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동네 어떻게 알았지?…“포털 지역구 광고, 불법 소지 높아”

우리 사는 동네 어떻게 알았지?…“포털 지역구 광고, 불법 소지 높아”

기사승인 2016-04-12 08:00:55

[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경기도 고양시에 사는 Y씨는 최근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리둥절한 경험을 했다. 전국 253개에 달하는 지역구 중 정확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후보가 우측 광고란에서 나타났기 때문이다. F5(새로고침)를 눌러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전국단위의 정당 광고가 간간이 나오긴 했지만 지역구 광고로는 자신이 거주 중인 곳의 후보가 정확히 노출됐다. 마치 본인의 거주정보를 채취 당한 듯한 느낌에 기분이 상했지만 별달리 손쓸 방법은 없었다. 해당 포털 사이트에서 로그아웃도 해보고, 이용자 정보를 수정해보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후보들의 유세가 한창이다. 특히 근래에는 온라인상에서의 유세가 부각되고 있다. 선거운동을 위해 SNS를 활용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가 하면,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노출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지역구 후보 광고를 보는 이들은 찝찝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수 년 간 논란이 됐던 ‘개인정보 수집’이 자신도 모르게 이뤄진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네이버에 2007년쯤 가입했다는 N씨(서울 서대문구)는 “위치기반 광고에 동의했는지 약관내용을 확인해보려고 1시간 넘게 찾다가 포기했다”며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후보 광고가 뜨는 건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지난달 9일 “네이버를 통해서도 선거광고를 게재하게 된다”면서 국회의원 선거 광고를 예고했다. 네이버 기업 공식 블로그인 ‘네이버 다이어리’에 따르면 후보자 광고는 해당 선거구에서의 당선을 목적으로 하는 선거광고로 특정 지역 혹은 선거구를 대상으로 노출된다. 네이버는 “후보자 광고는 이용자의 IP정보로 해당 지역을 추정해 노출시키는 지역 타깃 광고”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제82조의7에 따라 인터넷상에 선거 광고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유권해석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네이버 측은 위치정보 수집에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제22조 제2항과 자사 개인정보취급방침 등을 들며, “IP정보의 경우 자동 생성된 정보로 이용자의 동의 없이 수집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IP 기반의 지역타깃 광고는 네이버, 다음, 구글, 페이스북 등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범용화 된 광고 방식”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특별히 공지사항을 내걸진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국회의원 선거 지역구 후보자 광고를 노출하고 있다.

카카오측은 “IP 기반의 지역구 후보자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법무법인 서로(seolaw)의 조태진 변호사는 네이버 측이 정보수집 근거로 제시한 정보통신망법 제22조 제2항에 대해 “의미가 무엇이며, 그 범위가 어떠한지에 대해서는 판례나 하위 법령 등에서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바가 없어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당초 위치정보 수집에 관해서는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해당 법률에서는 위치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 등과 관련해 개인위치정보주체 즉, 이용자 개개인의 별도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별도의 동의 없이 이용자의 위치정보 등을 수집, 이용, 제공하는 것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된다”고 분석했다.

넥스트로(nextlaw)의 박진식 변호사는 “네이버 등이 IP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정보통신망법 제22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하는 경우로 볼 수 없다”면서, “자신의 다른 서비스, 마케팅을 위해 수집하는 것을 ‘계약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로는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당사자의 동의와 법률에 의한 경우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로그인을 하지 않은 상태거나 회원가입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면 이는 위법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의 정보를 수집한다며 개인정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누구의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IP정보가 특정 개인을 지칭하진 않지만 그것을 활용한 광고는 특정인을 타깃으로 삼는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가 사용자의 동의를 얻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 관계자는 “비식별 정보의 사용은 한정적으로 가능하다”면서도, 이를 마케팅 효율성 제고 등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모르는 ‘불특정 개인정보’ 수집, 그리고 무분별한 활용

최근 테러방지법이 도마 위에 오른 이유는 정보수집의 공공성 때문이다.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 제9조(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 등)에 따르면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 금융거래 및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정보수집이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반박했다. 기존 공공성 의도와 다르게 민간사찰과 같은 감시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이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정보수집이 사전 동의 없이 활용되는 것은 쟁론의 여지가 있다. 해당 업계에 종사 중인 한 관계자는 “회원가입을 진행할 때 이용자도 모르게 약관에 동의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조언한다. 로그인을 하면 이미 위치정보 활용에 동의한 것이고, 로그인을 안 했다면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일반 유저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Y씨는 “인터넷을 켜면 최소 2~3번 이상은 내가 사는 지역구 후보자 광고를 본다”면서, 본인의 정보가 노출된 듯한 인상에 기분이 좋진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지난 3일 쿠키뉴스에서 ‘새로고침’으로 진행한 자체 표본조사에 의하면 서울시 서대문구 기준, 한 지역구 후보의 광고는 60회 중 26회 노출됐다. 조사 과정에서 박람회, 자동차, TV프로그램, 의류 등 총 15개 광고가 노출됐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IP와 같이 개인으로 특정할 수 없는 정보가 개인정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나 서비스 이용 주체가 사람이란 점에서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주장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미국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lectronic Privacy Information Center)의 데이비드 제이콥스(David Jacobs) 연구원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설령 모두가 열람할 수 있는 정보라고 해도, 이를 사용하는 것은 또 다른 프라이버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P 정보수집’은 어디까지? 날씨, 부동산, 지도 사용했던 유저들도…

‘네이버 다이어리’ 공지에 따르면 이번 선거 지역구 광고에는 날씨, 부동산, 지역검색 등을 사용한 적 있는 유저들의 위치정보가 활용됐다. 네이버는 “모바일에서는 와이파이 환경이 아닌 경우 날씨, 부동산, 지역검색 등에 설정된 위치 정보를 기준으로 광고가 노출됐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수집한 개인 정보를 마케팅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위치정보 내역을 ‘비식별 정보’라는 변칙으로 둔갑해 마케팅에 활용한 셈이다.



사전 동의 없는 마케팅 활용은 논란의 소지가 높다. 최근 위치정보를 활용한 앱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지만, 이들은 설치와 동시에 ‘위치정보 마케팅 활용 동의여부’를 묻는다. 이용자가 이를 동의할 경우 위치정보 기반으로 알림창 내지는 푸쉬 형태로 광고가 노출되는 식이다.

조 변호사는 “위치정보에 기반해 마케팅을 하는 앱 개발업체에 대해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정보에 대한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자문하고, 이들의 경우 이러한 절차를 준수해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하고 있다”면서, “별도의 동의가 없는 위치정보 활용은 불법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daniel@kukimedia.co.kr
이다니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