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쌈짓돈 아파트 관리비? 비리·횡령 끊이지 않는 이유

[봉기자의 호시탐탐] 쌈짓돈 아파트 관리비? 비리·횡령 끊이지 않는 이유

기사승인 2016-09-13 13:33:02

원미연 아나운서▷ 추석 연휴 첫날입니다.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향 떠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고향가시는 길 지루하지 않게 쿠키뉴스 조규봉 기자가 재밌는 주제로 오늘 호시탐탐 준비했다고 합니다. 봉기자, 추석명절 첫날 어떤 주제로 귀경길 함께하나요?

조규봉 기자▶ 네, 오늘 주제 자체는 귀경길의 지루함을 달랠만한 주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주제에 대해 “아 맞아~!”라고 생각했던 내용입니다. 이미 공감대는 형성 되어 있는 그런 주제입니다. 바로 말만 들어도 ‘욱’하는 아파트 관리비 얘깁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65%가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고요. 관리비가 연간 12조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매출 못지않습니다. 규모가 큰만큼 비리와 부조리도 많습니다. 실제로 난방비 열사로 주목받은 배우 김부선 씨는 비리를 찾겠다며 관리소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요. 소송을 진행 중인 단지도 많습니다. 과연 내가 내고 있는 관리비가 투명하게 쓰이고 있을까요? 추석 맞은 호시탐탐에서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와 횡령에 관한 내용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우리가 내고 있는 관리비가 어디로 어떻게 세어나가고 있는지 오늘 한 번 조목조목 따져보겠습니다. 봉기자, 아파트 관리비. 보통 얼마나 나오나요?

조규봉 기자▶ 일단 제가 사는 집은 겨울에는 40만원 정도, 여름에는 30여만원 정도가 나옵니다. 호시탐탐 작가의 경우, 경기도의 32평 아파트 관리비가 평균 15만 원 정도 나오는데요. 그건 세대 전기료와 수도료, 도시가스비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여름철, 도시가스를 많이 사용하는 겨울철에는 한 달에 30만 원 이상 되는 비용을 내기도 합니다.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죠.

원미연 아나운서▷ 그러니까 몇 십 만 원의 관리비는 그냥 당연한 거군요?

조규봉 기자▶ 그렇습니다. 서울에서 아파트 관리비가 가장 비싼 구는 강남구인데요. 상반기 월 평균 1㎡ 당 2366.8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 34평인 경우, 월 26만 7448원 이라는 거죠. 관리비는 강남구, 서초구, 용산구, 송파구, 양천구 순으로 높았고요. 서울의 평균은 ㎡ 당 1920원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관리비 내역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조규봉 기자▶ 내역을 보면요. 일반 관리비, 청소비, 소독비, 승강기유지비, 수선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 생활폐기수수료, 시설안전비, 위탁관리비, 화재보험료, 대표운영비, 선거관리위원회운영비, 공동전기료, 승강기전기료, 경비비 등이 있습니다. 아파트 별로 다른 항목들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고요.

원미연 아나운서▷ 뭐가 이렇게 많은가요. 어디에 쓰는 돈들인지도 알려주세요. 청소비, 경비비 뭐 이런 항목들이야 이해가 되지만, 장기수선충당금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조규봉 기자▶ 일단 관리비는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용면적에 대한 금액이고요. 장기수선충당금 주요 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적립하는 돈을 말합니다. 아파트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배관이나 승강기 등 주요 시설을 수리, 교체할 때 들어가는 비용인거죠. 원래 집주인이 납부해야 하지만 편의를 위해 관리비에 포함 시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면적에 따라 매달 내는 돈이 다르고요.

원미연 아나운서▷ 모든 아파트에서 다 장기수선충당금을 관리비에 포함시키나요?

조규봉 기자▶ 아니요. 기준이 있는데요.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이거나 중앙집중식 난방방식 또는 지역 난방방식 공동주택이거나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공동주택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기준에 맞지 않아도 장기수선충당금을 내는 곳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파트 별로 다르지만, 반상회 불참비를 관리비에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상회에 나오지 않았을 경우, 몇 만원을 내라고 청구하는 거죠.

원미연 아나운서▷ 관리비가 관리비가 아니네요. 이렇게 관리비에 포함된 항목이 많은 만큼 문제는 거기에 비리가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관리비 비리가 많죠?

조규봉 기자▶ 네. 정부가 3월 10일 발표한 전국 아파트 단지에 대한 첫 번째 외부 회계감사 결과를 보면요. 아파트 관리비는 그야말로 사각지대였습니다. 회계 장부는 엉터리였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감시하는 사람이 없었고요.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장과 관리소장 등이 아파트 관리비를 자신의 쌈짓돈처럼 갖다 쓰는 경우도 다반사였습니다. 또 아파트 관련 공사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을 체결하거나, 자격이 없는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비일비재했고요. 그 중 가장 고질적인 비리는 횡령입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입주자 대표회장이나 관리소장 등의 아파트 관리비 횡령이 가장 고질적인 비리라고요? 적발된 적도 있나요?

