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검의 ‘황제 출장 조사’ 이후 381일 만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특검 첫 조사에서 5가지 혐의에 대해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7일 김 여사는 전날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에서 7시간 넘게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지만 “주가 조작은 몰랐다” “공천에 개입한 적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여사가 혐의 일체를 부인하자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추가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전격적으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사는 2009∼2012년 무렵 벌어졌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부터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전후에 벌어진 명태균씨 등의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한 각종 이권 및 현안 청탁 의혹 순으로 진행됐다.
특검에서는 한문혁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장검사(사법연수원 36기) 등 앞서 검찰 단계에서부터 해당 의혹을 수사해 온 베테랑 검사들이 직접 신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순서로 진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에서 특검은 김 여사가 사전에 주가조작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등이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한 조사도 이뤄졌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명씨로부터 2022년 대선을 앞두고 3억18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받은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여사는 “여론조사는 명씨가 일방적으로 보낸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 현안을 청탁하면서 건진법사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건넨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와 샤넬백, 샤넬 신발 등의 향방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여사는 “선물 받은 적 없고 청탁관계 역시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또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김 여사가 착용한 6000만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와 김 여사의 오빠 김진우씨 장모 집에서 발견된 모조품이 동일한 물품인지도 물었다고 한다. 김 여사는 “반클리프 목걸이의 경우 모조품이 맞고, 모친(최은순 씨)에게 선물한 것을 다시 빌려 찼던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상 500만원이 넘는 귀금속은 재산 신고를 해야 하지만, 애초 최 씨에게 빌린 것이어서 재산신고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검 안팎에선 아직 김 여사를 상대로 조사할 혐의가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김 여사를 최소 한 차례 더 부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검법상 김 여사 관련 수사 대상만 총 16개로,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과 집사 게이트 및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사 특혜 의혹 등에 대해서도 김 여사 진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