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엔 매일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희귀한 확률로 일어나는 열차사고를 15년 간격으로 당한 부부, 옆자리에서 우연히 주운 책이 알고 보니 자신이 주연할 영화의 원작이었고 게다가 원저자가 잃어버린 절판본이었던 영화 배우, 평생 벼락을 세 번 맞고 심지어 죽고 나서도 묘비에 벼락을 맞은 지독하게 운 없는 사람까지. 세계적인 통계학자인 저자 데이비드 핸드는 이런 신기한 일들을 가능케 하는 통계학적 규칙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다섯 가지 우연의 법칙’으로 정리했다.
“1972년 여름, 영국 영화배우 안소니 홉킨스는 조지 파이퍼의 소설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A Girl from Petrovka)’를 각색한 영화의 주연을 제안 받고 책을 사기 위해 런던 시내로 갔다. 그런데 그곳의 대형 서점에는 그 책이 없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레스터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그는 옆 자리에 버려져 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바로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였다.
우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소설의 저자 파이퍼를 만난 홉킨스는 런던에서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파이퍼는 놀란 표정으로 1971년 11월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를 친구에게 주었는데 친구가 그 책을 런던의 베이스워터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 책은 미국판 출간을 위해 영국식 영어를 미국식 영어로(이를테면 ‘labour’를 ‘labor’로) 바꿀 대목들을 표시하고 주석을 단 것이었다. 홉킨스는 자신이 주운 책을 파이퍼에게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파이퍼가 주석을 달고 그의 친구가 잃어버렸던 바로 그 책이었다.” (1. 놀라운 ‘우연의 일치’ 중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다섯 가지 법칙을 이해하면, 온갖 놀라운 우연들이 사실은 자연의 규칙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이 법칙들을 활용하면 우리 삶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또를 사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하지만 굳이 로또를 사겠다면 현명하게 번호를 선택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온갖 점술, 예언, 미신이 왜 그렇게 그럴싸해 보이는지, 그 허점은 무엇인지 간파하게 된다. 나아가 경제 위기는 왜 불규칙적으로 반복되는지, 주가는 왜 순식간에 대폭락하는지도 깨닫게 된다. 이런 깨달음들은 많은 이들의 삶을 실제로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
데이비드 핸드 지음 / 전대호 옮김 / 더퀘스트 / 17,000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