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봉 기자▶ 아무 병 없이 건강하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호흡 곤란을 호소하며 숨을 못 쉬고 죽어버렸습니다. 죽은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임신부, 산모,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사망 원인에 대한 조사가 오래 걸렸지만,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들이 잘못했답니다. 유해한 걸 알면서도 그냥 팔았답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아무 말이 없을까요? 왜 이 억울한 죽음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까요? 어제(2일) 기자회견을 갖고 5년 만에 면피용 사과를 한 게 다입니다. 옥시라는 기업.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현재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뭐 길게 설명 안 해도 다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몇 년 전 벌어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얼마 전, 검찰의 수사 본격화로 다시 주목받고 있죠. 그 내용, 오늘 호시탐탐에서 봉기자와 함께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조규봉 기자▶ 2011년 봄, 서울의 한 병원에 출산 전후의 20~30대 산모 7명과 40대 남성 1명 등 8명이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입원합니다. 30대 산모 4명은 폐 조직이 급속도로 딱딱하게 굳어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채 1~2개월 만에 사망했고요. 3명도 같은 증세로 중태에 빠졌다가 폐 이식을 통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집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들이 모두 같은 증상을 호소했기 때문에, 그 후 보건당국이 원인 조사에 들어갔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인 2011년 8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역학 조사 결과,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중간조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제조업체에는 제품 출시 자제를 요청했죠.
김민희 아나운서▷ 네.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모든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었죠. 하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지 않았어요.
조규봉 기자▶ 일단 옥시레킷벤키저와 애경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업체들은 제품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고요. 기존 제품은 강제 회수, 폐기되었습니다. 그리고 녹색소비자연대 등 시민단체가 법무법인과 공동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집단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갔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조사와 조정이 이어지는 사이에도 피해자는 계속 확인되고 있었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2011년 11월까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28명에 달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 원인에 대해 알려주세요. 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까지 이른 건가요?
조규봉 기자▶ 폐 손상 원인 물질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와 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이 원인입니다. 그 물질들은 원래 다른 살균제에 비해 피부, 경구에 대한 독성이 훨씬 적은 데다 살균력이 뛰어나고 물에 잘 녹는 물질이어서 두루 쓰였는데요. 하지만 사람이 이 물질을 흡입했을 때 어떤 잠재적 위험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흡입했을 때, 사람에게 가는 그 치명적인 영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것이 이 사건의 시작이군요. 이걸 누구 탓을 해야 하나요.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업체 탓 인가요 아니면 그런 위험 요소를 제대로 실험하지 않은 정부 탓인가요.. 정말 한숨만 나오네요. 그 당시 그 부분만 정확히 확인 됐더라면, 지금과 같은 피눈물은 없었을 텐데 말이죠. 봉기자, 그렇게 원인이 확인된 후에도 계속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이 소송을 제기했죠?
조규봉 기자▶ 네. 2012년 1월,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폐 손상으로 숨진 피해자의 유가족이 국가와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를 상대로 배상금과 위자료 지급을 요구하는 집단 소송을 냈고요. 2012년 8월에는 살균제 제조업체를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합니다. 고발 대상은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이마트, 코스트코코리아, 애경산업, SK케미칼 등 17개 업체였는데요. 하지만 검찰은 인과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한부 기소중지를 결정합니다. 그렇게 결국 피해자만 넘쳐나고, 가해자는 없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죠.
김민희 아나운서▷ 하지만 소송을 낸 후, 일단 정부가 피해자들의 의료비와 장례비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2013년 8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죠. 가장 부담이 큰 의료비를 정부에서 먼저 지원하고, 피해 발생의 원인이 추후 밝혀지면 원인을 제공한 기업에 구상권을 행사하기로 한 겁니다. 또 그러면서 그 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쉐커 라파카 옥시 대표 역시 50억 원 규모의 지원기금을 자발적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문제는 잘못을 인정하며 지원기금을 조성한 게 아니라는 건데요. 그 후에도 소송은 계속 이어졌죠?
조규봉 기자▶ 네. 2014년 8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국내에 유통한 15개 업체를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요. 또 하나의 판결이 나왔는데요. 2015년 1월, 법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질환으로 사망한 피해자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 일부 유해한 화학물질이 사용된 것은 인정되지만, 국가가 이를 미리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참 이상한 판결이네요. 국가는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고, 지켜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어야 하잖아요. 만약 그 유해함을 미리 몰랐더라도, 피해를 입은 국민을 지켜주고 또 보상해주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시간을 끌고 있는 사이에도 피해자와 사망자는 계속 늘고만 있을 텐데 말이죠.
조규봉 기자▶ 결국 뭐 갈 데까지 가보자는 거죠. 그리고 사실 이렇게 되면, 옥시 같은 회사들이나 우리 정부나 뭐가 다를까 싶습니다. 또 그러는 사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모두 221명으로 늘어났고요. 2015년 9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들이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제품 제조사인 레킷벤키저사 영국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하지만 그 후에도 별 진전이 없다가, 올해 4월, 검찰 조사가 본격화된 거죠?
