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경실 제주시장 “제주 정체성 회복·발전에 모든 열정 쏟을 터”

[인터뷰]고경실 제주시장 “제주 정체성 회복·발전에 모든 열정 쏟을 터”

고 시장, 40년 공직생활 노하우로 시민들에 봉사 다짐

기사승인 2016-07-13 12:42:09


요즘 제주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을 대라고 하면 고경실 제주시장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지난 7월 1일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고 시장은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숨가쁘게 자신의 스케줄을 소화한다.

취임하면서 “이제 제주시에 내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것”이라고 선언할 때 이미 예견됐지만 고 시장의 활동 폭은 대단하다. 이른 새벽 시내를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해 시청의 빽빽한 일정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수시로 관내 읍면동으로 소통행보에 나선다. 그런 뒤 정상적인 퇴근 시각이 한참 지나서까지 하루 일정을 반추하면서 빠뜨리거나 미진한 부분을 챙긴다.

고 시장은 제주도 공직사회의 산 증인이다. 그는 4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도 자치행정과장과 문화관광교통국장, 도의회 사무처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해 말 지방관리관으로 명예퇴직했다. 전체 공직생활 중 25년간은 제주시청에서 근무하면서 일선 동장에서부터 자치행정국장까지 요직을 거쳐 부시장을 지냈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엄청난 경험과 노하우가 기대된다.

고 시장은 백전노장의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의욕에 넘친다. 특히 쓰레기 문제, 교통 및 주차문제, 중산간지역과 자연녹지지역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1차 산업과 같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1일 시장실에서 진행된 쿠키뉴스 제주취재본부와의 인터뷰에서도 고 시장은 “하루 아침에 해결되기는 어렵겠지만 매일 제주시의 청소와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해 돌아다니면서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시의 현안과 해결방안, 시장으로서의 각오 등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오랜 공직생활에 거친 뒤 제주시정을 책임지게 된 소감은.

 △내가 나서 살아온 곳이 여기고 오랜 기간 공직을 지내면서 근무한 곳도 여기다. 예전에 같이 지내며 동고동락했던 직원들도 많이 있다. 그러니 제주시는 내게 친정과 같은 곳이다. 시장이 되고 나서 많은 시민들이 환영해주고 반가워해줘 더욱 정겹다. 


 -시장 취임 직후부터 현장을 찾아다니며 ‘소통 행보’를 하고 있는데, 민심은 어떤가.

 △주민들이 시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지역발전에 큰 열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제주시가 몸살을 앓는 쓰레기 문제나 교통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 주민들을 만나보면 많은 민원이 쏟아지지만 크게 보면 지역발전에 대한 관심, 급격한 변화를 겪는 지역에 대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이주민 증가 등으로 갈수록 가중되는 교통난과 쓰레기 문제, 주택난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 

 △청정과 공존, 자연가치와 문화가치의 병행이 도정목표로 돼 있다. 그러려면 쓰레기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개발만 정지시켰다고 해서 환경이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이 자연과 협력 상생할 것이냐가 중요한 문제다. 쓰레기 문제는 먼저 시민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탁상 위가 아닌 시민 어깨 위에 놓인 문제이므로 행정도 시민 문화의식을 일깨우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전 읍면동을 돌아다니면서 공감대를 만들려 한다. 시민사회에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될 때까지 집중하려고 한다.


 -시장에 취임하면서 “권한이나 사람이 없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가.

 △매일 오전 4시에 도심을 돌아본다. 오늘도 바오젠 거리를 가봤는데 무질서한 주차와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로 어지러웠다. 이처럼 현장을 찾아가는데 무슨 권한이나 권력이 필요한가. 시장이든 누구든 현장에 가서 창의적으로 시민을 설득하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예산이 필요하고 인력이 필요하면 요구하면 된다. 어렵다만 하지 말고 찾아가서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합당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지사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엊그제 원 지사를 만나서 청소문제나 해수욕장 안전문제에 대해 건의를 했더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원하겠다고 했다. 

 권한이 없고 돈이 없다, 인력이 없다고만 하기보다는 내가 한발 더 뛰고 부지런히 움직이면 시민들도 같이 동참할 것이고 결국에는 시민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말한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제주시’는 소통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갈 계획인가.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아기자기한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한다. 시정도 시민과 쌍방형 소통이 있어야 한다. 일선에 매일 나가면서 시민들의 얘기를 듣고 해결책이 무언가를 고민한다. 해결된 부분은 시민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시기적으로 문제거나, 시민의 주장이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공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양보를 부탁해야 한다. 그저 안 된다, 못 한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점검한 뒤 민원인의 주장이 제주시의 공익을 침해한다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설득을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거나 제정이 소요되는 부분은 도에 건의해서 답변을 듣고 연차적으로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해야 한다. 거짓이 아닌 진정성으로 다가갈 때 행정과 시민은 이야기가 있는 일들을 하나씩 쌓아갈 것이다. 



