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청춘시대’ 한예리 “여성이 주체가 되는 드라마도 나와야 하지 않나 싶었죠”

[쿠키인터뷰] ‘청춘시대’ 한예리 “여성이 주체가 되는 드라마도 나와야 하지 않나 싶었죠”

기사승인 2016-09-01 16:37:17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지난 27일 종영된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는 작지만 의미 있는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2회에서 0.4%(닐슨코리아 기준)의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청춘시대’는 마지막회에서 2.1%까지 뛰어오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방송 내내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기도 했다. ‘청춘시대’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배우 한예리는 ‘청춘시대’에서 쉴 틈 없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버는 대학생 윤진명 역할을 맡았다. 가난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진명의 사연에 많은 시청자가 공감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지난 31일 서울 팔판로 한 카페에서 만난 한예리는 드라마에서와 달리 밝은 표정이었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무사히 드라마를 마쳤기에 기대보다 낮았던 시청률은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엔 아쉽다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청춘시대’에 공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지금은 그런 생각 안 해요. 시청률이 극장 예매처럼 정확한 통계가 아니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촬영 중에도 시청률의 영향은 받지 않았어요.”

한예리는 브라운관보다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이 더 익숙한 배우다.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비롯해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하긴 했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그녀가 ‘청춘시대’에 출연한 가장 큰 계기는 박연선 작가가 쓴 대본이었다. 촬영 전 이미 완성된 대본을 읽으며 박연선 작가가 쓴 대사의 매력에 빠졌다.


“슬픈 상황에서도 위트를 이끌어내는 게 박연선 작가님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SBS 드라마 ‘연애시대’도 그랬지만, 항상 주인공들을 안타까워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게 하는 힘을 갖고 계시죠. 시청자 분들이 하우스 메이트들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서 ‘작가님의 힘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가 윤진명 역할을 잘 연기했다기보다, 작가님이 좋은 대사를 써주셔서 더 잘하는 것처럼 보였을 거예요.”

‘청춘시대’는 청춘의 한 시기를 보내는 다섯 명의 여대생이 함께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하지만 한예리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보편적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많은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청춘시대’가 인기를 얻은 가장 큰 이유는 청춘의 얘기뿐 아니라 사람 사는 얘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청춘에 국한된 얘기였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없었을 거예요. 지속적으로 삶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이런 많은 일들이 있음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도 담겨있죠. 결말도 현실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해피엔딩이 어디 있겠어요. 진명에게는 충분히 행복한 엔딩이었다고 생각해요.”

‘청춘시대’는 여성이 주축이 된 드라마다. 여자 하우스 메이트 5명 각자의 이야기를 다룰 뿐 아니라, 등장하는 남성들이 주변부에 머물며 그녀들을 괴롭히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하기도 했다. 한예리는 이런 드라마도 나와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여성이 주축이 되고, 주체가 되는 드라마가 나와서 너무 고맙죠. 이전까지는 반대인 경우가 더 많았잖아요. 남성의 재력이나 성공으로 인해 여성이 신분 상승하는 내용이 많았죠. ‘청춘시대’는 그런 흐름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잘 갔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이런 드라마도 나와야 하지 않나,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더 좋아해주신 것 같아요.”

‘청춘시대’는 16부로 제작되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12부작으로 마무리됐다. 생각보다 빠른 종영에 매주 드라마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다시 벨 에포크로’라는 문구를 비추며 마무리된 마지막 장면도 의미심장했다. 한예리 또한 ‘청춘시대’ 시즌2 출연에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쳤다.

“시즌2 얘기가 나오는 것에 개인적으로 너무 감사드려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시즌2를 염두에 두고 계시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특히 작가님은 배우들이 작품을 끝내면 그 인물을 완전히 비우는 것처럼 드라마를 털어내시는 분인데 다시 하실 수 있을까 싶어요. 만약 시즌2를 해서 진명이가 다시 등장한다면, 저도 다른 사람이 연기하는 진명이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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