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위암인 경우 가족 중 위암 환자가 많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식생활에서 어머니가 다른 가족에 비해 영향을 더 크게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 연구팀(김나영·최윤진 교수 등)이 9년 7개월여에 걸쳐 병원에 방문한 환자 약 2300여 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해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놨다.
김 교수팀이 이번에 발표한 위암 직계가족의 발현 위험인자는 조건에 따라 다양하게 분석되어 있는데, 혈액형과 성별 · 연령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 등 16개나 되는 변수를 위암 환자군과 위암이 아닌 환자군, 이 중에서 위암 직계 가족력이 있는 환자와 없는 환자, 다시 위암 직계가족 환자가 몇 명 인지까지 나눠 연구했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 누구라도 이번 연구 결과를 본인의 상황에 대입해 위암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위암 직계가족이 한 명인 경우에 위암이 발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비교한 결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여부를 제외한 변수들의 위험도는 2.5배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위암 직계가족이 두 명 이상인 경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약 5.87배, 시골 거주자는 도시 거주자에 비해 7.54배, 흡연자 6.58배, 매운 음식 선호자 7.64배, 다량 음주자는 무려 9.58배에 달하는 위험도를 보였다.
특히 가족 구성원 중 누가 위암 환자인지에 따라서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왔다. 외국 연구에서도 모계 위암 이력이 위암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위암 발병에 영향이 높을 것으로 예측되는 ‘식생활’에 어머니가 다른 가족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위험도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를 보인 음주와 관련해서는 알콜 섭취량에 따라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위암 직계 가족이 2명 이상인 환자 중 1주일에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는 과다 음주자의 경우 위암 발생 위험도가 자그마치 55배에 이르러 금주 · 절주가 필수적인 위암 예방 대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과거 음주력도 위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되도록 빨리 알콜 섭취를 줄여야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는 “위암에 걸린 가족이 있는 환자의 경우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도움이 될 만한 ‘건강행동’을 취할 근거가 부족했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가장 강력한 위암 발생 위험요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이를 제균하는 것과, 음주 등 식생활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위암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저명 의학지인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되는 등 주목할 만한 가치를 가진 논문으로 인정받았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