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황정민은 자신이 출연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을 “생각 없이 키득댈 수 있는 영화”라고 총평했다. 생각 없이 키득대고 영화관을 나온 관객이 개봉 첫날 53만명이다. 이쯤 되면 적어도 찍은 사람은 생각 없이 찍지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황정민은 “영화를 정치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검사외전’에서 황정민이 맡은 변제욱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주변에 휘말린다. 정계 진출을 노리는 우종길(이성민) 차장의 말을 거역하다가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오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한치원(강동원)을 이용해 공작을 펼친다. 4·13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다분히 정치적으로 읽히지만 황정민은 그같은 시선에 관해 “노땡큐”라고 단언했다.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관객이 변제욱이라는 인물에 대해 어떤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막고자 함은 아니죠. 단지 저는 변제욱을 오락영화의 중심축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오락적으로 연기했어요. 쓸 데 없는 부분들은 전부 가지치기를 했죠. 예를 들면 대본상에서 변제욱은 아내도 있고 딸도 있지만 황정민은 해당 설정들을 전부 이일형 감독과 이야기하며 없앴다. 재미있게 놀기 위한 판을 깔려는 준비였단다.
“요즘 연기할 때 보면 제가 가지고 있던 것들을 꺼내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없는 걸 짜내는 느낌이 들어요.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부담스럽죠. 이번에도 고민이 많았어요. 변제욱을 어떤 식으로 연기해야 이 영화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 판이 될까? 어떤 인물로 보여져야 할까? 그리고 영화가 개봉하면 또 스스로에게 묻죠. 내가 이렇게 연기해서 판이 잘 짜여졌나? 하고요.”
황정민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은 어찌 보면 한국 영화들의 얄팍한 수가 다분하다. 황정민이 가지고 있는 캐릭터성, 친근함, 익숙함 등을 철저하게 이용해 관객을 몰려는 영화들의 수작에 ‘매번 똑같은 연기만 한다’는 지적이 배우에게 돌아올 때가 많다. 황정민은 영리한 배우다. 이를 모를 리가 없다. 영화들이 배우 황정민에게 요구하는 틀에 대한 부담이나 거부감은 없었을까. 황정민은 늘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거부감은 없다.
“한국 영화에서 비슷한 장르와 인물들은 늘 있다”는 것이 황정민의 설명이다. 잘 되기 위한, 혹은 관객수를 높이기 위한 틀은 짜여져 있지만 그 위에서 황정민은 항상 다른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단 한 번도 제가 연기했던 인물들 중에 똑같은 인물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비슷한 점도 없고요. 제 연기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지만 항상 관객들에게 다른 매력으로 다가갈 거라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 역할들을 맡는 것이기도 하죠.”
“예전에는 저를 보고 ‘연기 못 한다’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런데 본의 아니게 히트작을 내고, 유명해지다 보니 이제는 저를 보고 못한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지더라고요.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배우예요. 스스로를 감시해야 하죠. 나를 분별하고 거르는 작업이 필요해요. 대본 속에 있는 인물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지 못하니까, 내가 나를 거르고 그 인물에게 다가가야죠. 거부감은 그 다음 문제예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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