조규봉 기자▶ 네. 2011년에서 2014년 까지 충남의 한 아파트 관리비 통장 내역을 보면요.  관리소장의 개인 계좌로 3억7000만 원이 이체되고, 현금으로 2억4000만 원이 인출됐습니다. 다른 계좌로 12억3000만 원이 이체되었고요. 총 20억 원이 증빙 자료 없이 사용된 거죠. 또 경북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아파트 공금통장에서 6100만원을 임의로 출금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가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아파트 관리비는 개인이 관리하는 게 아닐 텐데요. 어떻게 빼돌릴 수 있었을까요?

조규봉 기자▶ 그 방법도 다양합니다. 공동 전기료를 과다하게 부과한 뒤, 초과 금액을 가로채기도 하고요. 관리비 운영 자금 출금 전표를 조작해서 남겨먹기도 하죠.

원미연 아나운서▷ 그렇게 단순히 관리비를 빼돌리거나 임의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사 계약 관련 같은 경우도 문제인 것 같아요. 결국 그런 불공정 계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돌아오는 거잖아요.

조규봉 기자▶ 맞습니다. 아파트 공사 관련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정당한 공개 입찰을 거치지 않거나 자격 미달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공사 대금은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집행해야 하는데도 수선유지비로 지출한 뒤, 입주자에게 관리비로 부과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충남의 한 아파트는 재활용 수거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허위로 폐기물처리신고필증을 제출했는데도 그대로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비리는 왜 이렇게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건가요? 그 이유가 궁금해요.

조규봉 기자▶ 일반 회사에서 직원이 몇 천 만원을 횡령하면 곧 공권력이 개입해 구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더 큰 비리가 있어도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아파트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본 입장이 주민 자치이기 때문이죠. 아파트 단지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이라는 겁니다. 가정 내 싸움에 공권력이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것처럼, 아파트 단지 안의 문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인 거죠.

원미연 아나운서▷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렵잖아요. 먹고 살기 바쁜 주민들이 다 그런 문제들까지 나설 수는 없으니까요.

조규봉 기자▶ 그렇죠. 주민 참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생업에 쫓기며 사는 사람들이 관리비까지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는 것이 사실이고요. 주민 자치회, 입주민 대표회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주민 자치는 빛 좋은 개살구입니다. 공권력은 미치지 않고 또 주민 참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공간은 비게 되고요. 그 비어 있는 공간은 욕심 많은 사람들이 차지하게 되겠죠.

원미연 아나운서▷ 그럼 그렇게 비리로 얼룩진 아파트 관리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 걸까요?

조규봉 기자▶ 그래서 얼마 전 서울시가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공공위탁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요. SH공사의 공공임대아파트 관리 노하우를 민간 아파트에 적용한다는 겁니다. 입주민 간 갈등이 있는 단지들에 입주민 2분의 1 이상이 찬성하거나,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의결을 거쳐서 신청을 하게 되면 사전 협의를 통해서 협약도 하고, 관리소장을 어떻게 파견할 것인지 협의도 해서 추진한다는 겁니다.

원미연 아나운서▷ 관리소장을 직접 파견하면 관리비나 각종 입찰을 둘러싼 유용, 비리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까요?

조규봉 기자▶ 공공위탁을 통해서 시범적으로 관리하면서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 과정이라든가, 관리비라든가, 이런 회계 등 모든 것들을 오픈 할 예정입니다. 공공에서 관리를 하면 이렇게 하고, 이렇게 지원한다는 것을 보여줘서, 다른 주택관리업체도 그런 내용들을 보고 서로 투명성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입주자 대표들, 그 지역에서 오래 살아왔던 분들이나, 아파트 초기부터 살아오셨던 분들은 입김이 세거든요. 그런 분들의 의견까지 조율할 수 있는 이런 협의의 장이 계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겠죠.

원미연 아나운서▷ 네. 서울시에서 비리 문제를 앓고 있는 아파트에 관리소장을 파견한다고 하는데요. 오랜 기간 이루어져 오던 아파트 관리 비리 문제를 뿌리 뽑아 투명한 주거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조규봉 기자▶ 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들이 스스로 좀 용감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부선 씨처럼 관리비 비리에 맞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소수의 주민들이 있지만, 우리도 그 중 하나가 될 수 있잖아요. 실제로 세종시의 한 아파트 주민들이 부과된 관리비 내역에 의문을 제기하며 세종시에 감사를 청구한 적이 있는데요. 관리사무소가 입주민에게 부과한 관리비와 국토부에 신고한 관리비가 수 천 만원의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고요. 결국 이렇게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면 비리는 밝혀지고, 또 줄어들 수 있겠죠.

원미연 아나운서▷ 네. 국민 절반 이상이 아파트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고 있지만 난방비 비리 같은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관리비 사용처가 여간 찜찜한 게 아닌데요. 다 함께 노력해서 투명하고 맑은 아파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호시탐탐이었습니다.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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