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위험 계속되는데… 지진보험(특약) 가입 겨우 2187건

‘지진’ 위험 계속되는데… 지진보험(특약) 가입 겨우 2187건

화재보험 152만건 중 ‘지진특약’은 겨우 0.14% 가입… “정책성 보험으로 발전 필요”

기사승인 2016-09-26 08:57:06

[쿠키뉴스=김진환 기자]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 및 이후 계속 관측되고 있는 여진으로 인해 지진 리스크 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1978년부터 공식적으로 지진관측을 시작했는데, 이번에 발생한 지진은 지진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진 리스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진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과 기업들의 보험 문의가 잇따르자 보험 업계도 분주해졌다. 보험을 지급하는 화재보험의 지진담보특약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여진의 여파가 계속되는 시점에서 특약 판매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진담보특약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비난 여론이 일고 금융감독원에서도 부정적 시선을 보내자 불과 하루 만에 판매를 재계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재 판매중인 대표적인 정책성 보험인 풍수해보험을 지진을 대비할 수 있는 종합자연재해보험으로 발전시키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25일 최창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상황에 맞는 자연재해보험으로 풍수보험을 활용하자는 내용의 ‘힌국형 지진보험 개발 필요’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물손해를 보상하는 상품은 현재 풍수해보험과 화재보험의 지진담보특약, 패키지보험 등이 있다. 대부분의 중견·대기업들은 재물포괄담보를 포함하고 있는 패키지보험으로 지진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지만, 개인이 가입해 지진관련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것은 화재보험 지진담보특약과 풍수해보험으로 선택의 폭이 제한된다.

지진담보특약의 경우 가입 실적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풍수해보험의 경우도 주택, 공동주택, 온실, 축사 등만을 담보물로 정하고 있고 담보의 대부분이 풍수해이므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이를 이용해 지진 피해를 보상받기는 어렵다. 결국 개인과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지진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보고서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화재보험 가입 건수 152만 건 중 0.14%인 2187건이 지진담보특약에 가입했고 지진담보특약 보험료는 8492만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풍수해보험의 경우도 2014년 현재 수입보험료가 205억원 수준이나 이 중 지진보험요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2014년 기준으로 풍수해보험 Ⅰ,Ⅱ,Ⅲ의 보험료(계약건수)는 각각 115억원(1만2036건), 84억원(26만9529건), 3억416만원(192건)에 불과했다.

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지진의 경우 발생 주기가 길어 관련 리스크의 중대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나, 한국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국내에서 개인이 가입하고 있는 지진보험 규모는 매우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국내 지진 관련 보험 수준은 매우 낮다. 지진담보특약과 풍수해보험 모두 지진보험이라고 가정해도 한국의 2014년 지진보험 보험료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014%로 미국 0.0095%, 일본 0.0444%, 터키 0.0103%에 비해 매우 낮다. 한국의 경우 보험을 통한 사후 대비가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되는 수치다.

최근까지 보험회사들은 국내에 지진 리스크가 거의 없다는 가정하에 지진담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 경주 지진은 한국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지진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로 인해 보험회사들이 독자적으로 지진 리스크를 담보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결국 정부 주도의 상품 개발이나 여러 보험사가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지진에 따른 리스크를 보험사, 재보험사, 정부가 공유하는 형태로 정책성 지진보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보험회사가 모집하는 지진 리스크를 지진보험기구가 전부 보유하는 형태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손해보험회사가 지진보험을 인수한 후 지진 리스크의 일부를 보유하고 나머지 부분을 일본지진재보험에 출재한다. 이 일부를 출재하고 초과하는 부분은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진보험을 운영한다. 터키의 경우 주택보유자는 민영보험회사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며, 지진보험을 인수한 보험회사는 지진보험 풀인 TCIP(Turkish  Catastrophe Insurance Pool)를 이용해 보험회사 간의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이번 경주 지진은 한국의 지진 리스크가 간과할만한 수준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로 인해 보험회사가 지진 리스크 전부를 독자적으로 담보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최 연구위원은 “정부당국은 풍수해보험이 지진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풍수해보험을 종합자연재해보험으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대상을 중소기업, 공공시설물, 소상공인, 일반건물 등으로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보험사들도 풍수해보험이 다양한 자연재해에 활용될 수 있도록 리스크의 통계적 특성을 다양한 모델에 적용해 합리적인 요율을 산출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goldenbat@kukinews.com

김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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