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세요] 강기정 눈물의 필리버스터… 공천배제 불구 5시간 연설, ‘임을 위한 행진곡’ 불러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기정 눈물의 필리버스터… 공천배제 불구 5시간 연설, ‘임을 위한 행진곡’ 불러

기사승인 2016-02-26 10:51: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어쩌면 한동안 국회에 올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공천 배제에 북받쳤던 것일까요. 국회 본회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4일째, 강기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끝내 울고 말았습니다.

야당의 47년 만의 필리버스터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북한 핵실험 등으로 조성된 최근 한반도 긴장을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국가정보원에 테러 용의자 감청·계좌추적 등을 허용하는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해 시작됐습니다.

강기정 의원은 김광진-문병호-은수미-박원석-유승희-최민희-김제남-신경민 의원의 뒤를 이어 25일 오후 8시55분 9번째로 본회의 단상에 섰습니다. 연설 자료가 가득 담긴 쇼핑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연설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강 의원이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면 폭력 의원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 것이고 저의 4선 도전은 또 다른 의미를 가졌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강 의원은 옷소매로 눈물을 닦다 손수건을 건네받고 잠시 등을 보였습니다.

앞서 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광주 서을과 북갑 2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하도록 당 전략공천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광주 북갑은 3선인 강 의원의 지역구로 전략공천 지역 선정은 사실상 공천배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필리버스터 초기에 비해 다소 열기가 식었던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이 때부터 다시 달아올랐습니다. 당의 공천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필리버스터 준비를 열심히 한 강 의원에 대한 격려가 쏟아졌습니다.

사실 강 의원은 인터넷에서 그리 인기가 높지 않습니다. 과거 폭력 사건에 따른 강경 이미지 때문입니다.

전남대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주해방 투쟁위) 위원장과 광주 지역 청년·시민 운동가로 활동하다 2004년 17대 총선 광주 북갑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당선돼 내리 3선을 한 강 의원은 2009년 7월 미디어법 처리 과정과 2010년 12월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했습니다.

2013년 11월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직후 청와대 경호지원을 하던 경찰경호대 요원들과 버스 주차 문제로 충돌하는 등 대표적 강경파로 분류돼왔습니다.

이를 의식한 듯 강 의원은 “제가 아무리 의견을 말하고 소리쳐도 돌아 오는건 ‘폭력적이다’ ‘너무 세다’ ‘친노다’ 라는 이미지 뿐이였습니다”라면서 “하지만 여러분, 우리는 친노 패권정당이 아니라, 운동권 정당이 아니라, 우리는 의를 위한 정당,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강 의원의 필리버스터 중반부는 “인터넷을 보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테못쓰’라고. 테러방지법도 못막는 쓰레기라고 합니다” “마국텔.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저희 국회가 이렇게 관심을 많이 받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돈 받고 그렇게 나쁜 짓하면 안 됩니다. 십알단 분들” 등 숱한 어록의 현장이었습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일일이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강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이 자리가 몸싸움했던 자리가 아닌, 날을 새가면서 토론할 수 있었던 자리가 될 수 있어 감사하다”며 “제가 꼭 한 번 더 이 자리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말한 뒤 노래를 불렀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를 기리는 상징적인 노래이자 이명박 정부 이후 공식석상에서 제창이 금지된 곡입니다. 강 의원은 2013년 5월 7일 국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도 5·18 기념식에서 제창 순서를 없앤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이 노래를 부른 바 있습니다.

강 의원의 5시간5분의 필리버스터는 이렇게 노래로 끝났습니다. 정갑윤 국회 부의장은 강 의원에 “나와줘서 고맙다. 사랑한다”고 격려했습니다. 앞서 이석현 부의장도 “이렇게 뒷모습을 보니까 참 외로워 보이고 고독해 보인다”면서 “당신 참 순수한 사람인 것 내가 안다. 용기 잃지 마시고 더 열심히 해서 국민으로부터 더 큰 인정을 받고 무엇보다 스스로 양심에 만족할 수 있는 의정 활동 하시기를 바란다”고 강 의원을 북돋아줬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 또한 자신의 트위터에 “강기정의 필리버스터를 보느라니 마음이 짠합니다”라면서 “공천배제라는 말이 당에서 나오고 있는데도 당을 위해 있는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광주가 어려울 때 끝까지 당을 지켰던 사람답습니다. 강기정 멋있다. 힘내라”라고 적었습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강 의원의 어록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동영상이 계속 언급되고 있습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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