행위 따위를 표현하는 접미사 ‘질’이 붙어 ‘갑질’이란 용어가 탄생했습니다.
어떤 안 좋은 일을 함에 있어서 누구든 ‘걸리지 않을 것’이란 전제를 합니다. 두 의원 또한 그 행동이 이렇듯 큰 파장을 일으킬 거란 상상을 못했을 겁니다. 더구나 이런 일들을 다른 의원들도 암암리에 하고 있다면, 마치 무단횡단을 하다가 걸린 사람마냥 “왜 나만…”이란 생각마저 들 수 있습니다. 꽤 억울할 법도 하죠.
노 의원은 친노계의 대표주자입니다. 청주 흥덕을 지역구에서 3선 의원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도 출마가 유력했습니다. 지난해 1월엔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취임하며 지역에서나 당에서나 국회에서나 영향력 있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꽤 중요한 역할을 감내할 예정이었죠. 당 입장에서는 일단 ‘살리고 보는 게’ 유익했습니다.
그럼에도 더민주는 결단을 내렸고, 여기에서 ‘희망’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갑질은 분명 없어져야 할 악입니다. 당 차원에서 얼버무릴 수 있을 법 한 이번 의혹에 꽤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그만큼 당의 기조가 사회적 이슈들에 열린 귀를 갖고 있다는 뜻도 됩니다.
작은 날갯짓이 폭풍우를 일으키고, 이는 ‘혁신’이 됩니다. 이번 징계로 다른 의원들은 적어도 갑질에 대해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경각심을 갖게 됐을 겁니다. 갑질에 대한 최소한의 예방책이 마련된 셈이죠.
윤리심판원 측은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논의 후 이 같은 결정으로 의견을 모았다. 당사자들 입장에선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엄중한 결정을 내렸다. 어려운 결단이었다”며 이번 결정이 당 차원에서 힘든 결정이었음을 암시했습니다.
근래 야권의 분열과 갖은 헛발질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와중에 이번에 내린 결단이 작게나마 야권에 ‘제대로 된’ 개혁의식을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daniel@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