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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알코올 함량이 낮고, 숙성 연도를 표시할 수 없는 무연산인데도, 오히려 제품 가격이 12, 17년산의 스카치위스키 급을 받을 정도로 비싼 제품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만 속아서 싼 술을 비싼 가격에 마시게 되는 꼴인데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오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봉기자, 먼저 스카치위스키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스카치위스키가 무엇인지부터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한국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위스키는 5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카치위스키입니다. 이 스카치위스키는 몇 가지 조건이 있는데요. 스코틀랜드의 기후가 만들어낸 물과 이스트, 곡물만을 사용해야 하고, 최소 40%의 알코올 농도, 즉 원액의 함유량을 갖춰야 하며, 스코틀랜드에서 병입돼야 완벽한 스카치위스키로서의 가치를 지닌 위스키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어떤 숫자들인가요?
조규봉 기자▶ 스카치위스키 하면 가장 의미 있는 숫자가 40이라는 알코올 도수입니다. 40%의 알코올 도수는 스카치위스키의 풍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도수거든요. 그 때문에 40% 알코올 함량을 지킨 제품만이 스카치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다시 말해서, 알코올 함량이 40%가 되지 않는 건 스카치위스키라고 할 수도 없다는 거네요. 두 번째 기억해야 할 숫자는 무엇인지도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바로 연산 표기입니다. 스카치위스키에서 꼭 따져봐야 할 숫자가 바로 라벨에 12, 17 등으로 기재된 연산의 표시이데요. 브랜드에 연산을 표시하는 것은, 최소 숙성 연산 표기 원칙에 따라 원액의 기본적인 가치를 나타낸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12, 17로 표시된 그 숫자가 바로 연산 표시라는 거죠? 그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좀 알려주세요.
조규봉 기자▶ 예를 들어, 임페리얼 17은 최소 17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 원액들만으로 블렌딩 했다는 의미입니다. 17년 이하의 원액이 한 방울이라도 쓰였다면 17연산이라는 표시를 붙일 수 없습니다. 즉, 연산의 표시는 소비자들이 위스키의 가치를 알 수 있도록 원액의 특성을 공개하는 중요한 정보 중 하나라 할 수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럼 스카치위스키는 오래 숙성된 원액을 사용할수록 그 가격 역시 비싼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원액은 오랜 기간 숙성되면서 더욱 순수한 가치를 지니는데요. 이러한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증발되는 원액에 대한 비용까지 기꺼이 지불하고 마실 만큼, 희소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스카치위스키라고 다 연산이 표시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무연산 제품들도 있는데요. 봉기자, 연산과 무연산의 차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주세요.
조규봉 기자▶ 연산과 무연산 위스키는 최소한의 숙성기간이 다릅니다. 12연산 위스키는 최소 숙성기간이 12년이라는 의미죠. 반면, 무연산 위스키는 숙성기간이 3년 이상만 되면 어떤 원액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무연산 위스키에는 3년 이상 숙성된 어떤 원액이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그러니까 가장 짧게는 9년의 차이가 나는 원액에 동일한 가격을 지불할 수도 있다는 거네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래서 그게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소비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아, 그래서 연산이 분명한 스카치위스키들은 그 제품에 사용된 원액의 최소 숙성 기간을 브랜드 명에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는 거군요. 그리고 그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불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보증의 표시로 볼 수 있을 텐데요. 그런데 최근 연산 표시가 없는 무연산 위스키에 대한 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네. 최근 무연산 제품의 원가 논란이 뜨겁습니다. 특히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 바로 골든블루인데요. 골든블루는 무연산 위스키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연산 위스키와의 가격 적정성을 놓고 소비자 불신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무연산 위스키가 골든블루에서만 나오는 건 아닐 텐데, 왜 특히 골든블루가 논란이 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원액단가는 매년 줄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 순이익은 수직상승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죠.
김민희 아나운서▷ 위스키의 주요 원재료인 원액 가격은 줄었다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네. 원액은 지난해 말 기준 2만 6667원에 거래됐습니다. 2014년에도 2만 6667원과 같은 금액이지만 2013년 2만 8901원에 비하면 10% 정도 적은 금액이죠. 원액 단가가 낮아진 배경을 두고 골든블루 측은 위스키원액은 수입 환율의 영향에 따른 변동이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이 기간 원 달러 환율은 2년 새 13% 올랐다는 점에서 환율과는 무관해 보입니다. 2013년 12월 31일 기준 원 달러 환율은 1045.00원에 거래를 마쳤고요. 지난해 12월 31일에는 130원 오른 1177.50원 거래됐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서 결국 골든블루의 위스키 원액 단가는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었고,
회사는 그에 대한 이익을 고스란히 챙기게 되었군요?