-제주시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현안은 무엇인가.

 △제주만의 문화가 담긴 쾌적하고 편의성을 갖춘 도시공간의 재구성이 필요하다. 문화가치나 자연가치가 담겨 있고, 사람 중심의 도시로 재탄생할 필요가 있다. 도민들도 인식을 같이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가 교통문제만 보더라도 차량 우선 도심이 돼 버렸다. 사람 중심 도시가 돼야 한다. 차로는 좁아지더라도 보행로와 자전거 통행로가 넓어지는 구조로 조금씩 바꿔야 한다.

 그리고 도시가 평면적 확산보다는 가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나무 한 그루와 풀 한 포기도 소중히 가꿔지고 그것이 제주의 향기가 될 수 있도록 가꿔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파트만 지을 것이 아니라 유럽처럼 베란다에 아름다운 꽃이 걸린 것과 같은 문화적 환경가치가 충분히 도심 속에 파고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제주다움이 살아 움직이는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현안이 아닌가 한다. 그 속에서 쓰레기 문제나 대중교통 체계, 상하수도 등이 부수적으로 가야 한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

 △대중교통은 편리성이다. 유럽 선진도시는 40%가 자전거다. 후진국형 자전거 문화와 유럽의 환경문제를 접목한 선진 자전거 문화는 또 다른 문제다. 사람중심 보행중심 도로가 우선돼야 한다. 시내버스가 마을버스와 연결돼 마을버스를 타고 나오면 어디든 5분이면 갈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지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나와 우리 시청 공무원들부터 대중교통 타기, 자전거 타기를  생활화할 것이다.

 

 -제주도 내 번화가의 중국어로 뒤덮인 간판들이 제주의 정체성을 흐린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바오젠 거리 등의 붉은 한자어 간판들이 상인들 입장에서 보면 좋겠지만 제주도 입장에선 안타까운 면이 있다. 제주만의 문화와 환경, 색다른 풍경을 보고 싶어서 오는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자치위원회에 제주다운 연동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할 생각이다. 가급적이면 연동 주민들이 상인들과 협의해 제주사투리 등 한글로 바꾸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제주시가 구상하고 있는 제주형 복지는 어떤 내용인가. 

 △사람이 가장 행복한 때는 아들, 손자와 같이 밥 먹을 때가 아닌가 한다. 그때 사람으로서의 보람과 가치를 느낀다. 수눌음 복지란 이처럼 부모에 의해 자란 한 인간이 나이 들어 그 부모를 책임지고 정성을 다하는 정신세계적 복지를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스마트 산업과 연계해 복지 도우미가 달려가 얘기도 하고 외로움을 풀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제주도 역시 우울증이나 자살률 등 정신적인 폐해는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을 수눌음 복지를 통해 전환시키면 어떨까 한다.

 요즘 복지시설이 깨끗하고 현대식으로 잘 돼 있다. 그러나 그속에 계신 분들이 우울하거나 마음 한구석에 자식들을 그리워한다면 시설이 아무리 좋아도 그분들이 행복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본다. 


 -시정의 원칙은 무엇인가.

 △공무원이 실수하면 시민들에게는 엄청난 피해가 간다. 공무원이라면 법과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관련 법들을 공무원이 알고 중대사항인지 경미사항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줘야 한다. 현행법상 안 되는 금지사항이라면 법 개정 전까지는 일단은 시민을 설득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 자연가치 측면에선 해안가에 구조물을 만드는 것도 법을 떠나 합리적으로 바람직 하지 않다. 업무 이해가 필요하다. 


 -시장으로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제주시민들은 21세기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어려운 시절을 살다가 이 시대에 오면서 절제됨이 약화된 것이 아닌가 한다. 또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우리만의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다. 쓰레기 문제나 교통문제 등도 검소함이 아닌, 생활의 방만성에서 올 수 있다. 품격 있고 절제된 도민 문화의식을 바로 세워 우리만의 정체성이 있는 제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원희룡 지사가 내거는 ‘청렴하고 깨끗한 도정’ ‘자연가치와 문화가치 확산’ 등이 최근 자연과 협력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라고 본다. 시민과 도민들도 손을 잡고 같이 가야 한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정수익,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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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익, 유경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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