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 관리원, “폭언에도 묵묵히 일했지만 관리사무소측 수습기간 악용해 해고 통지”
관리사무소측, “내부 직원과 사사건건 의견출동 잦아 더 이상 같이 일 할 수 없어”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남들 다 퇴근할 때 일했고,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지난 8월에는 40도가 넘는 폭염에 불구하고 소방작업을 하다 머리가 깨져 4바늘을 꿰매면서 일할 정도로 열심히 했습니다. 사고가 있기 전 관리사무소에서는 변변한 보호 장비 하나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 몸 사리지 않고 일한 대가로 받은 것은 해고 예정 통보였습니다. 4식구를 벌어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의 가정을 지켜주십시오.”
지난 9일 저녁 서대문구 한 대단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호소문 한 장이 나붙었다.
호소문은 이 아파트 관리원으로 일했던 장아무개(해당 아파트 전 기전과장)씨가 추석을 일주일 남기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관리원 2명과 함께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호소문에 따르면 장씨는 올해 6월 13일 이 아파트관리사무소에 입사해서 소방일과 전기·수도·난방세를 부과하는 일을 했다. 입사해서 두 달 넘게 장씨는 관리사무소장, 부소장, 팀장들이 다 퇴근해도 혼자 남아서 책임지고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관리비 부과작업을 했다. 또 소방작업을 할 때는 안전화 안전모가 지급되지 않아 보호 장비도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다가 폭염이 지속되던 한 여름날, 세대 복도 앞 소방시설 피트 내에서 소방작업을 하다 머리가 깨져 4바늘을 꿰매면서까지 일을 했다. 그러나 그렇게 작업을 한 대가로 받은 것은 어이없게도 해고 예고 통보였다는 게 장씨의 주장이다.
관리사무소측이 장씨를 해고한 이유는 근무성적 불량과 지시 불이행 등 때문이다. 하지만 장씨는 이 같은 관리사무소측의 해고 사유가 황당무계하다는 입장이다. 밤새가며 피터지게 일했는데 해고 예고 통보를 받으니, 4식구를 책임지는 가장 입장에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입주민들에게 호소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장씨의 호소다.
특히 장씨는 관리사무소측이 이 같은 부당한 사유로 취업 후 3개월 내 수습기간에는 해고가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해 본인을 해고하려했고, 그 과정에서 현 기전팀장의 휴대전화 문자 욕설도 했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장씨가 기전팀장으로부터 받는 문자 욕설은 “전화 안 받으면 사람 취급 안 할 테니까, 근무하고 싶지 않으면 출근하지 마라, 왜 출근해서 괴롭히느냐”는 게 주 내용이다.
장씨의 호소문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은 욕설 문자는 잘못한 게 맞으나, 장씨의 행실을 보면 그럴 만도 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내부 일을 호소문까지 붙여가면서 푸는 것을 보고 더더욱 함께 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부소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문자로 욕을 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의견(기술부분)이 맞지 않아 삐걱거리는 경우는 어디든 있다”며 “조화롭게 풀 생각은 못할망정 호소문까지 붙이면서 감정에 읍소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부소장은 “장씨는 심지어 내가(부소장) 데려온 사람”이라며 “정통 전기맨이 아닌 전직 은행에 근무했던 장씨가 경력은 본인보다 많지만, 입사를 늦게 했다는 이유로 현 기전팀장과 사사건건 충돌이 있었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장씨와는 더 이상 일을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아파트 인터넷 커뮤니티 카페에는 장씨의 호소문을 보고, 이유야 어찌됐든 추석을 앞두고 못할 짓이라며 입주자들이 구명운동을 벌이는 글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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