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업체로부터 화분받는 공직자, 다른 직업 찾아보라"

원희룡 "업체로부터 화분받는 공직자, 다른 직업 찾아보라"

끊임없이 불거져 온 '도 공직자 비위행위'..김영란법 시행 맞춰 달라지나

기사승인 2016-07-20 17:49:18


“공직자들이 경조사에서 업체가 보낸 화분을 대로변에 놓는 것을 자랑으로 인식한다면, 이미 이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에 조용히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는 20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실·국장이 참여하는 주간정책회의를 열고 이 같이 말했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앞둔 시점에서, 원희룡 지사가 도 공무원들에게 보내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자리에서 원 지사는 “김영란법이 9월말부터 시행되는데, 인사에서 승진하면 업체들로부터 화분이 들어오고 10만원 넘는 난 등이 들어오면 신고해서 돌려주도록 돼 있는데 참 미묘한 문제”라고 운을 뗀 뒤, “건축·토목 등 관급공사나 의료기기 납품 등으로 얽힌 업체들의 화분이 즐비한 것을 자랑으로 착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범죄에 대한 자수이자 현장증거”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이런 것은 돌려줘야 하고 공직 감찰기관에다 신고해야 하는 만큼, ‘문자메시지로 이모티콘 하나 보내서 응원해 달라’고 하는 등의 자구책을 취해야 한다”며 “과거 풍토로 인해 원하지 않는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아주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원 지사는 김영란법 시행으로 일정부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축산, 화훼 농가 등 도내 1차 산업 종사자들을 의식한 듯 “농가나 꽃집들이 사실 우리 골목 경제와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못하게 하는 것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에둘러 말하기도 했다.  

각 실·국장급에게도 ‘위기상황 관리’ 능력을 거듭 주문하고 나섰다. 외부의 시각에서 사안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원 지사는 “과거처럼 실무진에서 전부 만든 것을 전달하거나 ‘배달’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면서 “간부가 실무적인 내용을 본인이 장악해 진두지휘하고 밀고나가지 못한다면 ‘내부 소통이 잘 안 되는 간부’로 치욕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조직개편과 인사 막바지 단계가 진행 중인데 휴가철과 맞물려 어정쩡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언급한 원 지사는 “인사작업 관련 부서에서는 하루라도 서둘러 매듭지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원 지사가 이처럼 도 공직자들에게 ‘청렴’과 ‘쇄신’을 재차 강조하고 나선 것은 과거 악습에 젖은 일부 도 공무원들이 '김영란법'에 의해 적발될 경우, 도정에 대한 신뢰 추락을 돌이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원 지사가 취임한 이후에도 건설비리, 인사청탁, 보조금 비리, 인허가 관련 유착 등 도 공무원의 비위행위가 끊임없이 불거져 "원희룡 도정이 출범하며 내세운 ‘청렴’은 빛이 바랜지 오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원 지사의 거듭된 인사실패로 민심이 싸늘히 식은 것도 원희룡 도정 내부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원 지사가 발탁한 시민운동가 출신 이지훈 전 제주시장이 각종 특혜와 불법건축물 의혹으로 취임 한달 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제주도의 인사검증 시스템 부재가 도마에 올랐었다. 

그 다음 바톤을 넘겨받은 이기승 전 제주시장 내정자 역시 ‘음주운전’ 이력 등이 불거져 도의회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부적격 판정으로 낙마하면서 시정운영의 공백이 장기간 이어지기도 했다. 

2014년 10월 원 지사는 ‘회심의 카드’로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을 제4대 제주도 감사위원장에 내정했지만 도의회의 부적격 판정을 받아 낙마하는 등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와 관련, 도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원 지사가 도정 초반엔 자신감이 대단했지만 최근에 와선 많이 유해지는 등 변화한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도정에서 인사로 인한 공무원간 편가르기, ‘표’만 주면 무엇이든 들어준다는 유착문제 등이 만연해왔고, 원 지사도 이것을 단기간에 깨트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민선 6기 출범 후 급작스런 개혁으로 도의회와의 일부 충돌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에서 개혁이 이뤄졌다고 본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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