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365일 후(後)-②] 대한민국은 감염병 안전국?

[메르스 365일 후(後)-②] 대한민국은 감염병 안전국?

기사승인 2016-05-20 01:02:55

[편집자 주] 지난해 5월 20일 첫 번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환자 발생 후 1년이 지났습니다. 작년 전 국민을 감염병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 사태로 186명의 확진환자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무려 1만6693명 메르스로 인해 격리생활을 해야했고, 국내 경기마저 위축되는 등 그야말로 메르스가 대한민국을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것이 정부의 부실한 감염병 관리였습니다. 이에 정부가 새로운 감염병 관리 대책을 내놓고 각 병원들도 병실문화를 개선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쿠키뉴스는 지난 1년 메르스 이후 변화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메르스 365일 후(後)’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① 감염질환 관리 무엇이 변했나?
② 대한민국은 감염병 안전국?
③ 달라진 병원문화
④ 국내 감염병 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⑤ 숫자로 돌아본 메르스-1명으로 시작해 세계 2위 불명예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지난해 중동발 감염병이 메르스가 유입되며 국민들은 감염병 공포에 떨어야 했다. 186명의 확진 환자 중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국민들은 허술한 국가의 방역관리 자체에 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다. 특히 메르스 사태 대응 초기부터 허술했던 방역망 관리는 12월 공식 메르스 종식 선언까지 이어졌다. 메르스 사태 속에 대한민국 방역체계는 무용지물이었다는 민낯을 드러냈다.

◇취약한 감염병 방역시스템…컨트롤타워 부재는 국민을 메르스 공포로 몰아넣었다

우선 요양기관의 감염병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병원들의 감염병 예방 시스템은 취약함이 드러났다. 또 감염병 치료할 병상 부족 등은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국민의식에서도 아쉬움이 나타났는데 특히 환자치료를 위해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켜가며 희생했던 의료진에게 돌아온 것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이 받은 외부의 따가운 시선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염병 재난에 대한 국가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는 메르스 확산의 가장 큰 원인이 됐는데 질병관리본부에는 제대로 된 지휘체계가 없어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감염병 대응에 나섰고, 보건복지부가 나섰지만 피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결국 청와대까지 나서 지시했지만 이마저도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항명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문제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부족이었다. 메르스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할 때까지 정부는 메르스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해 WHO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질병에 선제적 대처를 어렵게 했고, 시간이 늦어진 만큼 질병은 확산됐다.

이 같은 문제는 감사원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올해초 감서원이 발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 ▲정부 초동대응 부실 ▲정보비공개 등 확산방지 실패 ▲삼성서울병원 환자조치 관련 문제점 등이 확인됐다. 우선 2012년 9월 해외 메르스 발생국가 증가와 사람간 전파사례 확인, 국내 유입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었음에도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연구와 감염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와 국내 전문가 자문 등 메르스 발생 위험성을 간과하고 사전대비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보건당국은 최초 환자 신고 후 검사를 34시간 지체했고, 최초 환자가 병실 밖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병원 폐쇄회로TV(CCTV)로 확인하고도 방역망을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만 한정했을 뿐 아니라, 의료진 등 20명만 격리하고 같은 층 다른 병실 등에 추가 환자의 발생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않은 채 역학조사를 종료해 대규모 3차 감염자를 유발했다.

뿐만 아니라 보건당국이 정확한 접촉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격리 대상에서 누락된 감염 의심자가 다수 환자를 감염시키는 상황에 접촉자 파악·격리 방식으로는 메르스 확산 방지에 한계를 보였지만 보건당국이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조치를 강구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병원은 감염병 방역시스템 강화…의원급은 글쎄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의료기관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를 키웠다는 질타에 하소연도 하지 못한 채 철저히 외면 받았다. 이는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초기 대응 미흡으로 피해를 키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수많은 비난과 질타에 힘들어했고, 당연한 것이겠지만 메르스 사태에 따른 피해보상 지원금은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다. 다른 피해 병원들 역시 보상금 몇 푼에 억울함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피해 병원들을 포함한 많은 병원들이 감염병 대응체계를 만들어갔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병문환 개선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응급실 진료 시스템도 개선했다.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을 이용하는 모든 환자들이 음압격리실이 설치된 ‘발열호흡기진료소 선별진료실’을 거치도록 해 감염병 노출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다른 병원들 역시 감염병 모의훈련 등 대응체계 점검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의원급은 여전히 감염병 위험에 취약함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급의 경우 자체적으로 시설을 확충하거나 정비하기에 비용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재까지 이러한 분위기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메르스 등 감염병 환자가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의원급인 1차 의료기관에서 공중보건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크다.

뿐만 아니라 의원급에서 감염병 의심환자가 왔을 경우 신속히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도 필요한데 이 역시 감염병 환자 대응으로 인한 손실등을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때에도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일시 폐쇄 등의 우려에 신고를 지체한 경우도 있었고, 신고를 했다 의료기관을 폐쇄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의원들은 감염병 의료기관으로 인식해 정상화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보건소의 업무에 대한 지적도 있다. 현재 지자체에서 관리중인 보건소의 경우 전염병 및 질병의 예방관리가 주 업무이지만 일부지역에서는 진료에 치중하고 있어 보건복지부가 직접 관리해 공중보건 향상을 주 업무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일반진료 등의 업무는 인근 민간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한 바 있다.

◇메르스 사태이후 백서, 반성도 없는 보건당국 아직도 ‘멍’

메르스 사태에서 보건당국이 보여준 것은 비전문성, 혼란, 책임회피 등이었다. 그렇다면 메르스 1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보건의료계에서는 메르스를 되짚어 보는 백서를 발간하고, 대응체계를 점검하는 한편, 개선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반면 보건당국이 한 것은 질병관리본부장의 차관급 격상과 원격의료 추진, 메르스 관련 병원 탐방, 의료계에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 촉구 등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의료현장의 대응체계 마련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만드는데 지원을 줄 곳 요청하고 있지만 전혀 계획이 없고, 피해보상도 미온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메르스 사태에 대해 분석한 백서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우리는 감염병에 대응이 가능한가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다. 병원급 이상에서 감염병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확산 방지의 1차 관문인 의원급 의료기관이 재정 등의 이유로 방어체계를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질병관리본부를 컨트롤타워로 감염병 대응에 나서겠다는 계획 역시 메르스와 같이 전파력이 덜한 감염병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신종플루 등 전파력이 강한 질병에 대해서는 질병관리본부 수준의 컨트롤타워로는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1차 의료기관이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이 시급하며,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아닌 정부 전 부처가 참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해 보인다.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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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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