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웨이가 자사 제품인 얼음정수기 일부에서 중금속인 니켈이 검출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단순히 식음료뿐만 아니라 생활에 밀착돼있는 생활가전에까지 이물질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느 때보다 크다. 이물질에 가장 민감하다 할 수 있는 식품업계에서는 행여 불똥이 튈까 걱정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국민적 불안감을 무기로 소비자와 기업을 기만하는 블랙컨슈머들이 활개 칠까 염려하고 있다.
4일 오전 코웨이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객의 가정에 설치된 얼음정수기 일부에서 중금속이 검출됐으며, 당시 문제를 파악한 이후 사전점검과 A/S, 입고수리, 제품교환 등으로 97% 이상 개선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한 니켈은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소량으로는 인체의 무해하다는 미국환경보호청 발표를 인용해 사태진화에 나섰다.
코웨이 측은 “해당 정수기에서 음용 가능한 수준은 인체에 무해함을 확인했다”면서 “니켈은 견과류와 콩, 녹차 등을 통해서도 섭취할 수 있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문제를 인지하고도 실사용자인 고객들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 옥시 등의 사태를 거치면서 이물질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상태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문제의 정수기를 렌탈 해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오늘아침 기사를 보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문제가 있든 없든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물질이 발생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 사후조치가 잘 됐든 그렇지 않았든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업체에서는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머리를 숙이지만 소비자가 음용한 니켈이, 이물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빠른 사후조치만큼 중요한 것이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게 사실을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판단했어야 할 부분을 업체에서 자의적으로 판단해 문제없다고 결론내린 것이 사태를 키웠다.
이물질에 민감한 식품업계에서는 행여 불똥이 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제 옥시사태로 불거진 유해화학물질 논란은 식품 합성착색료, 인공감미료 등으로 옮겨가 무첨가 제품과 천연재료 제품에 대한 문의가 늘기도 했다. 반대로 이러한 불안감을 이용해 잇속을 챙기려는 블랙컨슈머들이 기승을 부리기도 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인 관련업계가 아니더라도 이런 일이 벌어지면 당연히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 “블랙컨슈머다 아니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평소보다 위생이나 이물질 등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름과 맞물려 위생과 관련해 과도한 요구를 하는 블랙컨슈머들이 늘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