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자궁냄새’가 칭찬이었다고? “‘깜둥이 치고 머리 좋네’가 칭찬인가요?”

[친절한 쿡기자] ‘자궁냄새’가 칭찬이었다고? “‘깜둥이 치고 머리 좋네’가 칭찬인가요?”

기사승인 2016-03-23 12:52: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자궁냄새’의 파문이 가시지 않습니다. 쏜애플의 보컬 윤성현이 했다고 알려져 논란을 낳은 발언들은 하나마나한 사과에 가려지지 않고 여전히 여러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죠.

지난 22일 쏜애플의 소속사 해피로봇레코드 이종현 대표는 “쏜애플과 윤성현 님의 일련의 이슈와 기사들로 인해 피로감은 물론 큰 실망감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해당 글에는 처음 윤성현의 발언이 SNS상에 회자되게 된 기제와 회사 측의 입장이 담겨있었죠. 또 “윤성현은 여성혐오주의자가 결단코 아니다”라며 “내용에 등장한 오지은 님이 쏜애플과 같은 소속사의 동료 아티스트였었는지조차 윤성현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자궁냄새는 여성비하 발언이 아니며 윤성현이 같은 사물이나 상황을 바라봄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표현이나 일반적이지 않은 언어를 자주 쓰기도 한다”고 해명했죠.

그렇다면 정말 윤성현은 여성혐오주의자가 아니며, 자궁냄새는 여성혐오 발언이 아닐까요? 해당 발언은 “자궁냄새가 나는 음악임에도 오지은의 음악은 좋다”는 칭찬이었다고 하네요. 이에 관해 여성 뮤지션 오지은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혐오발언이라는 것은 ‘깜둥이 치곤 머리가 좋네, 황인종 치곤 운동 잘하네’라고 말하는 것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며 “‘내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왜 그렇게 받아들여’라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라고 통렬히 지적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당시 인사도 했고 공연장에서 얼마 전 마주쳐 인사했다”는 오지은은 “설사 몰랐다고 해도 변명의 대상이 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자궁냄새’라는 단어가 자신에게 미치고 있는 폐해를 전했죠. “얼마 전 녹음을 하는데 노래하다가 문득 ‘아 이런 노래를 가지고 누군가는 자궁냄새 난다고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오지은은 “혐오발언의 끔찍한 효과고, 인디 퇴갤한다”며 은퇴를 암시하며 글을 마무리했죠.

이쯤에서 대중은 ‘혐오’라는 단어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꼭 눈앞에서 끔찍하게 싫어하거나 혹은 싫은 티를 내야만 혐오가 아니기 때문이죠. 혐오에는 무의식적 폄하와 차별, 생각 없는 비난이 모두 포함돼있습니다. 여성의 생식기관인 ‘자궁’과 결합한 ‘냄새’라는 단어에서 무의식적 폄하를 읽은 사람이 극히 일부였다면 이번 발언은 이렇게까지 큰 논란이 됐을까요.

가장 놀라운 것은 깔끔한 사과보다 해명에 더 치중하는 윤성현 측의 태도입니다. 처음 윤성현이 트위터에 올렸던 사과부터 해피로봇 측의 페이스북 사과문까지 이 태도는 매우 일관적이죠. 예의에는 설명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들 중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 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아, 친구한테 전화가 왔네요, 이 친구는 저와 절친한 사이인데 정말 급한 일이 있나 봐요!”하고 다른 관객들에게 설명부터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듯이.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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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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