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공유재산 관리 실태가 엉망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산하 5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유재산을 매수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규정 위반 시 공무원 처벌 강화 방안이나 직계 가족에 대한 공유재산 매수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제주도는 5급이상 공무원에 대해 공유재산을 매수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제주형 공유재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제주도에 따르면 공유재산을 입찰로 매각하고자 할 경우 도청 홈페이지에 공지해 도민 누구나 매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유재산 매각 시에는 반드시 공유재산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의무화된다.
토지를 분할해 매각하는 이른바 ‘쪼개기’에 대해서도 방지대책이 제시됐다. 제주도는 공용이나 공공목적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분할 매각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기존에는 개발사업지역 내 공유재산을 개발사업시행 승인을 얻은 사업자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매각이 아닌, 교환·임대 방식으로 전환된다.
공유재산 대부 분야에서도 대부기간 만료 3개월 전 도청 홈페이지에 공지해 대부기간 만료시 현행 대부자가 재임대 하는 기존 방식이 공유재산을 ‘사유화’한다는 지적에 따라 개선된다.
제주도는 대부기간 만료 3개월 전 도청홈페이지에 공지하는 공개경쟁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부기간도 12월 말로 일치시켜 대부기간이 만료된 공유재산을 일괄적으로 계약하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나아가 대부 중인 공유재산을 대상으로 일제조사를 실시해 대부목적 위반, 전대 등은 계약해지 조치하고 무단사용자에 대한 변상금 부과, 관련 법령에 따른 고발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유재산심의회 심의기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제주도는 심의위원 중 70%를 민간위원으로 위촉하고 심의에 대한 회의록 내용을 전면 공개할 계획이다.
심의 시 공개경쟁입찰, 수의계약 등 매각방법까지 심의하고 매각 결과는 다음 심의 시 사후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공유재산종합정보망’을 구축해 소재지, 면적, 토지형태 등 공유재산의 분포현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 10년간 얼룩진 '편법' '특혜'..도 '뒷북행정' 근본적 대책 될까
이처럼 제주도가 공유재산 관리 방침을 강화하고 나선 배경에는 지난 10여년 간의 공유재산관리실태가 ‘편법’과 ‘특혜’로 얼룩져 있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주도감사위는 지난 18일 공유재산관리실태에 대한 특정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996년 7월 1일부터 올해 4월까지 968건의 공유재산(103만5천203㎡)이 매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공유재산을 매수한 전·현직 공무원은 22명, 직계가족은 10명으로 나타났다. 더욱 문제가 된 것은 지난 4.13총선에 출마한 바 있는 양치석 전 후보와 김형수 전 서귀포시장에 관한 것이다.
양 전 후보는 2010년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공유지 1553㎡에 대한 경쟁입찰에서 최고 가격을 써 낙찰받았지만 실제로는 차순위 입찰가격으로 매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 전 시장도 공유재산심의위에서 매각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매각이 타당한 것으로 심의자료를 수정해 매각한 것으로 나타나 전 도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감사위는 적발사안 237건에 대해 처분요구(시정 58, 주의 64, 통보 75, 권고 40건)하고 연루 공무원 1명을 경징계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도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제주도가 발표한 공유재산 관리 개선 대책에서도 감사위가 지적한 공무원 직계가족의 공유재산 매입에 대해선 포함돼있지 않다. 이 때문에 공유재산 관리에 ‘편법’이 다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유재산 관련 문제는 이미 도내 환경단체가 지난 2007년부터 제기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형적인 ‘뒷북행정’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될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공유재산은 곧 도민의 재산인데 그것을 공무원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윤리적·도덕적으로 공무원 자세에 맞지 않다”며 “적발된 공무원에 대해선 해임 등 강력한 처분을 내려야만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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