조규봉 기자▶ 네. 사망 원인이 된 폐 손상을 유발하는 제품의 제조, 유통업체를 본격 조사하기로 했고요. 문제가 된 가습기살균제 10개 제품 가운데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 세퓨 가습기살균제 등 4개 제품이 폐 손상을 유발했다는 잠정 결론에 이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지금 한창 조사 중인데요. 이미 그들이 잘못을 인정했데요. 처벌을 받게 되나요?
조규봉 기자▶ 일단 각 업체들이 인체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요. 만약 고의성이 입증된다면, 관계자는 과실치사로 처벌받게 됩니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일부 사건은 과실치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끝났기 때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저도 살인죄를 적용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과실치사는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이미 공소시효도 끝난 사건이 많다면 더더욱 이요. 봉기자, 그동안 옥시 등 제조사들이 정부로부터 처벌을 포함한 제재를 받은 적은 하나도 없었나요?
조규봉 기자▶ 네. 없습니다. 지난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것이 전부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였네요. 지금까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처음부터 현재까지 되짚어 봤는데요. 정부의 조사, 업체들의 사과는 대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여기서 가장 문제는. 검찰 조사가 시작되고, 압박이 가해지자 기업들이 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는 거예요.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나온 사과는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한 것 같은데. 봉기자,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당연히 그렇죠. 홈플러스는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며,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검찰 수사 종결 시 인과관계가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사과문을 발표했고요. 롯데마트 역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 큰 고통과 슬픔을 겪은 피해자 여러분과 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관련 보상 재원으로 100억 원 정도를 마련하겠다는 사과를 했습니다. 또 문제가 된 곳 중 한 곳인 세퓨는 현재 폐업 상태고요. 무엇보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 사과가 조금 더 빨리 이루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옥시는 뭔가요? 잠수를 탄 건가요?
조규봉 기자▶ 네. 지금부터 그 이야기 해볼 텐데요. 옥시는 지금 문제가 많습니다. 받고 있는 의혹이 한 두 개가 아닌데요. 현재 받고 있는 의혹은 이렇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이런 사실을 조작하고 은폐했는지, 또 고의적으로 법인을 청산하는 등 각종 책임을 회피했는지 여부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잘못도 다양하게 했네요. 그에 대해서 검찰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옥시가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보고 있나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001년부터 10년간 인체 유해 가능성이 담긴 물질안전보건 자료를 폐기하고, 관련 자료를 빼돌렸다는 겁니다. 또 맞춤 실험 대가로 연구 교수에게 수 천 만원을 입금하고, 부작용 호소 글을 무더기 삭제한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심지어 회사 법인을 변경하기도 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네? 회사 법인을 변경하나뇨?
조규봉 기자▶ 옥시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11년 12월 12일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해산하고 유한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세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팔아온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주주와 임원, 상호는 모두 넘겨받은 다른 법인을 만든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2011년도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기잖아요. 그 때에 맞춰 법인을 변경했다는 건 뭔가 이상한데요. 그리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책임을 물을 회사가 없어진 건가요?
조규봉 기자▶ 네. 그래서 옥시레킷벤키저의 조직변경이 법인 차원의 처벌을 피하려 한 것이 아닌지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잠깐만요.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정말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게 됐을 때 공소기각 결정할 수 있습니다. 결국 피고 법인인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가 사라지면 책임을 물을 가해 주체가 없어지는 셈이죠. 그러니까 검찰은 어떻게든, 옥시의 신설법인이 이전법인과 사실상 같은 회사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빨리 밝혀졌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옥시가 받고 있는 의혹들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그런 의혹들에 대해, 옥시 측 입장은 어떤가요?
조규봉 기자▶ 옥시는 자체 검사 결과를 근거로 끊임없이 무해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뒤늦은 사과문을 내놨죠. 피해보상금 50억 원도 내놓겠다고 했고요. 아울러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보상안을 피해자와 협의해서 마련하겠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뭐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네요?
조규봉 기자▶ 거기서 또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는 그 돈이 제품 결함에 따른 피해보상이 아닌, 인도적 차원으로 내어놓겠다고 밝힌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니까 제품은 문제가 없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죠?
조규봉 기자▶ 그렇죠. 그래서 더욱 더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검찰은 현재 실무진에 대한 조사에 이어, 임원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어제였죠? 옥시가 가습기살균제 사망과 관련해 5년 만에 사과를 했습니다. 옥시 샤프달 대표는 "옥시 제품을 사용한 뒤 1등급과 2등급 장애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피해보상할 것"이라며 "모든 피해자들을 위한 조속하고 공정한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왜 그동안 피해자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나"며 "수사 면피용 사과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소비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옥시를 한국에서 퇴출해야 한다며 불매운동까지 들어갔습니다. 한국을 깔본 대가를 옥시가 치르는 건 당연하겠죠?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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