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K그룹 정우현 회장은 한마디로 ‘사과하는 법’을 모른다.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이 그룹의 정 회장은 최근 경비원을 폭행했고, 파문이 커지자 지난 5일 미스터피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피해를 입은 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일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합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정우현’
이번 정 회장의 사과문에는 ‘땅콩회항’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세 줄도 안 되는 사과 쪽지에 적혀 있던, 받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의 의존 명사인 ‘님’이나 ‘올림’도 전혀 없다.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언급도 하나도 없다.
사과문에는 ‘피해를 입은 분께’, ‘그리고 많은 분께’가 등장한다. 전자는 정 회장이 이 달 초에 건물의 문이 잠겨 있다는 이유로 뺨을 두 차례나 때린 경비원 A씨(58)를 의미한다. 하지만 후자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입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인지, 언론을 통해 소식을 듣고 마음이 상한 국민(소비자)들인지 알 수 없다. 사과의 대상을 애매하게 표현했다는 것은 사과의 마음도 깊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과를 받는 입장에서는 무너진 자존감을 보상받기를 원할 것이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자신에게 다가와 하나하나 자존감의 벽돌을 다시 세워서 올려 줘야 자존감이 세워졌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가해자가 진심을 담아서 만든 건지 아니면 전혀 모르는 또 다른 타인이 만든 것인지 모를 인위적인 사과문을 들이대면 무너진 자존감에 더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이번 사건으로 아무 잘못 없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회사 이름에 책임감을 느낀 점주들이 본사 앞에서 정 회장을 대신해 사과했다. 정 회장과는 달리 이 점주들은 사과의 대상이 분명했다. 폭행을 당한 경비원에게 사과를 했고, 이 사건으로 또 다시 갑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회장인 정 회장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회사의 이미지가 실적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점주들은 사과하는 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편지를 보내던 시절, 우린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 편지지를 고를 때부터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종이가 어떤 것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 종이에 받는 사람을 쓸 때 그 대상의 앞과 뒤에 ‘00하는’, ‘에게’, ‘께’ 같은 표현들에 많은 생각과 고민을 더했다. 그런 시간을 통해 구체적이고 깊은 마음이 손끝을 통해 종이 위로 내려앉게 된다. 심지어 상대방이 좋아할 글씨체와 단어까지 고려하며 글을 쓴다. 이처럼 글을 쓰는 동안 ‘나(I)’가 아닌 오직 편지를 읽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글이 구체적이고, 글을 쓰는 사람의 부끄러움까지 그대로 드러내게 돼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사과문에는 ‘무엇을’ 사과하는지, ‘어떻게’ 심려를 끼쳤다는 것인지, 스스로의 잘못에 대해서는 하나도 언급되지 않았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자존심은 자존감과 다르게 스스로가 아닌 남(타인)이 자신을 알아봐주길 원하면서 ‘자만심’을 가지게 되는 것을 말한다.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존재(자아)가 타인에 의해 불려지거나 알려져야만 만족하는 것이 바로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그 이름(정우현)을 모든 국민이 알아봐 줄 것이다. 그런데 긍정이 아닌 부정으로 알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시 사과문을 작성하고 또 작성해야 할 것이다.
진심을 담아 수 십장을 써도 모자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야 뺨 맞은 경비원 A씨의 자존감이 조금 회복되고 기분 상한 국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제문화대학원대학교 상담사회교육전공 이재연 교수
정리=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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