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A씨는 에이즈 감염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고 받았다. 회사가 에이즈의 경우 감염 위험이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우울증 등을 겪거나 자살 등 극단적 선택을 하게된다. 실제 에이즈 환자 10명 중 3명은 질병 자체 때문이 아니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부에서는 메르스(MERS)나 결핵보다 더 무서운 병이 ‘에이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에이즈 환자는 직장이나 학교 등 단체생활을 해서는 안 되는 환자들일까. 정답은 ‘NO(아니오)’다.
우선 에이즈가 어떤 질환일지 정확이 알아야 한다. 에이즈(AIDS)는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약어로, 우리말 명칭은 후천성면역결핍증이다. 후천성이란 유전이 되지 않음을 뜻하고, 면역결핍증은 우리 몸의 방어기능을 담당하는 면역 세포가 파괴돼 면역기능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는 ‘HIV’다.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염돼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는 바이러스이다. 주로 성관계, 수혈이나 혈액 제제를 통해 사람 몸 안으로 들어와서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특히 모든 HIV 감염자가 에이즈 환자는 아니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따르면 HIV 감염인은 HIV가 몸 안에 들어와 있지만 일정한 면역수치(CD4 200cell/㎣ 이상)를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고, 에이즈 환자란 HIV에 감염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체계가 파괴돼 면역세포수가 200 cell/㎣이하이거나 에이즈라고 진단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뜻한다.
그렇다면 HIV 감염인은 직장 생활에 제한을 받을까.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8조에 따르면 감염인은 성매개 감염병에 관한 건강검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직업(성매매종사자 등)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HIV 감염인이 사회적 편견으로 직업을 잃는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HIV는 성관계나 혈액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전파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격리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과거 B형간염 환자들에 대한 차별이나 혐오 현상이 HIV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인권 침해를 받는 환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HIV 감염인이 병원에 입원하면 따로 격리하지 않는다. 감염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국내 병원에서는 감염인만을 위한 병실을 따로 두지 않고, 환자 상태에 따라 격리병실이나 다인실에 입원시키고 있다”며 “HIV는 혈액이나 체액에 의해서만 전파되기 때문에 공기를 통해 전파되는 결핵보다 감염위험이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HIV 감염인이 치과 시술 중 전파경로가 되는 혈액이 유출돼 의료인 등의 감염 우려가 있어 사전에 감염 여부를 알리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에이즈라고 하면 ‘불치병’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나 C형 간염과 같이 정복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다. 현재 HIV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돼 있어 HIV에 감염됐어도 치료를 잘 받고 약을 잘 먹으면 된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