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검증서 ‘눈물 한 방울 안 흘린’ 원영이 부모

현장검증서 ‘눈물 한 방울 안 흘린’ 원영이 부모

기사승인 2016-03-14 18:56:55
평택 실종 아동 암매장 사건의 현장검증이 진행된 14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의 피의자 주택에서 현장검증을 마친 계모 김모씨가 경찰차량에 타고 있다. 국민일보 구성찬 기자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왜 욕실에 가뒀느냐” 질문에 “말 안 들어서요”, 기자들도 혀 내둘러

조금이라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했지만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의붓아들 신원영(7)군을 끔찍하게 폭행하고 학대해 결국 숨지게 한 계모 김모(38·사진 모자·마스크 착용)씨.

14일 오후 2시부터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의 한 빌라 안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김씨는 욕실 안에서 범행을 재연해가며 “이렇게 때렸더니 이렇게 넘어졌다”며 무덤덤한 말투로 설명했다.

김씨는 앞서 검증 현장에 오기 위해 호송 차량에 오르기 전에도 취재진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기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왜 욕실에 가뒀느냐”고 물었다. 이럴 때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대답을 아예 안 하거나 “죄송하다”며 답변을 피한다. 그런데 김씨는 “말을 잘 안 들어서요”라고 대답했다. 기자들도 혀를 내둘렀다.

친부 신모(38)씨 “학대를 알고도 왜 방치했느냐”고 묻자 “원영이한테 미안하다”고 답했다. 그는 다른 질문에도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신씨도 원영군이 학대당하는 것을 방관하던 장면을 욕실 앞에서 재연했고, 자신이 화장실에 들어가면 욕실 바닥에 앉아있던 원영군이 벌떡 일어나 벽을 보는 모습을 설명했다.

신씨와 김씨는 같이 시신을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에 방치해뒀다가 야산에 암매장하기 위해 옮겨가는 장면, 평택시 청북면 야산에서 원영군의 시신을 암매장하는 모습도 태연하게 재연했다.

경기 평택경찰서 박덕순 형사과장은 “둘 다 비교적 차분하고 담담하게 상황을 재연했다”며 “눈물을 흘리거나 심경의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얼굴을 공개하라” “가만히 있던 아빠가 더 나쁘다”는 등 고성과 욕설을 쏟아냈다. ‘살인죄를 적용하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나온 엄마들도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격앙된 나머지 폴리스라인을 넘어서 경찰관들이 막아서는 등 한때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 9일 계모 김씨와 친부 신씨를 각각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3개월 간 원영이를 욕실 안에 가둬놓고 무참히 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한, 신씨는 아내의 이런 학대 사실을 알면서도 만류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원영군이 사망한 후 시신을 10일간 베란다에 방치했고, 지난달 12일 밤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도 받고 있다. afero@kukimedia.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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