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최근 3세 남자 아이가 모 한의원의 한약을 먹고 머리카락과 눈썹이 모두 빠지게 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한약 성분 공개에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이번 이슈체크에서는 ‘탈모 유발’ 한약 논란과 관련해 자세히 알아봤다.
사건부터 요약해 보자. ‘소아 한약 탈모’ 사건은 최근 3세 소아의 부모가 소아 전문 한의원으로 알려진 H한의원을 상대로 의료사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부모는 지난해 11월 몸 속의 열을 내려준다는 ‘도적강기탕’이라는 탕약을 마시고 아이의 탈모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한약을 처방받았고 복용한지 3일만에 아이에게서 탈모 증상이 나타났다. 7~8일만에 머리카락이 모두 빠졌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한의원에서 한약을 복용했다던 또 다른 소아 탈모 환자도 나왔다. 27개월 된 김모군 역시 H한의원에서 약을 복용했다. 다만 한약이 직접적인 탈모에 원인인지는 아직 과학적 검증을 통해 밝혀지지 않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자, ‘한약 안전성’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한약의 경우 적게는 수개에서 많게는 수십 가지의 약제를 복합해 만든 약이지만, 정작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어떤 성분이 약에 들어가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해도 어떤 성분에 의해 부작용을 일으켰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의사들은 한약의 안전성 검증을 위해 ‘성분명 공개’를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한약의 안전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이 되는 것은 한약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가장 근원적인 문제”라며 “한약의 경우 처방전을 발급하지 않고 의료법상에도 처방전 발급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부작용이 발생해도 국민들은 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의협은 “한약의 임상시험 의무화를 조속히 법제화해야 하고, 한약의 조제원료 등 포함 ‘성분’을 명확하게 포장에 표기해 환자에게 부작용 발생 시 한약과 인과관계를 신속히 밝힐 수 있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의사들은 ‘한약이 탈모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현대의학의 모든 의약품에 대해서는 제약사들이 약사법에 따라 반드시 임상시험을 통해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증되도록 의무화 돼 있다. 반면 한약은 현대의학의 의약품과는 달리 동의보감과 같은 고서에 기재된 처방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유로, 임상시험을 통한 안전성 검증 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정부의 부실한 한약 관리가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약의 경우 식약처에 허가를 받을 때 안전성과 유효성 입증을 위한 자료제출이 면제되고 있다. 한약제제가 수천년에 거쳐 검증됐다는 것이 주요한 면제사유다.
한약 성분명 공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경우는 약을 구입하면 그 약에 대한 성분과 효능, 효과가 나와 있다. 반면 한약은 비공개 처방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약은 케미칼 의약품과는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성분이 함유돼 있다고 단순 표기하기가 어렵다”며 “탕약을 분석해보면 수백에서 수천가지의 성분이 나오는데, 그중 그래프에서 가장 많이 수치가 올라가는 2~3개의 성분을 지표물질로 본다. 그 지표물질이 그 약의 주요한 효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 다른 복병도 숨어있다. 의약분업으로 의사들은 처방전을 발급해, 특정 약에 대한 성분이 공개돼 있으나, 한의사만은 ‘처방전’ 발급이 의무화 돼 있지 않아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보건복지부도 한약 성분명 미공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해결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약 성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식약처와 협의과정을 거쳐 한약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 대한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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