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래의 파파라치] 노년의 청춘 엔진 작동법

[김시래의 파파라치] 노년의 청춘 엔진 작동법

기사승인 2016-09-20 11:33:23

[김시래의 파파라치] 입이 크고 괄괄한 육성을 지녀 아가리란 별명이 있는 첫 직장 선배 이래성(70)씨는 늘 낙천적이고 저돌적이다. 인생의 평지풍파로 말년에 고전을 격고 계신데도 항상 하고 싶은 일, 재미있는 일을 하고 살라고 말한다.

그는 사람을 만나고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지방 여행을 갔다가도 서울의 저녁 모임에 굳이 나오셨다. 호탕한 웃음을 날리시다 빨간 두건과 유니폼을 입고 사이클의 페달을 힘껏 내닫으시며 다시 어디론가 떠나셨다.

솔직히 말하면 그 분의 낙관적인 삶의 태도는 힘든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합리화의 방편이거나 후배들에게 숨기고 싶은 남은 자존심쯤으로 생각했었다.

추석 전 그분은 여행사 컨설턴트로 취직했다.

작년에 40일간 혼자 서유럽 일주를 다녀왔고 얼마 전 다시 40일간 동유럽여행을 떠나신다는 기별이 왔었다. “사정이 그리 녹록치 않으실 텐데”하는 걱정으로 만나 뵀다.

기우였다. 동유럽의 새로운 여행 루트를 찾아 떠난다는 것이다. 좀 더 들어보니 작년 서유럽 여행 때 인터넷 포탈에 올린 그의 블로그(라보엠 이래성)글을 읽은 한 여행사 사장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내가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던 그의 열정이 오히려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가져다 준 것이 확실했다. 요즘 피곤했고,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먼저 가보겠다는 내게 17년 선배인 그가 남긴 말.

“그래, 자네 피곤해 보였네. 얼른 들어가서 푹 쉬게나...”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만은 아니다”라는 어느 양주광고의 글귀처럼 노년을 준비하는 노년의 자세는 청춘이여야 한다.
통닭집의 수익성도 잘 따져봐야겠지만 로시난테를 타고 풍차 속으로 돌격하는 돈키호테도 한번쯤 새겨봐야 한다.
오늘 학교 계단에서 발견한 낙서.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면 되지!’ 뜨거운 심장을 지닌 청춘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젊고 늙음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다. 두려움은 한가한 사람의 넋두리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는 젊은 것이다.

당신은 지금 전속력으로 인생을 달리고 있는가?

김시래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조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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