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 건너편 인공기가 펄럭이는 북한군 초소 옆에 확성기가 그대로 있다.
- 대남 확성기 40여대 중 1대 철거도 논란…
-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엔 “마주앉을 일 없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철거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14일 오전 경기도 파주 접경지역을 둘러보니 확성기가 그대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확성기는 자유로 변에서 우리 측 초소와 마주 보고 있는 북측 초소 옆과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관측되는 세 곳에서 목격됐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면서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우리 군은 남북 긴장 완화 조치에 상응하는 대응으로 북한이 일부 확성기를 철거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1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 12일 “북측도 일부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해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 놀음”이라며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북한의 주장과 관련 군 당국은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철거된 것은 전체 40여 대 중 1대에 불과했다. 2대를 철거했다가 1대는 곧바로 재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부장은 또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일부 조정에 대해서도 “평가할 만한 일이 아니며 헛수고”라고 평가절하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고성능 확성기에서 나오는 상호 비방과 철거가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던 괴성은 일단 멈췄지만 이 또한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 대남·대북 방송 중단에 이은 확성기 철거는 확실한 남북간 신뢰회복의 시도이지만 북한 측은 아직 우리의 화해손짓에 답을 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북측 임진강변 백로서식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백로 무리
파주=곽경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