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알파고가 ‘이세돌 맞춤형’으로 제작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한국기원이 드러난 문제점들에 불만을 제기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기원은 이번 대국에 앞서 알파고에 관한 정보를 구글 딥마인드에 요청했다. 특히 알파고가 이세돌의 정보를 토대로 맞춤 제작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빗대 다른 한국 프로기사와의 경기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축구로 비유하자면, 마치 A팀이 B팀의 모든 정보를 훤히 알고 있고, B팀은 A팀의 존재조차 모른다면, 이건 공정한 경기라고 할 수 없다”면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 심각한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 사무총장은 “알파고는 정체를 철저히 숨기고 있지만, 이미 공개된 이세돌 9단의 모든 기보를 데이터 형태로 확보하고 있다”며 “이세돌 9단은 자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아는 상대와 싸워야 한다. 페어플레이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세돌은 10년 이상 바둑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그의 기보는 몇 천 건 이상이 공개돼있는 상태다. 알파고는 이미 해당 데이터를 공부하고, 이 외에도 3천만 건 이상의 기보를 데이터로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사람과 달리 한 달만에 100만 번의 대국을 자체 시뮬레이팅하는 과정에서 단 한번도 외부에 그의 대국정보가 노출된 적은 없었다.
앞서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 제안을 받을 당시 “구글 측에서 일단 계약서에 서명해야 대결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준다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9일 대국이 있기까지 알파고에 대한 대국정보를 접하지 못했다.
딥마인드가 알파고의 기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네이처’에 알파고 논문을 싣고, 판후이 2단과의 대결 기보를 공개했다.
그러나 당시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확연히 다르다. 사람마다의 성향이나 패턴은 한 달 새에 바뀌기 힘들지만, 컴퓨터는 다르다. 두 달여 만에 알파고는 엄청난 수정작업이 있었다.
양 사무총장은 “IT 전문가들이 이번 대국의 불공정성을 놓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면서도, “바둑 기사는 승부사다. 지고서 변명하기를 싫어한다. 자신이 약해서, 자신이 잘못해서 졌다고 인정하는 것이 기사의 미덕이기 때문이다. 이세돌 9단도 승부사로서 이번 대국 결과에 승복할 테지만 한국 바둑을 대표하는 한국기원은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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