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응답하라 징크스’? 지상파 따돌림에 그들만의 왕국 구축한 CJ E&M의 마이너스 쳇바퀴

[쿡초점] ‘응답하라 징크스’? 지상파 따돌림에 그들만의 왕국 구축한 CJ E&M의 마이너스 쳇바퀴

기사승인 2016-02-24 07:00: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첫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다. 두 번째. 나영석 PD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세 번째. CJ E&M의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고정출연한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답은 정해져 있다. 누구든 간에 스타가 된다. 단, 톱스타는 아니다.

수많은 스타들이 tvN을 비롯한 CJ E&M 채널을 거친다. 그리고 주류 아닌 주류가 된다. 이른바 케이블에서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지상파 방송사에서는 볼 수 없는 ‘케이블 스타’다. 가장 가까운 예가 ‘응답하라’ 출연진이다. 케이블을 넘나들지만 지상파에는 유독 유리벽이라도 있는 듯 흔적도 찾아보기 어려운 이들을 일명 ‘응답하라 징크스’라고 부를 정도다.

▲ ‘응답하라’ 징크스? ‘그들만의 세상’ 속에선 두렵지 않아

답은 간단하다. 케이블 채널의 론칭 때부터 유구히 계속돼 온 지상파 채널의 ‘케이블 따돌리기’에 스타들이 희생되는 것이다. ‘슈퍼스타 K’ 시리즈에서 1위를 한 스타는 총 일곱 명. 그러나 그 중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한 가수가 몇이나 되는지를 떠올려 보고, 또 그 가수들이 우승 후 지상파 음악방송에 출연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를 계산해보면 ‘케이블 따돌리기’라는 말이 그리 빈말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응답하라 징크스’도 마찬가지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대박’을 쳤어도 이미 독자 영역을 구축해놓은 스타가 아니라면 지상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의 남녀 여섯 주인공 중 방영 후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서인국과 정은지 정도다. 그나마도 눈에 띄게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프로그램 출연 후 좋은 효과를 얻지 못하니 스타들도 자연스레 케이블 출연을 꺼리게 된다. 그렇게 케이블 따돌리기가 성공을 거두는 듯 보였다.

그러나 판도가 바뀌었다. 따돌림을 당한 tvN, Mnet 등 CJ E&M 계열 채널은 오히려 ‘모두 따돌리기’에 나섰다.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가 그 좋은 예다. ‘꽃보다 청춘’의 스태프는 프로그램을 위해 5개월 전부터 ‘응답하라 1988’의 스태프로 녹아들어가 스파이 역할을 자처한다. 그리고 ‘응팔’의 스태프로 그를 알고 있던 류준열이 식겁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재미를 부여한다. 자체적으로 크로스오버 콘텐츠를 생산하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앞서 해당 채널들이 다양한 시청자 층을 타깃으로 세우고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만들어온 콘텐츠들 덕분이다. 독특한 장르 드라마로 개별적인 영역을 구축하는가 하면, 형식을 달리한 오디션 프로그램들로만 일주일을 꽉 채우기도 했다. 이는 자연스레 채널 자체의 고정 시청자 층을 만들어내는 데에 큰 역할을 했다. 이 고정시청자들은 ‘응팔’을 봐왔기에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에서 더 많이 웃을 수 있다. 또 ‘언프리티 랩스타’를 봤기 때문에 ‘프로듀스 101’의 연습생들이 랩을 하는 모습을 보며 뭐가 부족한지 대번에 깨닫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자들은 아직 CJ를 외면하고 싶다

그래도 아직 숙제는 남아있다. 전국에 동시방영되는 지상파만큼 다양한 연령층이 골고루 보고 있는 채널이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 채널 드라마가 평균시청률 10%를 넘으면 ‘대박’이지만 지상파 드라마가 평균시청률 10% 초반이면 ‘쪽박’이다.

‘그들만의 왕국’이 가지고 있는 약점도 한몫한다. 이미지 소비가 심하기 때문이다. 한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크게 부각되면 그 이미지를 몇 년씩 끌고 가는 식이다. 일례로 배우 정우는 아직도 ‘쓰레기’라는 극 중 별명이 붙어 다닌다. 겨우 ‘옥림이’를 벗겨낸 고아라에게는 다시 성나정이라는 유령이 붙었다. ‘해태’ 손호준은 만재도에 가서도 여전히 해태다. 이렇다 할 타이틀 롤을 다시 뽑아내는 것들이 이들 스타들의 숙제겠지만, 위의 문제 때문에 지상파에서 새로운 배역을 거머쥐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들을 스타로 만든 tvN은 어떨까. 그들이라고 뾰족한 수는 없다. 이들의 이미지 소비를 가장 키운 주체이기 때문이다. ‘쓰레기’라는 판을 키워 놓고 또 다시 같은 배우로 다른 판을 만들기보다 tvN은 새로운 스타에 눈을 돌린다. 스타는 스타인데, 어정쩡한 스타가 되고, 그나마 이후에 쓰임새가 다하는 마이너스 쳇바퀴다. 제작자들이 아직도 이들에게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는 이유다.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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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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