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날 보러 와요’ 강예원 “‘도가니법 ’처럼 정신보건법 24조 개정됐으면”

[쿠키인터뷰] ‘날 보러 와요’ 강예원 “‘도가니법 ’처럼 정신보건법 24조 개정됐으면”

기사승인 2016-04-06 17:16: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강예원에 대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인식은 어떨까. 혹자는 ‘해운대’에서의 김희미를 떠올릴 것이고, 혹자는 ‘진짜 사나이’의 4차원 강예원을 떠올릴 것이다. ‘날 보러 와요’의 강예원은 기존의 강예원을 모두 지워버릴 만큼 강력하다.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강예원은 “‘날 보러 와요’가 내 인생관을 통째로 바꿨다”고 말했다.

‘날 보러 와요’에서 강예원이 맡은 역할 강수아는 어느 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동에 갇히게 되는 캐릭터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납치돼 눈이 가려지고 입도 막힌 채 정신병원에 던져진 수아가 목도하는 것은 비일상이다. “나는 정상이다, 내보내 달라”라고 병원 직원들에게 호소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폭력과 “여기 환자들 다 그렇게 말한다”는 대답뿐이다. 수아에 대해 강예원은 “소모되지 않은 캐릭터 같아서 좋았다”고 시나리오 선택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서 흥행한 대부분의 스릴러 영화는 남성 중심이에요. 저 말고도 많은 여배우들이 그렇게 느끼겠지만 스릴러 영화에서 여배우가 설 곳은 별로 없어요. 영화를 돌아가게 하는 장치로 사용되거나, 영화 속의 트로피 같은 캐릭터로 쓰이죠. ‘날 보러 와요’의 수아는 차별점이 확실했어요. 영화의 주역이죠. 한 장면을 나와도 그냥 소모되는 캐릭터는 싫었지만 수아는 주체적으로 살아있는 인물이에요.”

충무로에서 영화를 찍어 본 여배우라면 모두가 느끼는 한계점을 부순 캐릭터였다. 탐나는 캐릭터였지만 그만큼 두렵기도 했다. “제가 여태까지 다른 작품에서 하던 대로의 연기로는 감당이 안 되는 캐릭터였어요. 촬영 전에 캐릭터를 이해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크랭크 인을 하고 연기를 하는데도 제가 맞게 연기를 하고 있는지, 틀렸는지 정답을 모르겠더라고요. 촬영하는 동안 엄청나게 많이 울었어요. 내가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수아를 연기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수아가 되려고 노력하는 대신 강예원이 선택하는 것은 자신을 놓는 것이었다. 한여름, 에어컨 하나 없는 폐쇄된 빌딩에서 정신병동에 갇힌 환자가 되니 땀이 줄줄 흘렀다. 땀을 닦고 싶다는 기본적인 욕구까지 관뒀다. 정신병동 세트 속에 있는 강수아에게 주어진 방에서 멍하니 앉아 있다 보니 점점 강수아가 됐다. 벌레가 기어다니고 땀이 흐르는 극한의 환경에서 강예원에게 든 생각은 ‘아,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다’였단다.

“촬영이 끝나고 나니 강예원으로 돌아가는 게 두려울 정도였어요. 강수아라는 인물에게 너무 빠져버려서요. ‘강예원 너, 앞으로는 어떻게 연기할 거니?’하는 물음을 강수아가 제게 던졌어요. 제가 이제껏 이렇게 연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성도 하게 되고, 내가 배우로서 더 잘 살아야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수아가 제 인생관을 통째로 바꾼 셈이죠.”

‘날 보러 와요’의 터치는 거칠지만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만큼 강력하다. 현행법상 정신보건법 24조에 의하면 멀쩡한 사람도 보호자 2명, 혹은 보호자 1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소견서만 있다면 정신병원에 갇히는 것은 합법이다. 그 때문에 악용되는 법이기도 하다. 수아 또한 영화 속에서 결국은 재산 때문에 병원에 갇히는 인물이다. 강예원은 “가능하다면 ‘날 보러 와요’로 인식이 바뀌어 법이 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멀쩡한 사람을 재산 때문에 병원에 평생 가둬 놓는다면 어떨까요.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 같아요. ‘도가니법’처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rickonbge@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쿠키영상] 온몸으로 아들을 보호한 중국 엄마


[쿠키영상] 이달 출시한 VR기기…"다양한 가상 현실 즐겨요"


[쿠키영상] "남편이 그물에 걸렸어요" 가시복의 사랑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