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류준열 “시간이 지나도 ‘응팔’이 대표작이라면 행복”

[쿠키인터뷰] 류준열 “시간이 지나도 ‘응팔’이 대표작이라면 행복”

기사승인 2016-07-27 10:51:47


늦은 나이에 데뷔했기 때문일까. 지난 21일 서울 북촌로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에겐 여유가 넘쳐흘렀다. 올해 30세인 류준열은 데뷔한 지 이제 겨우 1년 된 신인 배우에 불과하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미소를 잃지 않고 편안하게 다가가는 류준열은 신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일일이 허리를 굽히며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인상깊었다.

지상파 드라마 주연으로의 첫 발을 뗐지만 환하게 웃을 상황은 아니다. 류준열과 황정음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는 첫 회부터 1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로 출발했지만, 마지막에 6%에 머물며 종영을 맞았다. 방송 중에도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그래서인지 첫 질문부터 ‘응답하라 저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응답하라 저주’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한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흥행에 실패하는 징크스를 뜻하는 말이다.

“‘응답하라 저주’를 풀었다, 못 풀었다를 떠나서 tvN ‘응답하라 1988’이 저에게 큰 힘이 됐고,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은 시청자 만날 기회가 된 소중한 작품인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리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죠. 시간이 흘러 과거 류준열을 되돌아볼 때 대표작이 ‘응답하라 1988’이라고 얘기해도 행복할 것 같은 소중한 작품입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류준열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시청률에 대한 아쉬움과 첫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묻자 류준열은 대뜸 바다 얘기를 꺼냈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의미였다.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은 없어요. 배우는 깊은 바다 속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것 같아요. 점점 물이 차오르는 느낌인 거죠. ‘응답하라 1988’이 이제 막 물에 발을 담근 작품이었다면, ‘운빨로맨스’는 발목까지 담근 작품이에요. 시간이 더 지나면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겠죠?”

‘운빨로맨스’에 대한 혹평은 있었을지 몰라도, 류준열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호평이 주를 이뤘다. 류준열은 제수호를 실존 인물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며 전작의 이미지를 완전히 지웠다. 무뚝뚝하고 빠르게 내뱉는 말투가 제수호를 잘 보여줬다는 얘기도 많았다. 데뷔작이었던 영화 ‘소셜포비아’에서의 BJ 양게를 떠올리게 하는 대사 톤이기도 했다. 그 이면에는 제수호에 대한 류준열의 깊은 연구가 있었다.

“저는 제수호가 무뚝뚝한 로봇 같다고 생각했어요. 수호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긍정적인 말을 하지만 실제로 그런 친구는 아니에요. ‘오케이, 네 말이 맞아’라고 한 후 자기 얘기만 하는 친구죠. 그런 모습을 연기로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한 끝에 긴 대사를 띄어 읽거나 쉬지 않고 달리는 느낌으로 소화했어요. ‘나는 너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BJ 양게와의 공통점은 말이 빠르다는 점이에요. 양게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자극적인 단어를 선택했다면, 수호는 그렇지 않아요. 자신이 공부한 이론적인 지식을 남 신경 쓰지 않고 말로 풀어내는 식이죠.”


류준열에게 붙는 수식어 중 하나가 ‘못매남(못생겼지만 매력 있는 남자)’이다. 현실에서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잘생긴 외모의 기존 남자배우들과 달리 류준열은 개성 있는 외모로 인기를 모았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류준열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 팬들은 그런 얘기를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하하. 개인적으로 외모에 관심 두는 성격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매력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편이죠. 배역을 만났을 때 어떻게 매력 있게 표현할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다보니까 겉모습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외형적인 것들은 손대기가 어렵잖아요. 노력 대비 큰 결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어머니 말씀대로 그런 생각할 시간에 책이라도 한 글자 더 보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갈고 닦으면 아름다운 세상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준열이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낼 수 있는 날은 21일 하루뿐이었다. ‘운빨로맨스’를 마친 후 곧바로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운전사’ 촬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택시운전사’에서는 송강호, 최근 촬영을 마친 영화 ‘더 킹’에서는 조인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류준열은 경이롭다는 표현을 쓰며 선배 배우들과 함께 촬영한 소감을 전했다.

“조인성 선배는 TV로만 뵀던 분이에요. 하이틴 스타에서 18년이 흐른 지금 영향력 있는 배우가 된 선배를 만나니 감동적이었어요. 기분도 묘했고요. 연기적인 것 외에도 배우로 활동하면서 지낸 시간,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송강호 선배는 아직 함께 촬영한 지 얼마 안됐지만, 경이롭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스크린이 아닌 현장 모니터에서 봐도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느껴져요. 매 순간 같이 호흡하고 카메라 속에서 함께 움직이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숨 쉬는 것에도 배울 게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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