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졸피뎀’의 부작용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가운데 다른 향정신성 약물 중에도 자살충동 등의 부작용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과 약물 중에는 ‘자살 충동’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환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졸피뎀 외에도 일부 향정신성의약품 중에서 약품 설명서(라벨)에 '자살 충동' 위험이 따른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대표적인 수면유도제인 졸피뎀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논란은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표적 향정신성약물인 졸피뎀은 오·남용할 경우 상당히 위험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한 노환규 하니웰의원 원장은 “환자들이 병원을 이곳저곳 다니며 졸피뎀을 처방받아, 과용해 자살충동을 겪는 사례가 있었다. 졸피뎀에 중독되면 마약만큼 끊기 힘들고 자살 충동과 몽유병 현상, 환각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하며 의사들도 처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더불어 보건복지부에서도 이 같은 오남용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졸피뎀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반감기가 짧아 몸에서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약의 속성을 모르고 남용할 경우에 발생한다. 졸피뎀의 자려고 하는 힘과 수면장애의 자지 않으려고 하는 힘이 충돌하면 몽유증상, 수면 중 섭식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문제는 향정신성 약물 중에는 자살충동 부작용이 있는 다른 약물도 상당히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향정신병약물로는 케티아핀이 주성분인 ‘세로켈(Seroquel)’이 있다. 이 약물은 항정신병약물로 1997년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약물이다. 그만큼 안전성이나 효능면에서 입증이 된 약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세로켈의 ‘약품 설명서’를 살펴보면 가장 첫 번째 부작용으로 기입된 것이 바로 ‘자살충동’과 관련된 내용이다.
약품설명서에 따르면 이 약은 주요우울증이나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소아, 청소년 및 젊은 성인(18∼24세)에 대한 단기간의 연구에서 항우울제가 위약에 비해 자살 충동과 행동(자살 성향)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소아, 청소년 또는 젊은 성인에게 이 약이나 다른 항우울제 투여를 고려중인 의사는 임상적인 필요성이 위험성보다 높은지 항상 신중하게 고려해야만 한다. 이 외 다른 향정신성 의약품 중에도 제품 라벨에 자살 충동 등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약물을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환자들이 이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홍창형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로켈은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된 약으로 전문의 처방에 따라 안전하게 복용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다만 과용이 문제다. 배가 고프다고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고 반그릇을 먹으면 배고픈 법이다. 의사들에 적절한 처방 지시에만 따른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향정신성약물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의료진도 있다. 한 익명의 의사는 "향정신성의약품 중에는 제품 라벨에 자살충동 등의 위험이 따르는 약물들이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의사가 이 같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환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다"며 "오남용을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치료를 위해 약을 먹지만 언제나 예기치 않은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약의 효능이 높은 만큼 이에 따르는 일종의 우리 몸의 저항,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각각의 약물이 가지고 있는 이점(benefit)과 위험(risk)을 균형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약물을 복용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는 사람들도 있다. 모든 약은 임상시험이라는 검증 작업을 거쳐 환자들에게 시판되기 때문에 충분한 안전성을 입증받는다. 그럼에도 현실세계에서 많은 환자들에게 사용되며 또 다른 부작용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가 고지해 주지 않는다고 해도 환자들이 반드시 살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약품설명서(라벨)다.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을 겪고 있다면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이 ‘라벨’을 통해 자신의 몸이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장윤형 기자 newsroo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