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4년제 대학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이던 A(24) 씨는 지난해 8월 학교 산학협력단의 모집 공고를 보고 경북의 한 차량 부품 업체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이곳에서 A씨는 회사 측이 새롭게 개발 중인 제품의 디자인 고안 업무를 맡았다.
A씨가 6개월간 일한 대가로 업체로부터 받은 돈은 240만 원. 최저임금은 고사하고 처음 공고에서 약속한 것보다 모자란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지난해 산학협력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업체의 공고에 따르면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오전 8시~오후 5시)이고 수당은 '월 50만 원(의무사항 아님)'이다.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단서가 A씨의 발목을 잡았다.
A씨는 "공고는 지켜지지 않았고 매일 10시간 넘게 제품 디자인 업무 외에 잡일까지 도맡아 해왔다"면서 "현장실습과는 거리가 먼 노동자처럼 일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 등이 현장실습이란 명목으로 대학생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폐단을 막기 위한 규정이 마련된다.
돈을 주지 않거나 적은 급여로 취업준비생들을 부려먹는다는 뜻의 '열정 페이' 논란이 줄어들지 주목된다.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대구 북구갑)은 18일 교육부 고시와 상충된 산학연계형 대학생 현장실습 악용 사례를 막고 취업에 필요한 실질적 실무교육을 강화토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법안 발의에는 정 의원의 입법보조원으로 인턴 체험을 하고 있는 이시윤(홍익대 법학부)씨가 자신의 주위 대학생 들의 현장실습 과정에서 겪은 일명 '열정페이' 등 부당대우의 사례를 막고자 아이디어를 내는 등 함께 참여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는 교육과 노동에 대한 개념을 명시한 조항을 비롯한 현장실습기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규정이 없어 참가 대학생들이 전공과 무관한 허드렛일을 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이다.
기업체 등 수요처에선 현장실습에서 교육과정 이외의 노동행위를 실질적 근로로 인정하기 보다는 학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현장교육으로 인식하는 나머지 학생들에게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관행도 숙지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대학의 현장실습 시 기업체 등 실습기관과 협약을 체결하고 학생들의 권리 보호 등 세부적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동시에 교육부와 학교 홈페이지에 그 결과를 공개토록 의무화한 게 주된 내용이다.
또 현장실습 참가 학생에 대한 적정 근로시간 등 현장실습 운영 기준을 준수하고 교육과정이 아닌 실질적 근로행위에 대해선 최저 임금 적용 등 근로에 대한 대가를 지급, 이행토록 하는 게 골자다.
정태옥 의원은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전공과 관련된 진로 및 직무경험을 쌓기 위해 도입한 교육부 고시 등 본래 취지와 달리 허드렛일과 같은 단순 노동력으로 활용되는 병폐가 끊이질 않고 있다"면서 "개정안은 기업체의 이 같은 악용사례를 막고 대학생들에게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실무교육을 강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시윤 씨는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낸 것은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에서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부당업무 및 무관심을 막고자 하는 데 있다"면서 "정부와 대학의 현장학습기관에 대한 협조적인 감시체계 강화를 위한 근거 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 발의에는 새누리당 소속 김광림·김성태·김학용·김도읍·김순례·이현재·유기준·배덕광·이종명·민경욱 의원이 함께 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sv10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