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⑭] 운하(Canal)와 문명, 그리고 커피

[최우성의 커피소통⑭] 운하(Canal)와 문명, 그리고 커피

기사승인 2016-09-01 10:14:01

아프리카 대륙 바로 옆에 홍해를 끼고 있는 아라비아반도의 남서쪽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가 바로 예멘이다. 예멘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손꼽히도록 날씨가 좋은 곳으로 농작물을 경작하기에 유리한 곳이다. 역사 속에서 커피를 최초로 경작한 곳이 예멘인데, 좋은 날씨 덕분에 예멘커피는 품질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예멘의 항구 모카는 커피수출항으로 명성을 날렸는데, 그래서 이곳에서 생산된 커피에 붙여진 이름이 모카커피다. 이 커피는 반 고흐가 사랑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고흐의 팬들은 고흐와 소통하는 길은 모카 마타리를 마시는 방법밖에 없다고 여긴다고 한다. 모카커피는 커피의 대명사이기도 하며, 지금은 명성이 조금 퇴색했어도 여전히 세계 삼대커피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아쉽게도 이 나라가 오랜 내전중이라 커피의 품질을 보증해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대신에 커피 전문가들은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의 게이샤커피를 3대 커피로 평가한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내전으로 지금까지 1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커다란 비극의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내전이 끝나고 평화로운 시대가 온다면 모카커피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모카항구가 아주 활발하게 움직였던 때는 수에즈운하가 개통되기 전이었다. 수에즈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나이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운하인데, 이 운하는 아프리카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다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 운하는 인류문명의 지도를 바꾸어놓았는데,. 대양을 잇는 운하를 파서 아프리카를 우회하지 않고 유럽에서 인도양으로 직접 다이렉트로 항해하도록 하는 것은 실로 기가 막힌 전략이었다. 수개월의 항해기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인적 물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페르디낭 드 레셉스(Ferdinand de Lesseps)에 의해서 착공된 수에즈운하는 1869년 11월17일 개통되었는데 이는 곧 항로의 변화로 이어졌다. 당연히 모든 배가 더 이상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지 않게 되었고 대항해시대 이후로 가장 활발한 문명의 교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는 아프리카 남단의 항구들의 쇠퇴(衰態)로 이어졌다. 예멘의 모카항도 카카오와 커피 등 농산물을 수출하던 항구의 기능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이름은 단지 명성으로만 남게 되었다. 대양과 대양을 잇는 운하는 문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운하가 생김으로 새로운 해로(海路)가 열리고 물동량이 증가했다. 반면에 역사의 언저리로 밀려나는 지역도 필연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었다.

커피 추출을 할 때에도 채널링(Canaling)이라는 현상이 있다. 이는 커피의 맛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커피를 추출할 때에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 일종의 수로현상(水路現狀)을 가리킨다. 물이 커피의 입자와 만나서 향미성분들을 추출해야 하는데 이 같은 현상이 생기면 물이 커피입자와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흘러버리게 된다. 따라서 온전한 추출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물길이 생겨서 좋은 곳이 있고, 물길이 생기지 않아야 좋은 곳도 있다. 하지만 커피를 추출할 때에는 무조건 물길이 생기지 않도록 잘 조절하는 것이 보다 맛있는 커피를 즐기는 방법이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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