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미국의 AT&T(유·무선 1위)-디렉TV(위성방송 1위), 스페인의 텔레포니카(유·무선 1위)-카날 플러스(위성방송 1위), 독일의 보다폰-카벨 도일칠란드(MSO 1위) 등 통신·방송 기업 간 인수·합병이 승인된 사례를 나열하며 ‘글로벌 트렌드’라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방송 이종 간의 결합은 하나의 대세적 흐름”이라며 “불허된 일부 사례도 각 국가의 특수한 상황 등이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와 3위 타임워너케이블(TWC) 경우역시 경쟁제한성 이슈가 아닌 정부 정책과 주파수 문제로 촉발된 자진 철회라는 것이다.
반면 KT와 SK텔레콤은 해외에서도 경쟁제한성이 존재하는 인수·합병 시도는 수차례 불허됐고 허용되더라도 강도 높은 조건이 부여됐다고 맞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허용 사례로 주로 인용되는 AT&T와 디렉TV 경우는 사업 영역에서 겹치는 부분이 없어 이용자 편익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된 것”이라며 “국내 경우는 초고속인터넷, 유료방송, 알뜰폰 등 많은 부분이 겹치는 만큼 보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에 박차를 가하며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있다.
해외 사례 중에서도 중요하게 고려되는 미국 사례부터 살펴보면 2011년 3월 AT&T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 했을 때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법무부 반독점국(DOJ)는 시장 경쟁 저하를 불러오고 이용자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고 소송을 제기해 무산시켰다. 당시 FCC는 합병하면 경쟁업체 수가 줄어 독과점 우려가 있고 일자리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FCC는 지난해 미국 케이블TV 1위 컴캐스트와 3위 타임워너케이블의 합병 시도에 대해서도 유로 방송시장의 30%, 초고속 인터넷 시장 57%를 확보하게 돼 단일 업체의 세력이 너무 커질 것을 우려해 불허했다.
FCC는 그러나 2014년 5월 AT&T가 다이렉TV를 인수하겠다고 나섰을 땐 유선방송과 위성방송 간 합병으로 경쟁제한성이 적다고 판단해 조건부 승인했다. FCC는 AT&T의 인터넷(IP)TV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인 만큼 결합상품 경쟁이 촉진될 것으로 봤다. 다만 초고속인터넷 회선 도달가구를 1200만개까지 확보하도록 하는 등 AT&T가 제안한 광대역망 투자, 망 중립성 보장, 저소득층 할인 등 조건을 4년간 부여했다.
프랑스 당국은 지난해 10월 초고속인터넷 1위 뉴메리케이블이 이동통신 2위 SFR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초고속인터넷 시장 구조 변화, 사업자수 축소, 지역 독점화 등의 경쟁 제한 요인을 파악한 후 유선 도매제공, 공동투자 협정 유지, 지역 자회사 매각 등의 의무를 부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삼익악기-영창악기, 대선주조-무학 사례 등 가격인상 요인이 있거나 경쟁제한성이 있는 기업 결합은 불허해왔다”면서 “합병이 허용된 해외 사례도 각 당국은 경쟁제한성을 고려해 강력한 조건을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보면 많은 통신·미디어 기업들이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번 건도 성사되면 국내 미디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중규 공정위 기업결합과 과장은 “해외사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대로 하겠다가 아닌 참고하는 정도”라며 “우리나라 업계 상황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해서 불허 결정이 나는 것도 아니다”며 “그것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찾아보고 디자인 하는 게 저희의 목표”라고 답해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내비쳤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1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공정위, 방송통신위원회에 인수·합병 신청서를 제출했다. 공정거래법상 심사기한은 30일이지만, 필요에 따라 9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또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검토하는 시간(자료보정 기간)은 120일에 포함되지 않아 심사기한은 더 늘어날 수 있다. ideaed@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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