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생애 첫 오스카 수상에 전 세계 인터넷이 달아올랐다.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진행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시작 전부터 디카프리오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디카프리오가 레드카펫에 등장하면서부터 SNS에는 그의 일거수일투족과 관련된 글이 쏟아졌다. 다른 부문 시상이 이뤄질 때도 디카프리오 게시물은 멈춰지지 않았다. 온갖 패러디 이미지와 영상이 등장했고 수상 여부를 두고 내기를 하는 SNS 계정도 있었다.
디카프리오는 1993년 ‘길버트 그레이프’를 시작으로 2004년 ‘에비에이터’, 2006년 ‘블러드 다이아몬드’, 2013년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4차례나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1997년 ‘타이타닉’은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14개 부문 후보로 역대 최다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정작 주연을 맡은 디카프리오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날 디카프리오가 4전 5기 끝에 마침내 영화 ‘레버넌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자 SNS는 축하 메시지로 가득했다.
디카프리오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아카데미 측에 감사드린다. 다른 후보들에게도 존경을 보내고 싶다”면서 “‘레버넌트’는 훌륭한 제작진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톰 하디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 초월적인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게 해 줬다. 감사하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 인류 모두가 직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인류 모두를 위해 나서야 한다. 욕망의 잔치 속에서 목소리가 묻힌 이들에게 힘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내는 기립박수가 가득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각본상은 ‘스포트라이트’에게 돌아갔다. 감독상은 ‘레버넌트’를 연출한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 여우주연상은 ‘룸’의 브리 라슨이 받았다.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차지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편집상과 의상상 등 6관왕에 올랐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생애 첫 오스카 음악상을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 최초로 외국어영화상 시상을 맡은 이병헌은 할리우드 여배우 소피아 베르가라와 함께 무대에 올랐다. 다소 긴장한 듯 보였으나 침착하고 여유롭게 시상을 마쳤다. 유창한 영어실력이 돋보였다. 이병헌은 현지 인터뷰에서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시상식 시상자로 처음 나선다는 사실이 놀랍고 기쁘다”면서 “브루스 윌리스, 존 말코비치, 캐서린 제타존스 등 할리우드 동료들과의 작업은 늘 즐겁고 유쾌했다”고 전했다.
영화 ‘유스’의 삽입곡 ‘심플송'이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조수미는 수상이 불발됐다. 당초 조수미는 무대에 올라 이 노래를 부를 예정이었지만 시간관계상 이마저도 빠졌다.
이날 시상식 진행을 맡은 흑인 배우 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인종차별 논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남녀 주·조연상 4개 부문 후보 전원이 백인 배우로 채워져 ‘백인만의 잔치’라는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크리스 록은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면서 “그럼 난 실업자가 된다. 그리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흑인 후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다면 차라리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연기로만 얘기하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우리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등한 기회를 원할 뿐이다. 그것이 전부”라면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매년 좋은 연기로 후보에 오르지만 흑인들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도 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올해부터 수상 소감을 45초로 제한하면서 감사 인사 명단을 자막으로 내보내는 제도가 도입됐다. 수상자가 선정되면 수상자 이름 다음에 ‘∼에게 감사드린다’ 문구와 함께 수상자가 미리 써서 보낸 감사 인사자들의 이름이 노출되는 방식이다.
다음은 제88회 아카데미(오스카) 전체 수상자(작).
▲최우수작품상=‘스포트라이트’
▲감독상=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레버넌트)
▲남우주연상=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레버넌트)
▲여우주연상=브리 라슨(룸)
▲남우조연상=마크 라이런스(스파이 브릿지)
▲여우조연상=알리시아 비칸데르(데니쉬 걸)
▲각본상=‘스포트라이트’
▲각색상=‘빅쇼트’
▲미술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의상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분장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촬영상=‘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편집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음향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음향편집상=‘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시각효과상=‘엑스마키나’
▲단편애니메이션상=‘곰 이야기’
▲장편애니메이션상=‘인사이드 아웃’
▲단편다큐멘터리상=‘어 걸 인 더 리버: 더 프라이스 오브 포기브니스’
▲장편다큐멘터리상=‘에이미’
▲단편영화상=‘말더듬이’
▲외국어영화상=‘사울의 아들’
▲음악상=‘헤이트풀8’(엔니오 모리꼬네)
▲주제가상=‘007 스펙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