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윤여정… “멋진 것은 No, 재밌는 여자이고파”

[쿠키인터뷰] 하기 싫은 건 안 하고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윤여정… “멋진 것은 No, 재밌는 여자이고파”

기사승인 2016-05-11 15:46: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윤여정에게 붙는 수식어는 뭐가 있을까. 여배우, 노배우, 가끔은 ‘꽃누나’가 될 때도 있다. 최근 영화 ‘계춘할망’의 개봉을 앞두고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멋있는 사람’이었다. 홍보를 위해 시작한 인터뷰임에도 꾸밈없고 때로는 날카로웠다. 함께 주연한 김고은의 “정겨운 분이다”라는 말에도 “걔(김고은)가 촬영 내내 나한테 밥 많이 얻어먹어서 좋은 말 하는 거다”고 말하는 지점에서는 수줍음마저 엿보였다.

‘계춘할망’은 13년 전에 잃어버린 손녀 혜지(김고은)와 다시 상봉한 제주도 해녀 계춘(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촬영에 앞서 윤여정이 김고은을 추천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지만 윤여정은 “내가 무슨 권력 같은 것이 있다고 추천을 다 하나”라며 이를 부정했다. “추천한 게 아니고, 감독이 요즘 혜지 또래 여배우 중에 누가 괜찮은 것 같느냐고 물었어요. 내가 괜찮다고 본 여배우가 천우희, 김고은 정도인데 천우희는 서른이 넘어서 교복 입히기가 좀 그렇대. 그럼 김고은이지 뭐. 내가 진짜 손녀를 입양한 것도 아닌데 그게 화제가 되는 것도 재미있지. 그런데 김고은이 작중에서도 나한테 혜지가 주춤주춤 서서히 다가와야 되는 역할이잖아요. 실제로도 나한테 쭈뼛거리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더라고요. 그게 좋았어. 나한테 막 보자마자 ‘선생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하면서 친근하게 들이대는 애들 너무 버거워. 부담스럽잖아.”

여배우로 살아온 세월만 50여년이다. 쉴 새 없이 물에 들어가고, 얼굴에 검버섯 분장을 하는 것. 우리가 그간 봐온 윤여정의 ‘쿨’하고 멋진 모습과는 상이한 역이고, 부담스러울 만 하다. 그러나 윤여정은 “난 여배우 아니에요. 노배우야.”하며 손을 내저었다. 여기서 더 흉해져봐야 얼마나 흉하겠냐는 것이다. 하기 꺼려지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에는 “내가 하기 싫었으면 안 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이 60세 넘어 봐요. 작품 선택의 기준 그런 건 없어요.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게 최고지. 내가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줄을 세운 다음에 하고 싶은 거만 하는 거예요. 부담감, 욕심 그런 거 없어요. 내가 이 나이에 뭐가 부담이겠어. 물론 책임감은 있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감. 성공하든 실패하든 내 책임이죠. 나이 들어서 좋은 게 남 탓 안 하게 된다는 거예요. 젊을 때는 뭐가 잘못되면 전부 남 탓하고 싶고 그랬어요. 그렇지만 사실은 다 내가 잘못한 거지.”

그렇다면 윤여정에게 싫은 것은 무엇일까. 윤여정은 ‘만약에’라는 말이 가장 싫다고 말했다. “언제나 인생은 ‘서프라이즈(Surprise)’예요. 계획대로 안 되죠. 난 ‘계춘할망’도 내가 찍을 줄 몰랐어요. ‘만약에’라는 건 없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해봐야 안 될건 안 되고, 될 건 돼요.” 우문현답이다.

“내가 나로 있는 한은 계속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내가 입은 ‘배우’라는 옷은 너무 오래돼서 오히려 벗기가 힘들거든요. 가끔 내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하고 생각해 보면 아득해요. 일도 없고, 수입도 없어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윤여정은 어떨까? 하고. 나는 지하철도, 버스도 탈 줄 모르는데. 바보가 된 거지. 바보인데 셀레브리티야(웃음). 뭐 배우가 아니면, 땅 파고 농사짓고 그렇게 살아도 되겠죠. 그렇지만 내가 나로 있는 한은, 기억력이 있고 대사를 외울 수 있는 한은 배우라는 옷을 입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 했을 때 스스로 ‘와, 내가 진짜 배우가 됐네?’ 하고 생각했지.”

인터뷰 내내 감탄만 나오는 대답의 연속이었다. 윤여정에게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했으나 정작 본인은 그 수식어를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꾸 나한테 멋있다 그러는데, 뭐가 멋있을까 나는 이해가 잘 안 가는 거야.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안중근 의사, 윤동주 시인 같은 사람들하고 맥락이 비슷한 것 같아. 비유가 너무 거창하긴 하지만(웃음). 그들이 멋있는 사람이지만 얼마나 아프게 살았어. 근데 나도 그래요.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 가리면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아픔, 치열함을 많이 겪어서 그럴 거예요. 한 번 일을 그만뒀다가 다시 시작하면서 특히 그랬죠. 내 인생의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아직도 이 나이에 ‘예쁘게 보여야 하는데’ ‘주인공 해야지’ 이런 잡념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그냥 멋있는 사람 안 할래. 난 재밌는 여자 웃기는 여자 이런 소리 듣고 싶지. 다른 거 싫어요.”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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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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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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