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텃밭에 나가 갓 따온 상추에 고추장 된장을 얹어 먹는 기분은 분위기 좋은 어떤 레스토랑에서 먹는 음식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그것은 신선함이 주는 선물이다.
아무리 훌륭한 셰프(chef)도 신선한 재료를 쓸 수 없다면 좋은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신선함이 주는 선물이 최고의 선물이다. 커피도 마찬가지이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커피의 유통기간은 대략 1년이다. 어떤 경우는 2년이라고 기록한 경우도 있다. 유통기간이라는 말은 판매를 위해 유통할 수 있다는 뜻일 뿐, 맛과 향의 퀄리티(quality)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공장에서 로스팅 한 커피가 국내 대형매장에 진열되는 것은 최소 3,4개월이 걸린다. 배를 타고 통관의 모든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런 커피원두에서 신선한 향을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 저가(低價)를 강조하는 프랜차이즈 시장이 확산되면서 국내 커피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커피 소비자층은 점점 더 신선한 커피를 찾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먹어본 사람은 신선함의 의미를 안다. 커피는 배부르라고 먹는 음료가 아니다. 기분이 좋아지라고 마시는 기호식품이다. 따라서 돈의 여유만 있다면 싼 커피가 아니라 신선하고 향기로운 커피에 눈을 돌리게 되어 있다.
우리 아파트단지 입구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뻥튀기 장사가 찾아온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일주일동안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재빨리 나가 줄을 서서 여러 가지 곡물들을 튀긴다. 한번 튀기는데 5천원, 가지고 나간 곡물을 다 튀기려면 2~3만원이 든다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곡물을 튀기는 것은 신선함 때문일 것이다. 19세기와 20세기 초 프랑스에서는 단순한 로스팅 기계를 가지고 도시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커피를 로스팅 하고 판매했었다고 한다.
아마도 신선한 커피향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치 뻥튀기 장사처럼 우리나라 도시의 거리에서도 커피를 로스팅 해서 판매하는 트럭을 볼 수 있지도 않을까?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