조규봉 기자▶ 네. 그렇죠. 2013년 26억 원에 머물던 이익은 2년 만인 지난해 8배 늘어났고요. 골든블루는 지난해 182억 원의 이익을 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사실 가격이야 업체에서 정하는 거니 그걸로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가격 적정성 논란은 피해갈 수 없을 텐데요. 원래 골든블루에서는 처음부터 무연산 위스키만 내세웠나요?
조규봉 기자▶ 아닙니다. 골든블루는 위스키 사피루스와 더 다이아몬드를 각각 2012년 11월, 2014년 5월 연산 위스키에서 무연산 위스키로 리뉴얼했는데요. 그 전까지는 각각 12년, 17년이라는 원액 숙성 연수를 표시했고요. 그 이후 사피루스와 더 다아이몬드라는 닉네임만을 박아 내놓은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2년 식 위스키는 사용된 위스키 원액의 숙성 기간이 최소 12년 이상, 17년 식 위스키는 최소 17년 이상이라는 뜻이잖아요. 그런데도 무연산으로 리뉴얼한 골든블루 사피루스, 더 다이아몬드를 12년산, 17년산 등 연수가 표시된 위스키와 같은 수준으로 판매하고 있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분명 연산 표시가 없는 무연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산 제품과 같은 수준의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골든블루 사피루스, 더 다이아몬드의 판매가는 각각 2만9800원, 4만4500원인데요. 연산 제품인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 12년산은 2만9380원이고, 17년산은 4만4480원입니다. 용량은 모두 450㎖로 차이가 없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큰 차이는 아니지만, 17년산은 오히려 무연산이 더 비싸네요?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불합리한 가격 같아요.
조규봉 기자▶ 네. 보통 위스키 원액의 가치는 숙성 기간이 길수록 커지고, 이 때문에 위스키 가격도 연수가 많을수록 비싸지니까요. 확실히 불합리한 가격 책정이 맞죠.
김민희 아나운서▷ 알코올 함량은 어떤가요? 앞서 이야기한 스카치위스키의 정석인 40%를 지키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그것도 아닙니다. 골든블루 위스키의 도수는 36.5도거든요. 임페리얼이나 윈저의 40도보다 낮죠. 그래서 더 가격 논란을 키우고 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연산도 표시되어 있지 않고, 알코올 함량도 낮다면 그 가치는 분명 낮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 위스키 가격은 대부분 사용된 원액의 가치라고 하셨잖아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래서 일부에선 상식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을 하는 겁니다. 원액을 더 많이 희석해 도수가 낮거나 연수가 적은 원액 비중이 커졌다면, 그만큼 깎인 가치를 가격에 반영하는 게 상식적이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골든블루만 이러는 건가요? 다른 무연산 제품들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조규봉 기자▶ 페르노리카가 순한 위스키를 표방하며 지난해 10월 출시한 임페리얼 네온의 경우, 도수는 40도입니다. 다만, 무연산이기 때문에 임페리얼 12년식보다 13% 정도 싼 가격에 선보였죠.
김민희 아나운서▷ 이렇게 되면, 사피루스나 더 다이아몬드의 가격을 내려서 책정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한데요. 이에 대해 골든블루 측의 입장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골든블루 측에서는, 도수나 숙성 기간만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보리나 오크통 차이에 따른 원액의 품질과 희소성, 증류기술, 블렌딩 노하우 등 다양한 요소가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하지만 위스키는 사용된 원액의 가치가 높아, 결국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술이잖아요. 만약 골든블루의 제품처럼 원액을 희석해 도수가 낮다면, 희석된 원액의 가치만큼 가격도 낮아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스카치위스키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제품들을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하게 돼, 소비자들의 손해만 커지고 있죠. 무연산이고 도수가 낮아 희석된 원액의 위스키를 연산 위스키 가격에 구입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거니까요.
김민희 아나운서▷ 그리고 무연산 위스키의 마케팅 정책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일반 스카치위스키 제품보다 도수가 낮고, 연산 제품이 아니라는 것을 좀 더 명확하게 알려야 소비자들이 헷갈리지 않을 텐데 말이죠.
조규봉 기자▶ 네. 저도 위스키 브랜드들의 마케팅이 더 문제죠. 골든블루의 사피루스와 더 다이아몬드처럼 연산이 없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산이 명확한 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없거나 마치 위스키와 같은 가치를 갖는 것처럼 제품 특성을 모호하게 전달하고 있으니까요. 그 부분은 빠른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봉기자의 호시탐탐에서는 무연산 위스키의 가격 적정성 논란에 대한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골든블루의 사피루스나 더 다이아몬드처럼 연산 위스키에서 무연산 위스키로 바꾸거나, 애초부터 연산이 없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연산이 명확한 위스키와 가격 차이가 없거나 마치 연산 위스키와 같은 가치를 갖는 것처럼 제품 특성을 모호하게 전달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해명하고, 앞으로는 마케팅 정책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한 번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구매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겠죠.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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