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테러방지법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국회 본회의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25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40시간째 진행 중입니다.
야당의 47년 만의 필리버스터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전날 북한 핵실험 등으로 조성된 최근 한반도 긴장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국가정보원에 테러 용의자 감청·계좌추적 등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해 시작됐습니다.
23일 오후 7시5분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5시간33분)을 시작으로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1시간29분), 은수미 더민주 의원(10시간18분), 박원석 정의당 의원(9시간29분), 유승희 더민주 의원(5시간20분), 최민희 더민주 의원(5시간21분)을 지나 김제남 정의당 의원이 이날 오전 9시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밤을 새워 연설한 은수미 의원은 헌정 사상 국회 최장시간 발언이었던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의 기록(10시간15분)을 깼습니다.
필리버스터가 3일째 접어들었지만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필리버스터 주요 발언을 모은 어록이 등장했고, 격려와 응원 메시지가 쏟아집니다. 보혁 성향으로 나뉜 네티즌들의 격론도 치열합니다. ‘극한 직업 국회 속기사’ ‘마이 국회 텔레비전’ 등 재치 있는 비유도 등장했습니다.
특히 필리버스터 관련 보도가 주목받는 모습입니다. 주요 일간지 사설과 방송뉴스 앵커 멘트를 비교하는 게시물들이 많아 흡사 필리버스터 비평가 공모전을 방불케하는 열기입니다.
김용남 새누리당 의원과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은 필리버스터 유탄을 단단히 맞았습니다. 은수미 의원에게 “그런다고 공천 못 받아요”라고 해 십자포화를 맞은 김용남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표현에 언짢으셨다면 응당 사과를 드려야 맞지만, 앞뒤가 편집된 답답한 상황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제 충심이 왜곡되진 않았으면 하는 것이 제 심정”이라고 적었습니다.
은수미 의원을 향해 “요실금 팬티까지 준비했다는 얘기가 있다. 요실금 팬티까지 입고, 장시간 기록을 세우시겠다고”라는 앵커 코멘트를 내보낸 TV조선도 날선 비판을 받았습니다. 더민주는 “도저히 언론이라고는 할 수 없는 정도의 심각한 막말 저질 방송을 여과 없이 내보낸 것에 대해 즉각적인 사과와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책상을 치게 만든 필리버스터 정국은 언제 마무리될까요. 여야가 테러방지법을 놓고 극한 대치를 하고 있어 쉽게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국가정보원의 숙원 사업인 무차별 감청을 확대하는 방안은 죽어도 수용할 수 없다. 이건 저희 목숨을 건 결의”라며 테러방지법 수정을 재차 요구했습니다. “헌신적인 무제한 토론으로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면서 “우리 당에 아직 100분의 의원이 남았다. 언제든지 5시간도, 10시간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시간이 없다. 오히려 의원들에게 1시간, 2시간, 3시간 이렇게 시간제한을 요청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반면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장이 더민주 예비후보들의 ‘얼굴 알리기’ 총선 이벤트장으로 전락했다”면서 “국민 목숨을 볼모로 한 희대의 선거운동”이라고 밝혔습니다. “8시간이냐, 10시간이냐 오래 버티기 신기록 경신대회로 관심을 끌고 이름을 알리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휩쓸고 있으니 이들의 선거운동이 성공한 듯 싶다”고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