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박’ 자처했던 이재만·유재길, 이들은 왜 ‘고해성사’ 했을까

‘진박’ 자처했던 이재만·유재길, 이들은 왜 ‘고해성사’ 했을까

기사승인 2016-03-28 19:16:55
사진=국민일보 DB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진박’을 자처하며 당선이 유력시되는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했던 이들이 후보등록에 실패한 뒤 줄줄이 “진박이었던 적이 없었다”고 반박하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구 동구을 단수공천 받은 이재만 후보는 지난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당시는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직인을 거부한 채 부산으로 내려간 터였다. 이 후보는 “잠을 뒤척거리며 상황을 지켜봤다”며 “새누리당이 문민정당, 공당으로 (날인에 서명하지 않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목을 끈 건 바로 다음에 나온 말이다. ‘진박특혜’를 받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 이 후보는 “저는 진박이라는 말 자체가 어디서 나왔는지 잘 모르겠다”며, “제가 진박이 된 것도 어떻게 됐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진박이라는 그 테두리에 제가 들어간 적도 없고,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대구시의 일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왜 진박이 됐는지 저도 모른다. 그게 다 언론이 그렇게 만들어 가 버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진박연대’ 6명이 식당에서 회동한 것에 대해서는 “그 자리가 그렇게 (진박들의 모임인 줄을) 몰랐고, 다만 제 옆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종섭 후보가 새누리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한 번 미팅을 하면 좋겠다 해서 갔지, 그 자리에 진박 6명이 모인다는 내용 자체도 몰랐다”고 밝혔다.

이 말을 한 다음날 그는 공천에서 멀어졌다. 김 대표와 당 내 최고위원간의 협의에 따라 대구 동구을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됐기 때문. 발표 직후 그는 새누리 당사를 찾아 김 대표 등 최고위원과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문전박대’ 당했다. 이 후보는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정말 분하다”며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은평을 출마가 무산된 유재길 후보는 아예 문구로 “나 진박 아니오”라고 밝혔다. 유 후보는 후보등록이 무산된 뒤 공천자 대회가 열리는 의원회관에서 ‘나는 친박-비박이 아닌 북한 민주화 운동가, 무공천은 위법’이란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유 후보는 이재만, 유영하, 정종섭, 추경호 등과 함께 ‘진박 5인방’으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공천이 좌절되자 “도저히 수용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며 애초에 진박-비박을 논할만한 소속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무소속 출마조차 하지 못한 유 예비후보는 은평을 지역구 선거 중지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뒤 선거무효 소송을 연이어 제기할 예정이다. 그는 “법률자문도 이미 받았다”며,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대비되게 ‘진박’을 자처한 끝에 지역구 후보 등록에 성공한 이들은 ‘더(more) 진박’이 됐다.

대구 달성에 나서는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는 새누리당 선대위 발족식을 겸한 공천자대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구 주민들은) 진정으로 누가 고향발전을 위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일꾼인가를 판단을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누가 혼신의 힘을 다 할 수 있는 일꾼인가를 (주민들은)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무소속연대 바람의 중심점은 지극히 미약하다”고 말했다.

대구 동갑에 후보로 등록한 정종섭 후보는 “자기의 철학이 새누리당과 맞지 않으면 새누리당을 나가는 것”이라며, “분명하게 정체성에 맞도록 행동 해줘야 되고 그것을 약속 해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서 ‘정체성’은 이제는 ‘비박’이 된 유승민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할 당시 최고위원 사이에서도 오갔던 말이기도 하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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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니엘 기자 기자
daniel@kmib.co.kr
이다니엘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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