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봉 기자▶ 실제의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이 가격이 오를 때, 우리는 가격 거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예를 들어 부동산 거품론도, 부동산 가격이 원 가격보다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 가치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에만 가격 거품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집에 필수로 들여놓는 가구도 거품이 심하거든요. 가구는 원래 비싸다! 라고 생각하셨던 분들. 오늘 이 시간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결혼과 이사 시즌을 맞아, 호시탐탐에서 가구 업계의 가격 거품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오늘 호시탐탐 주제는 가구 업계의 가격 거품입니다. 가구는 가전 제품처럼 일단 기본 가격대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오히려 그 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그렇지 않군요. 과연, 어느 정도가 거품인지. 또 그 거품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봉기자, 최근 국내 가구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가구 공룡 탓이 크죠?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2014년 겨울 시작한 가구 공룡 이케아의 공습으로, 국내 가구 업계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죠. 공룡의 공습에 대응해 살아남기 위해 그야말로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는데요. 특히 요즘이 중요합니다. 이사와 결혼이 많은 봄이 그들에게는 일명 대목이기 때문이죠. 지금 못 팔면 끝장이라는 심정으로, 마케팅과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가구 업계에 있어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군요?
조규봉 기자▶ 네. 봄이잖아요. 지금 팔지 못하면 각종 물류비에 관리비까지 빚더미에 나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판매를 해야 합니다. 사실 어느 업종이든 대목 장사만큼 필사적인 것도 없는데요. 지금이 대목이니까 한 몫 단단히 잡아야한다는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겠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래서인지, 할인행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본격적인 혼수시즌이 시작되면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가구나 예물 등 혼수 용품의 할인행사가 봇물을 이루잖아요.
조규봉 기자▶ 네. 마진을 거의 보지 않더라도 무조건 팔아야 하는 대목이니, 각 업체들의 할인행사도 연일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서 바로 오늘 주제가 나옵니다. 이런 할인행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그동안 가구업계에 가격 거품이 얼마나 큰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음. 할인행사 속에 가격 거품이 보인다... 그건 아마 가구 할인율이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한 번 자세히 살펴볼게요. 봉기자, 가구 중 어떤 제품들 가격 거품이 가장 큰가요?
조규봉 기자▶ 소파 이야기를 먼저 해볼게요. 얼마 전, 국내 유명 가구 업체 중 한 곳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고급 소파 50%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반값으로 파네요. 원래 가격이 얼마이기에 5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그 소파의 기존 정가는 809만 4000원이고요. 50%를 할인해, 369만원으로 판매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4인용 소파를 400만원 훨씬 넘게 할인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와, 아무리 수입 소파라지만, 일단 가격이 너무 비싼 게 아닌 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그 수량을 어느 정도나 특가로 판매하는 건가요? 한 두 세트만 판매하는 건가요?
조규봉 기자▶ 아니요. 이번 특가판매 이벤트는 80조만 선착순으로 한정판매 된다고 하는데요. 이 80조라는 게요. 물론 수량이 크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데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걸 반대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겁니다. 50% 세일을 해서 판다는 건, 원래 저 정도 가격에도 밑지지 않고 팔 수 있다는 거잖아요.
김민희 아나운서▷ 마진을 아예 포기하고 판매하는 것 일수도 있잖아요.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많은 업체들이 마진 포기. 라는 문구를 내세워 팔기도 하고요.
조규봉 기자▶ 그건 아닙니다. 만약, 마진이 없었다면 미끼상품 정도로 할인이벤트를 하는 게 유통업체들이 쓰는 일반적인 전략이거든요. 이렇게 적지 않은 할인제품 수량은, 반값이나 할인해주고도 마진이 남는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군요. 결국 정가 자체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네요. 사실 생각해보면, 가구 시장에는 정찰제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봄이나 가을 같은 혼수시즌이 아닐 때도 정가에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별로 없죠?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분명 정가가 버젓이 정해져 있지만 혼수시장에서는 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죠. 호시탐탐 작가의 경우, 몇 년 전 결혼을 앞두고 침대를 사기 위해 여러 매장을 둘러보았는데요. 분명 같은 모델의 제품을 보러 다녔지만, 그 가격이 각기 달랐다고 해요. 백화점, 쇼핑몰, 그리고 인터넷 가가 다 달랐는데요. 대리점에는 현금 구매를 하면 할인을 해주겠다. 다른 가구를 함께 구입하면 할인을 해주겠다며 가격을 계속 달리 불렀고요. 그러다보니 가구를 보러 다니면서 든 생각은, 도대체 가격 거품이 얼마나 크기에 이렇게 계속 깍아 주겠다는 건가. 라는 의문이었다고 하는데요. 혹시 내가 속아서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맞아요. 업체 간에 경쟁하듯 할인하며 생기는 가격 차이도 문제지만, 판매처별로 가격 차이가 나는 것도 정말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이야기가 나온 김에, 국내 가구업체들의 판매처별 가격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볼게요. 봉기자, 실제로 얼마나 차이가 나나요?
