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페이스북에 댓글 하나를 남겼다가 코너로 몰렸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13일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 페이스북에 직접 댓글을 적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부기장 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느 분이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라면서 비행 전 수행절차를 짚는 글을 올렸습니다.
김씨는 국제선의 경우 이륙 최소 2시간 반 전부터 일을 시작하고, 비행 전날에도 집이나 숙소에서 비행 관련 준비를 한다고 적었습니다.
이에 조 회장은 “전문용어로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기상변화는 오퍼레이션센터에서 분석해준다”면서 “조종사는 GO, NO GO(가느냐, 마느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파일럿으로 가는데”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라면서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라고도 했습니다. 린드버그는 1927년 세계 최초로 대서양 무착륙 단독비행에 성공한 위대한 비행가 찰스 린드버그를 말합니다.
이 댓글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상에선 진짜 조 회장이 맞는지 의문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조 회장 본인이 맞았습니다. 14일 조 회장의 댓글은 삭제됐으나 캡처한 사진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허위 사실을 적어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며 조 회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외국 항공사는 몰라도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다”면서 “조 회장이 조종사들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 진심으로 놀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또 “대한항공은 조종사들이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는 스티커를 붙였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노조 위원장과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했는데 정작 회장은 잘못된 정보로 조종사들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 아니냐”고 조 회장과 사측을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