조규봉 기자▶ 네. 한 유명 가구 업체 5인용 소파의 경우, 정가는 439만원이었는데요. 대리점에서는 400만원으로 팔고 있었고요. 직매장별로도 판매가격이 다 달랐습니다. 온라인 몰 가격 역시 달랐는데요. 따져보니, 그 가격 차이가 정가와는 50만 원 이상 벌어져 있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결국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거네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직영점 위주인 대형 체험형 매장은 철저히 정찰제를 지키지만요. 가구거리에 들어선 해당 매장에 가보면, 사정은 전혀 다릅니다. 직영점에서는 정찰제를 유지하지만, 대리점들은 흥정만 잘하면 얼마든지 할인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 때문에 가구 대리점주들은 본사가 정찰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을 환영하게 되죠.
김민희 아나운서▷ 대리점주들이 본사가 가구의 정찰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걸 환영한다고요? 왜요?
조규봉 기자▶ 이유가 확실히 있습니다. 대리점 납품가와 정찰가격의 차이가 클수록, 점주들의 할인률도 올라가니까요. 그리고 그게 바로 가격 거품인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렇네요. 그런데 거기서 문제는 그 거품이 커질수록 우리 같은 소비자들의 신뢰는 낮아진다는 거예요. 같은 제품이 판매처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라면, 소비자들은 그 가격을 믿고 살 수가 없잖아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스스로 호갱이 된 것 같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고요. 가구를 사면서도 불쾌함을 가지게 됩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네. 대놓고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되면 이케아의 성공과 살짝 비교하지 않을 수 없어요. 가구공룡 이케아가 우리나라에 등장했을 때, 소비자들은 열광했잖아요. 또 계속 인기를 이어가고 있고요.
조규봉 기자▶ 거기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할 수가 있는데요. 먼저 하나는 투명한 가격입니다. 이케아에서는 흥정이 존재하지 않고, 철저하게 정찰제를 지킵니다. 가격을 속여 판매한다는 의심을 차단시킨 것이죠. 그리고 두 번째는 저렴한 가격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성공 비결이라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면 이케아처럼 확실한 정찰제를 실시하고 가격 거품을 줄이면, 국내
가구 업체들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불황을 끝내고, 이케아와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하지만 국내 브랜드 가구회사들은 그 방향을 잘못 읽었습니다. 몸집 부풀리기에 힘을 쓰고 있거든요. 이케아가 국내로 진출한 이후, 공격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데요. 현대리바트는 최근 1년 만에 가정용 가구 대리점을 78곳에서 83곳으로, 직매장을 6곳에서 8곳으로 늘렸고요. 한샘의 유통망 확장 속도도 빨라져서, 7개인 직매장을 2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그러니까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몸집을 부풀리겠다는 거군요. 자꾸 이케아와 비교하게 돼서 좀 그렇지만, 가구회사들의 그런 움직임은 결국 이케아가 이끌었다고 볼 수 있지 않나요?
조규봉 기자▶ 100%까지는 아니지만 연관이 없다고 볼 수도 없겠죠. 다만, 그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겁니다. 가구회사의 대형 점포화나 점포 수 늘리기는 근본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거든요. 일단 가격이 국내 소비자의 주요한 가구구매 기준입니다. 한국소비자연맹이 2년 간 가구를 직간접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21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가구 구입 시 고려사항으로 가격을 꼽은 비율이 30.8%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만큼 가격이 중요하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하지만 왜 브랜드 가구회사들은 가격 경쟁력에 둔감한 걸까요? 국내 소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가구가 비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데 말이죠.
조규봉 기자▶ 저도 답답합니다. 물론 800만 원짜리 소파를 50% 할인해서 400만원에 판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입니다. 비싼 고급 소파를 저렴한 가격에 샀다고 좋아할 수 있죠. 하지만, 반값에 팔아도 밑지지 않는 장사라면, 처음부터 그 가격에 팔수는 없는 걸까요? 가구 업체들의 의견을 묻고 싶네요.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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